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승리 기자] ‘해외 직구’는 ‘해외 직접 구매’의 줄임말이다. 보통은 더 줄여서 ‘직구’라고 일컫는다.
직구는 말 그대로 국내 소비자가 해외 온라인 쇼핑몰(해외 브랜드 자체 쇼핑몰 포함)에 접속, 자신이 필요로 하는 외국산 상품을 직접 구매한 뒤 국제 배송을 받아 이용하는 것을 말한다.
◇직구, 국내 수입 상품 시장을 뒤흔들다
이제껏 외국산 상품은 국내 업체가 해외 브랜드로부터 수입하거나 해외 브랜드의 국내 지사가 본사로부터 들여와 국내 온·오프라인 유통채널을 통해 소비자에게 판매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따라서 국내에서 불고 있는 직구 열풍은 기존 외국산 상품의 국내 유통 방식을 뿌리부터 흔들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국내 수입업체, 유통채널의 존재 가치를 사실상 없애는 셈이다.
직구는 국내에서 한때 인기 높았던 ‘구매 대행’의 설 자리도 빼앗았다.
구매 대행은 해외에서의 상품 구매로부터 배송(현지 및 국제)-통관-배송(국내)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들을 전문 업체가 맡아 해주는 서비스다. 상품 정보는 대행 업체의 홈페이지에 모두 한국어로 소개되고, 소비자는 상품 가격, 배송비, 관세, 대행 수수료를 모두 포함한 총비용을 결제한 뒤 모든 것을 맡겨놓으면 돼 편리하다.
그러나 소비자가 원하는 모든 상품을 구매 대행해주는 것이 아니라 업체가 선정해놓은 상품들 중 골라야 한다는 점, 적잖은 대행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점 등에 아쉬워하던 소비자들이 대거 직구로 갈아탔다.
이로써 구매 대행은 이제 외국산 상품을 국내 판매가 보다 좀 더 저렴하게 구입하고 싶지만 직구에는 자신 없을 때, 파손 위험이 있거나 교환·환불 등의 우려가 높은 상품들을 쇼핑할 때, 한국으로부터의 직구를 차단해놓은 미국 내 일부 쇼핑몰 등을 이용할 때 등 직구의 ‘보완 수단’으로 이용될 뿐이다.
직구 대상 국가의 범위도 점점 넓어지고 있다. 그 동안의 미국 일변도에서 벗어나 일본 정부의 엔저(円低) 정책으로 한국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상대적으로 강해진 일본을 비롯해 중국·홍콩 등 아시아 국가, 독일·영국·프랑스·스페인·네덜란드 등 유럽 국가까지 인터넷 쇼핑이 가능한 거의 모든 나라의 상품들이 클릭 한 번에 우리 안방으로 날아온다.
지난10일 타결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내년에 정식 발효하게 되면 중국 상품 직구가 큰 인기를 누릴 것으로 전망된다.
◇직구, 이 정도일 줄이야
직구는 앞서 지난 1988년 수입 자유화 조치 이후 해외에 거주하는 친지 등을 매개로 간간히 이뤄지다 인터넷 발전 속도와 발맞춰 조금씩 상승세를 탔다. 급기야 2012년 한미 FTA가 발효하면서부터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실제로 대한상공회의소, 관세청 등에 따르면 인터넷 전자상거래를 이용한 수입물량, 즉 직구 물량은 최근 5년간 매년 200만∼300만 건씩 증가하며 연평균 46.5%씩 늘어났다. 지난해 직구 금액은 1조1356억원(1115만8000건)을 기록, 역대 최초로 1조원을 돌파했다. 이는 전년 대비 42.8% 증가한 규모다.
직구는 올 들어 황금기를 맞았다. 박근혜 정부가 지난 3월5일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내수의 한 축인 ‘소비’를 늘리기 위해 규제개혁을 통한 직구 활성화에 나선 데 따른 것이다.
이에 관세청은 6월16일 직구 관련 목록통관 대상을 일부 식·의약품을 제외한 모든 소비재로 확대했다.
목록통관이란 개인이 사용하기 위해 수입하는 물품가액 미화 100달러(미국에서 발송된 경우 200달러) 이하 상품에 대해 수입신고 없이 송수하인 성명, 전화번호, 주소, 물품명, 가격, 중량 등이 기재된 송장만으로 통관시켜주는 제도다.
별도의 통관 절차가 없는 만큼 빠르게 통관이 이뤄지고 관부가세(관세와 부가가치세를 비롯한 각종 세금)도 면제된다.
이제 직구는 영어가 유창한 일부 계층의 전유물이나 생활비를 아끼려는 알뜰 주부들의 고육책이 아닌, 누구나, 아무나 할 수 있는, 아니 반드시 해야 하는 필수 쇼핑 방법으로 자리 잡게 됐다.
◇직구는 어떻게 ‘대세’가 됐나…저렴한 가격
“직구를 한 번도 안 해본 사람은 아직 많지만 한 번 밖에 안 해본 사람은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직구는 ‘중독성’이 있다. 또 아직 한 번도 안 해본 사람들도 ‘기회만 되면 한 번 해 보겠다’고 마음먹게 만들 정도로 매력적이기도 하다. 장점이 도대체 무엇이기에 쇼핑의 패러다임까지 뒤바꾸고 있을까.
직구의 장점은 뭐니 뭐니 해도 ‘저렴한 가격’이다.
보통 국내 수입업체가 상품을 수입하는 경우 B2B(제조사와 수입사간 거래) 가격에 수입 비용(배송비, 통관비, 관세 등)이 추가되고 여기에 수입사 마진 등이 더해져 수입가가 매겨진다.
이렇게 형성되는 가격 그대로 소비자가 구입할 수 있다면 직구가 가진 단점들을 감안할 때 굳이 직구에 나설 이유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소비자는 수입업체로부터 직접 상품을 구입할 수가 없다. 다시 총판-도매상-소매상 등 복잡한 유통경로를 거치면서 그들의 마진이 계속 더해져 ‘배 보다 배꼽이 커진’ 소매가가 된 뒤에야 비로소 구입할 수 있다.
게다가 일부 수입업체들은 국내에서의 독점적인 지위를 이용해 자신들의 마진을 과도할 정도로 높게 책정하기도 한다. 당연히 소비자들은 ‘봉’이나 ‘호구’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인구가 약 3억2000만 명,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 집계로 미화 약 5만3000달러(약 5832만원)인 세계 최대의 소비국가다. ‘규모의 경제’ 덕에 B2B 가격이 매우 저렴한 데다 소매 유통채널도 워낙 많다 보니 경쟁이 치열해 소매가도 낮을 수밖에 없다. 이런 상품을 직구를 할 때 목록통관 요건에 잘 맞춘다면 관세 걱정도 덜어낼 수 있다.
물론 배송비가 있긴 하다. 그러나 그 정도는 충분히 감내할 수준이다. 요즘은 배송대행업체들끼리도 경쟁이 붙어 소비자로서는 눈치작전만 잘 펴면 단돈 100원이라도 싸게 배송을 받을 길이 얼마든지 있다.
이런 이유로 같은 외국산 상품을 정식 수입된 것을 사는 것 보다 직구를 할 때 절반 이상 저렴하게 구입 가능한 ‘사태’가 빚어지는 것이다.
게다가 해외 쇼핑몰들은 시시때때로, 이런저런 명목으로 큰 폭의 할인 판매를 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경우가 곧 다가오는 블랙 프라이데이(현지 시간으로 11월 마지막 목요일인 추수감사절 다음날, 올해는 28일)에서 크리스마스로 이어지는 쇼핑 시즌이다. 이때는 최대 70%나 저렴하게 상품을 구입할 수 있다.
◇직구는 어떻게 ‘대세’가 됐나…다양한 상품을 남들 보다 빠르게
미국의 경우 소비 인구가 많은 만큼 수백만~수천만 가지의 상품들이 판매된다. 같은 제품이라도 디자인이나 색상이나 다양하다.
이와 달리 한국은 수입업체들이 위험 부담을 덜기 위해 종류는 물론 디자인, 색상까지 국내 시장에서 팔릴 만한 상품들만 골라서 수입할 수밖에 없다. 일부 상품의 경우 원하는 소비자가 너무 적다 보니 아예 수입할 엄두도 못내는 경우도 태반이다. 그래서 해외 쇼핑몰에 가면 국내에서는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온갖 상품들을 볼 수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다. 아직 국내에 소개도 되지 않은 해외의 따끈따끈한 ‘신상’들도 정말 빨리 접할 수 있다.
스타들의 패션은 파파라치 사진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국내에 보도된다. 그들이 옷, 신발, 가방은 각 브랜드의 신상품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내 스타들의 ‘공항 패션’이 각 패션 브랜드들의 최신 상품 협찬을 통해 이뤄지는 것처럼 그들 역시 대부분의 패션을 브랜드들의 협찬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모습에 반해 해당 해외 브랜드 매장으로 달려간다 해도 구입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직 국내에 수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브랜드가 국내에 진출했다면 기다릴 수 있어 다행이지만, 없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럴 경우 용케 국내에 수입된다고 해도 일부 편집숍을 통해 극소량 들여오기 때문에 시간도 시간이지만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다.
이럴 때 직구가 해결책이다. 해외 쇼핑몰에 가면 그 상품이나 브랜드를 찾을 수 있다. 상품명이나 브랜드명을 모른다면 ‘검색 신공’을 발휘하면 된다. 국내 포털사이트들의 인터넷 커뮤니티나 구글에서 쉽게 브랜드명과 상품명을 찾아낼 수 있다. 그 다음 직구에 나서면 바다 건너 해외 스타들과 같은 차림을 하는데 1주일 밖에 걸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