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기철 기자] 울리 슈틸리케(60·독일) 축구대표팀 감독이 국내 각급 지도자들과 함께 한국 축구의 기적을 이루자고 독려했다.슈틸리케 감독은 4일 오전 경기도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 1층 대강당에서 열린 2014 KFA(대한축구협회) 기술 콘퍼런스에서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서 '현대 축구지도자들에게 필요한 역량과 덕목'이라는 주제로 마이크를 잡았다.
A대표팀 감독으론 처음으로 기술 콘퍼런스에 참석한 슈틸리케 감독은 "여기 계신 분들은 나의 동료들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한국 축구를 위해 한 배를 탔다"며 자신의 축구철학과 지도자로서 경험한 것들을 소개했다.
그는 현대 지도자에게 요구되는 핵심 역량으로 ▲지식 ▲경험 ▲심리학 ▲공정성·객관성 ▲분석능력 ▲교육역량 ▲개성 등을 꼽았다.
슈틸리케 감독은 "1989년 처음 지도자가 된 이후에 경험을 토대로 만든 나의 지도자 매뉴얼이라고 생각했으면 한다"며 "지도자는 여러 가지를 수행해야 하는 복잡한 자리에 있는 사람이다"고 말했다.
훈련의 목적 및 특징에 대한 자신의 철학도 설명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7~8살짜리 선수에게 코너킥으로 골을 넣으라고 하는 것은 무리한 목표 설정이다. 달성이 가능한 현실적인 목표를 설정하는 중요하다"며 "목표를 설정하면 훈련으로 실행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훈련 중에는 끊임없는 관찰 및 수정이 이뤄져야 한다. 이를 토대로 잘된 점과 되지 않은 점을 구분하고, 결과를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며 "여기서 새로운 것은 얻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 다시 목표를 설정하는 선순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특히 슈틸리케 감독은 '선수 개개인의 한계치'라는 부분을 강조했다. 그는 "선수 개개인의 한계치를 높여 팀에 최적화된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선수마다 가진 능력은 각기 다르다. 이런 선수들을 모아 최대의 성과를 내는 것이 감독의 역할이다"며 "언론이나 대중은 선수마다 가진 능력이 모두 다르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감독은 훈련을 계획, 실행을 진두지휘하고, 성과에 대해선 책임을 지게 된다"고 했다.
시청각 자료를 통해 지도하는 스타일도 소개했다. 그는 "말로 하면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선수들이 많다. 그래도 눈으로 보면 잠시나마 머릿속에 남는 면이 있다"며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지난 10월에 있었던 코스타리카, 파라과이와의 A매치 평가전과 11월 중동 원정 등의 비디오 영상을 통해 문제점을 지적하며 어떤 방식으로 대처했는지도 직접 소개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또 "서적을 통해 공부하는 지도자들도 있을 것이다. 책에 있는 것을 무조건 받아들이는 것보다는 팀 사정에 맞게 변형해 응용하는 게 중요하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브라질월드컵에서 우승한 독일에 특색이 있는 선수들이 많다. 어떻게 하면 되느냐'는 한 참석자의 질문에 "무조건 독일 축구를 접목하려고 할 필요는 없다. 철학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한국은 세계적인 IT기술을 보유하는 등 선진국 대열에 서 있다. 축구에도 이처럼 '한강의 기적'을 이뤘으면 한다"며 자리를 끝냈다.
이날 행사에는 현역 K리그 감독 일부를 비롯해 각급 지도자와 전임 감사 등 170여명이 참석했다. 기술 콘퍼런스는 5일까지 이틀간 진행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