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승리 기자] '미래의 영토'를 위한 통신사와 '당장의 먹거리'가 필요한 방송사. 이들이 황금대역인 700㎒ 주파수 배분을 둘러싸고 한치 양보없는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통신사 입장에선 최근 소비자들의 추이를 추적해 볼 때 지금부터 모바일 트래픽(데이터 양) 발생에 대비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커졌다.
반면 방송사 입장에선 유선방송이 무섭게 시장을 잠식해 들어오는 상황에서 시장을 제압할 새로운 무기로서 경쟁력 있는 주파수 대역을 놓칠 수 없다.
한마디로 양측 모두에게 700㎒ 주파수는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승부처.
다만 각자의 사정을 띁어보면 겉보기만큼이나 목숨을 걸어야 할 정도로 절체절명의 순간은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업계에 따르면 통신사들은 여분의 주파수를 확보해 스마트폰 이용 증가에 따라 늘어나는 모바일 트래픽(데이터양)에 대비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다만 당장 특정 주파수 대역이 필요하다고 강력하게 내세우기는 사실상 힘든 상황이다.
도로에 차량이 넘치면 병목현상이 발생해 일부 도로는 막히는 것처럼 네트워크상 데이터가 증가하면 서비스 속도저하로 새로운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하지만 통신사가 특정 주파수를 확보해도 지원 단말기가 시장에 적기에 출시되지 않으면 해당 주파수는 무용지물이 된다.
통신사가 오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선보일 예정인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 5세대(G)서비스도 기술표준이 아직 정해지지 않아 아직은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 "5G가 LTE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하면 LTE 주파수를 연장해 쓰면 되고, 다른 기술방식의 서비스로 결정되면 반납하고 재할당 받으면 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통신사가 '지상파 눈치보기'로 700㎒ 주파수 확보에 적극 나서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지난 10월 단말기 유통법(단통법)이 시행된 후 '통신사 수익만 늘고 있다'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지상파는 광고 경쟁력을 높이고 유료방송사업자에 방송 패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700㎒ 주파수 확보가 필요해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방송업계에 따르면 상반기 지상파 방송사는 총 800억원대 적자를 냈다. KBS는 400억원대, MBC는 200억원대, SBS는 200억원에 달한다. 만약 지상파가 700㎒ 주파수를 확보하면 방송 광고 단가를 올려 수익을 개선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다.
업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 "(지상파가 UHD 방송을 시작한 후)제작비가 상승되면 광고단가에 반영될 수 있겠지만 아직 700㎒ 주파수 용도가 확정되지 않아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지상파가 유료방송업계의 거센 도전 속에 위기감이 고조된 것도 '700㎒ 주파수 확보'에 악착같이 매달리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현재 지상파 직접수신율은 6.8%. 케이블, 인터넷TV(IPTV), 위성방송 등 유료방송 시청 비율이 그만큼 높다는 얘기다. 여기에다 유료방송은 이미 모두 UHD 방송을 내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