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승리 기자]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예상치를 밑돌게 되면 환율 급변이 우려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7일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 다변화와 한국의 정책 대응 방향'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한경연은 "최근 선진국들이 상반된 통화정책을 펼침에 따라 올해는 (환율수준보다는) 예상치 못한 급격한 환율변동이 더욱 큰 문제가 될 것"이라며 "이에 미국 등 국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대비해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한경연은 원화 가치 변동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미국주식시장 상황과 미국의 금리정책을 꼽았다.
연구에 따르면 2000~2014년 상반기 원-달러 환율변동성의 55%가 빅스지수(VIX)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영국·일본·캐나다 등 선진국 통화의 달러 환율변동성에 빅스지수가 미치는 영향도는 36%로 나타났다. 1990년대의 빅스지수의 영향도는 13%에 불과했다.
빅스지수는 시카고옵션거래소에 상장된 S&P 500 지수옵션의 향후 30일간의 변동성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나타내는 지수로, 미국 주식시장에 대한 국제투자자들의 불안감을 반영한다.
또 미국의 금리정책이 원-달러 환율변동성에 미치는 영향력 역시 2000년 이후 더욱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선진국 통화의 환율변동성에는 미국 금리정책이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
김성훈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이 미국의 주식시장과 금리정책에 영향을 받게 된 것은 1997년 동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IMF 체제하에서 대외 금융거래가 더욱 자유로워졌기 때문"이라며 "국제투자자들이 여전히 우리를 신흥국 디스카운트 대상으로 보는 경향이 반영된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세계 경제가 여전히 느린 회복과 침체 국면을 오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만약 올해 미국경제의 실질지표 등이 예상치에 못 미칠 경우 연준기준금리 인상을 포함한 미국 통화정책 전반의 정상화 과정이 처음부터 삐걱거리게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 결과 미국주식시장을 비롯한 국제금융시장 전반이 불안에 휩싸일 수 있다"며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미국 금융경기에 과도하게 노출된 나라들의 통화가치는 급격한 부침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경연은 급격하게 변화하는 국제금융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 외환보유고관리와 기준금리 조정 기능 강화를 제시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기간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외환보유고 증가율이 1%p 증가하면 원-달러 변동성이 0.16%p 낮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우리나라와 미국의 금리차가 1%p 벌어지면, 원-달러 변동성이 0.36%p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부연구위원은 "외환보유고관리와 기준금리 조정 등 정책 수단들이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며 외환시장안정화에 효과적인 역할을 해왔다"며 "외환보유고 조절 기능을 더욱 강화하고, 기준 금리 조정 시 국내 경기조절과 외환시장 안정화라는 두 목표 사이에서 적절한 판단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