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조종림 기자] "전쟁의 잔인함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전쟁에 참여하는 군인의 심리적 부담감과 어려움, 또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우리가 사는 시대는 실제로 잔인하잖아요. 이 영화가 한국 관객에게 시사하는 게 있을 겁니다."
다양한 영화에서 매번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며 세계 영화팬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할리우드 슈퍼스타 브래드 피트(51)가 전쟁영화 '퓨리'(감독 데이비드 에이어) 홍보를 위해 서울을 찾았다.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피트는 "최근 영화 트렌드를 따라가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퓨리'를 택했다"고 밝혔다.
'퓨리'는 2차 대전, 탱크 한 대로 독일군에 맞서 싸운 전차부대원의 이야기를 담는다. 브래드 피트는 탱크 '퓨리'를 진두지휘하는 대장 '워대디'를 연기했다.
'워대디'는 전장에서 쓰이는 별명이다. 워대디에게 '아버지(Daddy)'라는 단어가 쓰인 건 그가 실제로 탱크 안에서 아버지와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탱크 안에는 다섯 명의 소대원이 있고 그들을 가족으로 치환하면 워대디는 강인한 아버지다.
피트는 "지휘자로서 책임을 잘 표현하려고 했다. 탱크 안과 밖 모든 것을 책임지는 강인하고 엄격한 가장의 리더십을 워대디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또 "지휘자가 받는 심리적인 타격을 표현하는 데도 공을 들였다"고 덧붙였다.
브래드 피트의 '워대디'가 탱크 안의 아버지였다면 기자회견에 그와 함께한 로건 레먼(22)은 워대디의 아들이었다. 실제 영화에서도 워대디는 레먼이 연기한 '노먼'을 종종 '아들(Son)'이라고 부른다.
"피트에게 어떻게 하면 사람을 잘 때릴 수 있는지 배웠다"고 농담을 던진 레먼은 "영화를 촬영하면서 브래드 피트에게 근면, 성실함을 배웠다. 타인에게는 많은 것을 주고 자신은 받으려 하지 않는 그의 성격 또한 내게 큰 감동을 줬다"고 밝혔다.
아역배우 출신인 로건 레먼은 현재 할리우드에서 가장 주목받는 젊은 배우 중 한 명이다. 국내에는 '퍼시 잭슨과 괴물의 바다'(2013) '월플라워'(2012) 등으로 알려졌다.
레먼은 "극한 상황에서 촬영하면서 내 한계를 느꼈다. 훌륭한 아티스트들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는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다"며 영화를 촬영하면서 느꼈던 감정을 고백하기도 했다.
브래드 피트가 제작자로 참여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피트는 제작사 'Plan B'를 운영하고 있다. 그가 최근 제작을 맡은 '노예 12년'은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받기도 했다.
'퓨리'에서는 내가 한 게 없다며 데이비드 에이어 감독에게 모든 공을 돌린 피트는 "앞으로 제작할 영화는 대작이 아닌, 작지만 복잡하고 심오한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존경받을 수 있는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제작자로서 포부를 밝혔다.
한국팬에게 브래드 피트는 여전히 금발의 청춘스타로 남아있지만, 그의 나이도 어느덧 쉰을 넘었다. 1987년 영화 '무인지대'에서 단역으로 출연할 때만 해도 피트는 영화배우가 되겠다며 시골에서 올라온 뜨내기에 불과했다.
"영화는 제가 세상을 보는 창이었어요. 저는 시골에서 자라면서 영화로 세상을 봤어요. 지금도 저는 영화를 사랑하는 한 사람일 뿐입니다. 달라지지 않는 것 한 가지는 제가 영화로부터 받은 반응을 다시 관객에게 돌려주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입니다."
피트가 최근 관심을 기울이는 영화는 육체적인 몰입이 필요한 역할이다. 현재 피트 자신에게는 새로운 도전이다. '퓨리'의 워대디 또한 이런 맥락에서 선택한 캐릭터다.
데뷔 이후 실패 없이 배우 생활을 해온 자신에게도 슬럼프가 있었다고 고백한 브래드 피트는 "모든 성공은 실패가 기반"이라며 "내가 나를 포기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브래드 피트는 이번이 세 번째 내한이다. 그는 "한국에 많은 재능(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기회가 된다면 함께 하고 싶다"고 기대했다.
'퓨리'는 11월20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