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승리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7일 떠난 일본 출장길에 신종균 IT모바일(IM) 부문 사장과 동행한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이 부회장이 다음주 초 예정된 사장단 인사를 앞두고 신 사장에게 수행을 맡긴 것에 대해 재계에서는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는 분위기다.
최근 들어 일각에서는 신종균 사장이 삼성전자 실적악화의 책임을 지고 IM 부문 사장 자리에서 물러날 것이라는 관측이 강하게 제기돼 왔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정기인사에서 신종균 사장이 IM 부문의 수장직에서 물러나고, 소비자가전(CE) 부문을 총괄하는 윤부근 사장이 IM 사업 부문까지 맡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도 "일부 전문가들은 3년 만에 최악을 기록한 3분기 실적발표 이후 신 사장이 교체될 것이라고 예상해왔다"며 신 사장의 경질설을 보도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신 사장과 함께 해외 출장에 나선 것은 신 사장에 대한 여전한 신뢰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다.
28일 재계 관계자는 "IM 부문 실적이 급추락한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삼성전자 내에서 절반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는 주력사업"이라며 "스마트폰 시장 상황이 급변하고 있는 가운데 당장 한 해 실적의 책임을 물어 주력사업의 수장을 교체하는 것은 삼성전자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신 사장은 '갤럭시' 시리즈를 연달아 성공시키며 삼성전자를 세계 스마트폰 1위 기업으로 올려놓는데 막대한 역할을 했다"며 "공로가 워낙 크기 때문에 회사 측에서 한 번 더 기회를 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이 부회장과 신 사장의 동행으로 재계 안팎에서는 올 연말 조직개편에서 삼성전자가 당분간 3개 사업부문 체제를 유지하며 소폭의 개편을 진행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의견도 조심스레 흘러나오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사업을 총괄하는 IM 부문은 신종균 사장이, CE는 윤부근 사장, 반도체·디스플레이 패널과 같은 부품(DS) 사업 부문은 권오현 부회장이 이끄는 3개 부문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실적이 악화된 삼성전자가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할 예정이며, 특히 스마트홈과 사물인터넷(IoT) 등 신사업 분야에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 하기 위해 IM부문과 CE부문을 통합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를 제기했었다.
한편 이번 삼성은 이번 정기 인사를 통해 사장단 규모를 그 어느 때보다도 큰 폭으로 줄일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현재 오너일가 등 부회장 급을 포함한 그룹 사장단 수는 총 61명. 이중 적어도 10명 가까이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이다.
특히 삼성의 '신상필벌(信賞必罰)' 인사 원칙에 따라 실적이 부진한 IM 사업부와 계열사를 중심으로 문책성 인사가 진행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IM 부문의 경우 신 사장을 포함해 사장만 7명이며, 이 중 5명이 무선사업부에 포진해 있다. 한때 전체 영업이익의 70%를 차지하며 고공 행진을 거듭해 온 IM 사업부는 지난 3분기 반도체에 실적 '일등공신' 자리를 내줬다. 이번 인사에서 IM 부문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또 삼성종합화학과 삼성테크윈, 삼성토탈, 삼성탈레스 등 4개사의 한화그룹으로의 매각, 삼성SDI와 제일모직의 합병,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 무산 등도 사장단 규모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시장의 예상과 달리 혹독한 칼바람이 불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의 인사 원칙대로라면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지는 것이 맞다"며 "하지만 이건희 회장의 공백, 합병과 매각 등으로 전반적으로 조직이 어수선한 상황에서 핵심 경영진의 교체보다는 안정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한편 삼성측은 연말 인사 내용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조직 개편이나 인사와 관련한 내용은 발표 직전까지는 알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