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승리 기자] 중소기업의 '왕', '대통령' 등으로 불리는 '제25대 중소기업중앙회장'의 자리를 두고 후보자 추천 단계서부터 시끄럽다.
이번 선거가 '비밀선거' 원칙을 위배한다는 주장이 나오는가 하면 후보 중 한명은 혼탁한 선거에 대한 경종을 울린다면서 후보직을 전격 사퇴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처럼 회장직을 놓고 분쟁이 일어나는 것은 중소기업중앙회장이 경제 6단체장 중 하나로 335만 중소기업을 대표하고 967개의 조합 가운데 정회원인 580여 정회원 조합에 대한 감사권도 갖게 되는 등 막강한 힘을 얻기 때문이다.
중기중앙회장은 경제4단체장 중 한 명이기 때문에 외국의 총리 이상급 고위 공직자들이 국빈방문시 만찬을 주재하는 자격을 갖는다. 출국 시에도 부총리급 의전 예우를 받는 등 중소기업 사장에서 대폭 신분이 상승한다.
대우도 남다르다. 비상근직이기 때문에 별도의 급여는 없지만 매월 1000만원의 대외활동수당과 최고급 세단인 에쿠스 차량을 이용하게 된다. 중앙회장 주재의 행사는 중앙회 차원에서 비용을 결제하기 때문에 연 1억5000만원의 대외활동수당은 오롯이 회장 개인을 위해 사용할 수 있다. 또 중기중앙회가 운영하는 홈앤쇼핑 이사회 의장도 겸임하게 된다.
박주봉 철강구조물조합 이사장은 12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는 30일 각 후보들이 추천 종료 후 자신을 추천한 조합 명단을 받을 수 있다는 중앙회 선거규정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후보자가 본인을 추천한 자의 실명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현 제도는 민주주의 선거의 원칙 중 하나인 비밀선거에 위배된다"며 투표자 개개인의 인증샷(사진)을 받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박 이사장은 이 제도로 인해 조합원들이 타 후보의 눈치를 보느라 맘 놓고 추천을 할 수 없다고 전했다. 회원간 화합을 저해하고 선거 후 후유증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중기중앙회는 오는 17일부터 회장 선거를 공고하고 26일부터 30일까지 중기중앙회 정회원의 후보 추천을 받는다. 총 8명의 후보가 예비 등록을 마친 가운데 8인 중 정회원의 10% 이상 20% 이하 유효 추천을 얻은 후보만이 최종 후보로 등록할 수 있다.
차기 회장 선거에 나서는 이는 김용구 신동 대표(전 중기중앙회장)를 비롯해 박성택 아스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장, 박주봉 철강구조물협동조합 이사장, 서병문 주물공업협동조합 이사장, 윤여두 농기계사업협동조합 이사장, 이재광 전기공업협동조합 이사장, 정규봉 정수기공업협동조합 이사장, 한상헌 농기계공업협동조합 이사장 등이다.
각 후보자들은 580여개 중앙회 소속 회원조합 중 10% 이상의 추천을 받아야 본선에 진출할 수 있다. 추천은 최대 20%까지만 받을 수 있다. 이렇게 따지면 후보 8명 중 3~4명만 본선 진출이 가능하다.
문제는 후보들이 추천기간 중 중앙선관위나 서울시선관위에 방문, 자신을 추천한 사람들의 실명이 담긴 명부를 열람할 수 있다는 점이다.
조합들은 대부분 후보 전원과 잘 아는 사이이기 때문에 여덟 사람이 모두 추천을 부탁하면 어느 쪽 편을 들어야 할지 난감해진다. 한 사람 편을 들게 되면 나머지 일곱명의 후보와 사이가 껄끄러워진다. 이에 후보 추천을 기권하는 사람이 전체 선거인단의 10~20%에 달할 정도다.
이에 박 이사장은 현 제도가 현 집행부 기득권 세력에 절대적 유리하고 업종별로 연대하는 세력에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1표 당 금권·불법선거 조장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밀 보장이 되지 않는 선거방식을 개선해 추천 기간이 끝나는 30일 추천인 수만 공개하는 것으로 선거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명단 공개는 회장 선거가 끝난 후에 공개하라고 전했다.
결국 이러한 분쟁은 후보 사퇴로까지 이어졌다. 이번 선거에 나선 후보자 한상헌 한국농기계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이 사퇴를 결심했다.
한 이사장은 12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선거는 역사상 유례없이 8명이나 되는 후보가 출마함에 따라 벌써부터 과열과 혼탁, 흑색비방선거를 넘어 돈선거까지 우려되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이어 "누군가는 이 혼탁한 선거에 대한 경종을 울려 음해와 금권선거를 배척하고 깨끗한 선거문화 정착을 위해 살신성인해야 한다는 시대적 양심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중앙회장은 임기 4년으로 연임만 가능하다. 김기문 현 회장은 오는 2월을 끝으로 임기를 다 채운다. 김 회장 연임 당시인 4년 전만 해도 다른 후보가 나오지 않고 단독 추대 방식으로 2기 임기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