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승리 기자] 최근 신격호 롯데 총괄 회장의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 홀딩스 부회장이 해임되면서 롯데 후계 구도의 변화에 대해 다양한 추측이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명확한 해답은 없다.
롯데측은 차남인 신동빈 롯데 회장이 일본 경영을 맡지 않을 것이고 신 부회장의 해임도 실적 탓이라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형제의 난'으로 비춰지는 것을 부담스러워 해 이 같은 입장을 보이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15일 롯데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이 지난 13일 밤 김포공항으로 입국하면서 일본 롯데 경영 여부에 대해 "잘 모르겠다"고 말한 것은 일본 롯데를 경영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그는 "신격호 총괄회장이 활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장남인 신동주 전 부회장이 해임됐다 해도 차남이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신 총괄회장이 중요한 결정을 내리고 있는 상황에서 후계구도가 변화될 것이라는 전망은 이르다"고 말했다.
이는 사실상 롯데 그룹이 이번 신 전 부회장 해임 사태에 대해 신격호 롯데 총괄 회장의 결정이며 후계 구도와는 상관 없다고 선을 그은 셈이다.
하지만 신 총괄 회장의 이번 해임이 올바른 결정이었느냐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일본 롯데그룹의 매출은 지난해 3월 기준 4077억엔(약 4조원), 한국그룹은 55조4186억원으로 약 10배 이상의 차이가 난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의 기업 경영 환경은 차이가 있다. 이미 일본은 성장기를 지나 정체기에 들어선 시기고 한국은 한창 기업들이 확장해 나가는 때 였다. 또 일본에서 사업을 하는 것과 국내에서 사업을 하는 것도 다르다.
그동안 여러 기회가 있었음에도 갑작스럽게 지난해 연말 모든 경영진에서 장남을 내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일각에서는 올해로 만 93세인 신 회장이 지난해 고관절(엉덩이관절) 골절로 입원하면서 건강 이상설 등에 휩싸인 적이 있는 만큼 이번 해임도 건강 악화와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특히 해임에 대해 일본 롯데 측도, 한국 롯데 그룹도 공식적인 언급을 극도로 자제하면서 과거 2000년 현대 그룹의 '왕자의 난' 때의 정주영 회장의 사례와 비교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롯데 측에서는 "소공동 호텔에서 업무 보고를 직접 보고 있으며 건강에는 이상이 없다"는 입장이다.
또 롯데홀딩스의 실적이 한국 롯데와 비교해서는 차이가 많이 나지만 전년 대비해서 나쁘지 않았다는 점도 의문점이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2013년 회계연도(3월 결산) 일본 롯데홀딩스의 연결 기준 매출액은 5조7572억 엔으로 전년보다 34.3%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한국 롯데그룹의 성장률(11%)의 3배에 달한다.
일본 롯데홀딩스의 매출액은 2012년에는 제로(0)였지만 2013년에는 34억 엔을 기록했다. 일본 롯데홀딩스 같은 지주회사의 주요 수입원은 계열회사들로부터 받는 배당금이다. 일본 롯데그룹 전반적인 실적이 좋아졌다는 의미다.
이에 신 전 부회장이 쓰쿠다 다카유키 일본 롯데홀딩스 사장과 대립하다가 실적 저하로 인해 밀려났다는 일본 보도가 사실과 다를 수도 있다는 해석도 나왔다.
이에 롯데 측에서는 "일본 롯데의 지난해 실적이 한국롯데 성장률의 3배에 달했지만 지분 관계상 한국롯데의 실적이 반영된 수치"라면서 "일본롯데는 매출액이 5조7000억원 정도로 한국롯데의 83조원에 비하면 크게 못 미치고 있으며 이에 신격호 회장이 질타를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신동빈 회장이 일본 롯데 경영 여부에 '아니다'가 아닌 '모르겠다'고 말한 것도 향후 일본 롯데 경영의 가능성을 염두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다.
이에 롯데 측은 신동빈 회장이 일본 경영에 "모르겠다"고 답한 것은 보수적인 롯데 그룹의 기업문화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이 아직 건재한 상황에서 아버지의 결정에 대해 자식이 왈가왈부 하는 것은 '불경죄'로 여겨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한편 일각에선 이번 신동주 전 부회장의 해임으로 오히려 차남인 신동빈의 입지가 줄어들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신 회장이 후계구도에서 앞섰다는 관측도 있지만, 장남을 내친만큼 신격호 회장이 동생도 언제든 내칠 수 있다는 경고를 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신격호 회장의 오랜 숙원이었던 제2롯데월드가 현재 안전사고 논란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내년에는 123층의 롯데월드 타워까지 완성해야하는 시점에서 신동빈 회장의 부담감도 상당할 전망이다.
또 여전히 지분 구조에 있어서 신동주 전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이 큰 차이가 없는 상황이라 향후 신격호 회장이 누구에게 지분을 상속하느냐에 따라 후계 구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여전히 이번 신동주 전 부회장의 해임에 대해 명확한 이유는 알 수는 없지만 신격호 회장의 결심에 따라 후계구도가 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열려 있다"면서 "오너 일가인 만큼 신동주 전 부회장의 경영 복귀도 충분히 이뤄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