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조종림 기자] '내게 시가 있다면 그녀에게는 마이크가 있습니다. (중략) 사랑하고 아나운서가 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동안, 더 깊어지고 더 넓어진 사람. 그녀는 시를 쓰는 내가 세상에서 훔친 유일한 시입니다.'
조기영 시인이 아내 고민정 KBS 아나운서에게 바치는 시다. 해가 저무는 서해안을 배경으로 두 사람의 모습이 그림 같은 영상에 담겼다.
'초년병 시절, 매끄럽지 못한 모습이 부끄러운 기억으로 남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더 잘하고 싶었습니다. 더 믿음을 주는 아나운서가 되고 싶었습니다. 시청자들과 더 가까이 호흡하는 아나운서가 되겠습니다'
2006년 12월 뉴스를 진행하다 원고를 뒤적거리며 한숨을 짓던 김진희 KBS 아나운서의 다짐이다. 영상은 해당 방송사고 장면으로 시작, 안정적인 진행을 선보이는 김진희 아나운서의 모습으로 닫는다.
"아나운서들의 방송 뒷모습을 꺼내보자는 생각으로 기획했어요. 평소 공영방송 아나운서라는 한계 때문에 이들의 모습을 마음껏 소개하기 어려웠거든요. 아나운서 개개인이 무엇을 가지고 있고 무엇을 보여줄 수 있느냐를 알게 돼 기뻤습니다."(윤영미 KBS 아나운서 실장)
아나운서와 엔터테이너를 합친 조어 '아나테이너'가 낡아진 시절, KBS 아나운서가 진심을 전한다. 아나운서들의 특기와 장점을 아나운서들 스스로 영상으로 제작해 알리는 'KBS 아나운서 100인 100색'을 통해서다.
"영상에서 '여러분의 마음속에 시와 같은 아나운서가 되겠다'고 했어요. 시가 세상을 좀 더 아름답고 풍성하게 볼 수 있게 하는 것처럼 저도 그런 아나운서가 되겠다는 마음이에요."(고민정) "초년생 여러분들 실수를 하더라도 힘을 내셨으면 해요. 저도 친숙한 이미지의 아나운서가 되고자 소망해봅니다."(김진희)
다채로운 콘텐츠가 각 아나운서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이슬기 아나운서는 라틴댄스, 백승주 아나운서는 라이브 무대, 김민정 아나운서는 발레, 오언종 아나운서는 랩을 선보이며 끼를 뽐낸다.
"MC는 게스트를 빛나게 해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잖아요. 그동안 저는 질문을 하는 역할이었어요. 제 이야기를 한 적이 없었죠. 이번 프로그램은 제 색을 낼 좋은 기회였어요."(이슬기)
지난 9월 시작한 '100인 100색'은 프로그램과 아나운서의 홍보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오정연 아나운서의 리듬 체조 시연 영상은 2014아시안게임 기간 중 각종 SNS를 통해 노출돼 6만 건에 육박하는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오정연 아나운서가 담당했던 아시안게임 리듬체조 중계방송은 지상파 방송 중 시청률 1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2004년 입사해 올해로 데뷔 10주년을 맞은 고민정·김진희 아나운서의 새로운 다짐, 프로그램과 아나운서의 홍보 효과가 전부가 아니다. 선·후배 아나운서들은 한자리에 모여 제작회의를 진행하는 과정을 통해 결속력을 다졌다. 그리고 그 결과물은 시청자를 향한다.
"후배들이 재주가 많다는 걸 선배도 몰랐는데 시청자들이 어떻게 알 수 있었을까요. 사실 '100인 100색'이라는 제목답게 KBS에는 100명이 넘는 아나운서가 묵묵하게 일하고 있어요. 이 프로그램이 저희가 시청자에게 먼저 다가가는 소통의 한 창구로 역할 한다고 봐요. 귀엽게 봐주시고 친근하게 느껴주셨으면 합니다."(김진희)
아나운서들의 뉴스 진행기를 담은 김지원 아나운서 편과 39기 신입 아나운서들의 '개그콘서트' 편이 공개될 예정이다. 각 포털사이트와 동영상 사이트에 '백인백색'으로 검색하면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