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기철 기자] 주사위는 던져졌다. 한국 축구의 새 역사를 쓸 결전의 날이 밝았다.
울리 슈틸리케(60·독일)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8일 오후 9시55분(한국시간) 이란 테헤란의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이란과 자존심을 건 한 판 대결을 펼친다.
지난해 6월18일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2014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조별리그 최종전(0-1 패) 이후 17개월 만에 성사된 리턴 매치다.
당시 카를로스 케이로스(61·모잠비크) 이란 감독에게 '주먹 감자'까지 먹으면서 자존심에 생채기를 낸 한국이다. 제대로 되갚아 줄 때가 됐다.
당시의 설욕과 원정 무승 징크스를 깨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승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한국은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린 역대 5차례 이란과의 맞대결에서 한 번도 이겨본 적이 없다. 2무3패를 거뒀다. 통산 상대 전적으로 보아도 9승7무11패로 열세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도 이란이 51위로 한국(66위)보다 앞선다.
승리시 한국 축구의 새 역사가 쓰여진다. 한국은 1974년 이회택·김호곤·차범근을 앞세운 이란의 첫 원정(0-2 패)에서의 악연을 시작으로 역사에 오점만을 남겨왔다.
브라질월드컵 이후 국민적 기대 속에 출범한 슈틸리케호가 오욕의 역사를 깰 준비를 하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17일 열린 사전 공식 기자회견에서 "아시아를 대표하는 두 강자인 한국과 이란이 만났다. 아시아 1위 팀 이란의 홈에서 경기를 하게 된 것은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친선경기이지만 그래도 이겨서 돌아가고 싶다"면서 승리에 대한 욕심을 감추지 않았다.
목표도 확실하다. 내년 1월 호주아시안컵에서 만날 수 있는 이란이다. 최종 모의고사 성격이 짙은 이번 평가전에서 반드시 승리를 거두고 FIFA랭킹도 끌어올린다는 것이 슈틸리케 감독의 복안이다.
감정의 골도 털어냈다. '주먹 감자'를 날리며 한국의 공분을 샀던 케이로스 감독이 경기 전날 사과의 뜻을 밝히면서 슈틸리케 감독 체제의 한국과 좋은 경기를 하고 싶다고 했다. 경기 외적으로 신경쓰일 수 있는 부분이 제거됐다.
더이상의 실험은 없다. 지난 9월 부임 이후 앞선 세 차례의 평가전(파라과이·코스타리카·요르단)에서 파격적인 실험을 계속했던 슈틸리케 감독은 안정된 전술로 이란을 넘어설 작정이다.
비교적 약체를 상대로 한 공격적인 운용보다는 안정된 수비를 바탕으로 한 4-2-3-1 포메이션이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내용과 결과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하는 슈틸리케 감독으로서는 필승조를 투입할 전망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요르단전과는 선발라인업이 달라질 것이다. 그동안 뛰지 않았던 선수들 위주로 나설 예정이다. 모든 필드 플레이어에게 45분 이상의 출전을 보장한다는 약속을 한 바 있다"고 공언했다.
요르단전 풀타임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많은 체력을 소모한 박주영(29·알 샤밥)보다는 충분한 체력을 비축한 이근호(29·엘 자이시)가 공격의 선봉에 설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팀의 붙박이 좌우 측면 자원인 손흥민(22·레버쿠젠)과 이청용(26·볼턴)은 요르단전에서 후반 교체 멤버로 활용됐지만 제 자리를 찾을 가능성이 크다.
구자철(25·마인츠)이 부상으로 자리를 비웠던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는 '슈틸리케 황태자' 남태희(23·레퀴야)가 가세해 경합을 벌이고 있다.
주장을 맡기며 기대를 나타낸 슈틸리케 감독의 구상에 따라 구자철이 선발로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요르단전에서 불안감을 보였던 중원을 메우기 위해서는 기성용(25·스완지시티)이 돌아와 중심을 잡아줄 것으로 보인다. '진공 청소기' 한국영(24·카타르SC)의 더블 볼란치 조합이 예상된다.
왼쪽 풀백은 최근 소속팀에서 4경기 연속 풀타임 출전하며 강팀을 상대한 윤석영(24·퀸즈파크레인저스)이 맡을 확률이 높다.
중앙 센터백에는 '베테랑' 곽태휘(33·알 힐랄)가 홍정호(25·아우크스부르크)와 발을 맞출 것으로 보이고, 골키퍼 장갑은 김승규(24·울산)가 낄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상 이란전 베스트11이 호주 아시안컵 멤버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번에는 장소가 바뀌었다. '원정 팀의 무덤'으로 악명 높은 테헤란의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약 해발 1270m의 높은 고도와 함께 10만 홈 관중이 동시에 내뿜는 야유를 견뎌야 한다.
슈틸리케 감독은 "테헤란에서 경기를 해본 경험은 전혀 없지만 10만 관중 앞에서 경기를 해본 적은 많이 있다. 관중이 많이 와줬으면 좋겠다. 그래야 좋은 경기력, 좋은 축구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