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승리 기자] 24개 보험사는 지난 2004년 7월 금융감독원의 구두 지시에 따라 단체상해보험상품의 영업보험료 할인·환급 축소·폐지를 결정한 후 2007년 3월까지 시행했다. 하지만 2008년 공정거래위원회는 '보험사들이 담합을 했다'는 판단에 따라 이들 보험사에 105억93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같은 제재는 2012년 대법원 판결 등을 통해 최종 확정됐다.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의 감독이나 지도가 공정거래법과 상충하면서 이처럼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사례는 자주 벌어진다. 지난해에는 공정위가 금감원 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작업반 회의에서 변액생명보험 수수료율 공동책정을 결정한 9개 생보사에 대해 과징금 201억원을 부과했다가 고등법원 판결에서 패소하는 일도 벌어졌다.
이에 따라 금융위와 공정위가 이같은 엇박자 규제로 금융회사들이 피해를 입는 일을 막기 위해 정책 협의를 강화하기로 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과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은 8일 행정지도 단계에서부터 양 기관이 사전 협의하자는 내용의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양 기관은 지난해 10월부터 국·과장급 협의채널을 마련해 양해각서 개정안을 마련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해왔다.
양해각서에 따르면 금융위는 금융사에 대한 행정지도를 할 때 공정위와 공정거래법령 위반 가능성에 대한 사전 협의를 요청할 수 있으며, 공정위는 금융산업의 특성을 고려해 최대한 신속히 의견을 회신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행정지도 과정에서 시 등을 통해 내용을 공개함으로써 투명성을 높여야 하며, 공정위는 행정지도의 범위 내에서 금융사가 개별적으로 행한 행위에 대해서는 제재조치를 취하지 않는다.
다만 행정지도를 계기로 금융사들이 별도로 합의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담합'으로 제재할 수 있다. 이 경우에도 금융사의 부당 공동행위가 금융위의 행정지도와 관련있다고 판단될 경우 과징금의 최대 20%가 감경된다.
금융위와 공정위는 이번 MOU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2월까지 금융위 금융정책국장과 공정위 경쟁정책국장이 참여하는 실무협의기구를 만들어 시적으로 협의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행정지도의 투명성을 높여 금융산업의 규제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고, 양 기관의 사전협의를 강화해 금융사의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