[시사뉴스 유한태 기자]2일 JTBC 생중계로 진행된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 후보들의 TV토론회는 결국 이날 논란이 됐던 여론조사 룰 개정 문제를 주축으로 한 네거티브로 얼룩졌다. 이날 토론회는 역시나 당 전당대회준비위원회가 여론조사 합산 방식을 놓고 내린 유권해석을 둘러싼 공방으로 시작됐다. 박지원 후보와 문재인 후보는 전준위의 유권해석이 '룰 변경'인지, 또 이미 전준위에서 유권해석에 합의를 했는지에 대해 완전히 엇갈린 주장을 내놨다.
◆여론조사 룰 공방…"친노, 엄청난 반칙" vs "맘에 안 들면 다 친노"
박 후보는 "우리당 친노들이 계파이익을 위해서 엄청난 반칙을 자행했다"고 포문을 열었고, 문 후보는 "마음에 안 들면 다 친노"라고 맞섰다.
박 후보는 "(당은) 작년 12월29일 중앙선관위 지침대로 여론조사방법을 확정했다. 이 규정에 의거해서 선거운동을 해왔다"며 "갑자기 문재인 후보 측에서 규정변경을 2~3일 전부터 요구했고, 오늘 갑자기 비대위를 소집하고 이 규정을 바꿔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꼭 이렇게까지 해서 문재인 후보는 당대표가 되려는지, 대통령 후보가 되려는지 답답하기 그지없다. 작년 12월29일 통과된 이것을 몰랐다면 무능한 거고, 알았다면 비열한 것"이라며 "손학규, 안철수 전 대표의 심정이 이해된다. 친노의 횡포, 만행에 대해 국민들에게 말하기 위해 나왔다"고 강조했다.
문 후보는 그러나 "지난 전당대회와 지방선거 때 그대로 하자는 건데 그게 왜 룰 변경인가"라며 "'지지후보 없음'은 원래 (여론조사 결과에) 합하지 않았다. 박 후보 측에서 합하는 쪽으로 하다가 제동이 걸린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특히 "친노를 말씀하셨는데 왜 친노가 최대 계파가 됐는지 드러나는 것 같다. 맘에 안 들면 다 친노"라며 "기존 룰대로 하자고 결정하니까 친노라고 말씀하시는 것 아닌가. 저는 그게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지후보 없음'을 (여론조사 결과에) 포함시키고자 하는 것인지 과거에 (반영)한 적이 없지 않나"라며 "중앙선관위가 우리 당에 이렇게 권고를 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공직선거후보 경선과 관련한 것이고 우리 당직 선거에 대해서는 해당되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 후보는 "이렇게 명문화 됐으니까 바꿀 일이 없다 하더니 오늘 갑자기 바뀌더라"라며 "그 시행세칙은 기자들이 다 가지고 있다. 명문화돼 있다고 분명히 말씀드린다. 국민 앞에서 거짓말하는 것은 문재인 답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이들의 공방이 계속되자 "선수는 경기장에 입장하면 룰 문제에 초연해야 한다"며 "(이렇게) 국민을 실망시켜 드릴 거면 저는 이 장소에서 퇴장하는 게 맞다. 민생과 혁신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저는 여기서 나가겠다"고 강공을 펼쳤다.
◆“文, 뒤에서 공천 조종” vs “朴, 공천책임 뒤집어씌워”
이 같은 이 후보의 강경한 반응 속에서도 박 후보와 문 후보 간 공방은 '저질' 논란으로까지 확산됐다.
문 후보는 박 후보가 NLL 문제와 통합진보당 연대 문제에 대한 공세를 계속하자 "지금까지 TV토론이 아슬아슬 했는데 오늘 가장 저질의 토론이 되고 있는 것 같다"며 "정말 우리 당에 다시 기대를 걸면서 지지를 보내주고 계시는 국민들과 당원동지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그러자 박 후보는 "내일 투표인데 오늘 규정을 바꾸는 게 저질"이라고 반격에 나섰다.
이에 이 후보까지 "두 분 싸우시지만 2012년 6월에는 친노-비노, 영남-호남 때문에 담합까지 하셨던 분들"이라며 "그런데 지금 싸우고 계시는 거다. 누가 신뢰하겠나"라고 언성을 높였다.
문 후보와 박 후보는 공천혁신 방안을 제시하는 과정에서 공천패배 책임공방까지 벌였다. 문 후보는 박 후보를 겨냥해 '당권-대권 분리론'에 대한 말바꾸기도 지적하고 나섰다.
문 후보는 "공천제도와 룰을 확정해서 예측 가능하게 만들고 미리 결정된 제도와 룰에 따라 분석하게 하면 문제가 해결된다"며 "전략공천은 추구한다, 그래야 신진들이 등용될 수 있고 젊은 피가 수혈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박 후보는 "지난 번 공천은 친노들이 그리 한 것"이라며 "문 후보가 그렇게 계파공천 안 해야 된다고 말할 자격이 있는지 저는 참으로 의심스럽다. 뒤에서 다 조종했다"고 비난했다.
문 후보 역시 이에 지지 않고 "그 때 우리 박지원 후보께서 최고위원 하시면서 공천하셨다"며 "그걸 저에게 책임지우시면 어떻게 하나"라고 맞섰다.
그는 또 '당권-대권 분리론'에 대해서도 "박 후보가 원내대표 하실 때 당시 박 원내대표께서는 대선주자들 정세균, 정동영 등 모두 (전당대회에) 나서야 된다고 말씀하셨다"며 "이제 당 대표 나오시니까 당권-대권 분리를 이야기하신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 후보는 "새누리당은 박근혜라는 뚜렷한 대통령 후보가 있었고 우리는 없었다. 그래서 정면에 나서서 한번 해 보자고 주장한 것"이라며 "(지금은) 새누리당에 뚜렷한 대권후보가 없는 대신 우리에겐 대권후보가 있기 때문에 당권도 대권도 문 후보가 가지면 그 분들은 어디로 가느냐"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공천이 아니라 사사로운 사천이 되는 전략공천부터 없애야 된다"며 "기득권을 보호하는 공천이 아니라 계파의 벽을 대중이나 당원의 힘으로 무너뜨릴 수 있는 새로운 공천혁명이 일어났으면 좋겠다. 두 후보는 전략공천을 하시겠다는 걸 보니 그런 의심을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