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조종림 기자] SBS TV 토크 프로그램 '힐링캠프'에서 MC 김제동(40)은 말수가 적다. 양념같은 추임새로 이야기의 분위기를 돋우는 정도다. 대신 표정으로 이야기한다. 가끔 카메라에 잡힌 그는 늘 '경청하고 있다'는 표정이다. 오만상을 쓰며 감정을 공유하는 듯한 인상을 풍기고 잇몸을 드러내고 웃으면서 게스트를 응원한다.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는 시대라고 봐요. 원래 우리가 이야기하는 걸 좋아해요. 술자리에서 봐요. 소주 한 병만 먹으면 제일 많이 하는 말이 '내 말 좀 들어봐'잖아요."
11일 오후 삼성동 백암아트홀에서 그는 '원래 우리가 이야기하는 걸 좋아한다'는 자신의 말을 증명하려는 듯 많은 말을 쏟아냈다. 진행 중인 토크 콘서트 '노브레이크'의 200회 공연을 앞두고 열린 기자간담회다.
"토크 콘서트가 200회를 맞게 됐습니다. 함께해준 사람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 여러분을 이용하는 겁니다."
김제동은 이날 능변가로서의 면모를 뽐냈다. 어떤 질문에도 그럴듯한 답변을 내놓았고 그 답변마다 겸손을 생각하려 애썼다.
"토크 콘서트가 사랑받는 이유 중 첫 번째는 저죠. 하지만 그에 앞서는 원래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의 힘이 있습니다. 토크 콘서트를 시작했던 계기는 단순해요. 가수뿐 아니라 이야기만으로도 콘서트를 할 힘이 우리나라에 있다고 본 거죠. 제 재능은 일차적인 요소고 공연을 완성하는 건 들어주는 사람입니다. 사회자는 말하는 사람이에요. 들어주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 거죠."
"저에게 200번이나 좋은 풍경을 보여줘서 감사하다"는 200회 소감도 같은 맥락이다. "무대 위에 서 있는 사람만이 볼 수 있는 풍경이 있어요. 장관입니다."
이날 자리한 수십 명의 취재진은 '힐링캠프'에서 김제동 역할을 맡았다. 그의 말이 끝나기 전 수시로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했다. 집중하게 만드는 힘, 김제동이 가진 재능이다.
"사실 저는 돈 안 받고 갔을 때 더 웃겨요. 여러분들도 돈 안 받고 무언가를 할 때 즐겁지 않나요? 그런 일들에 기반이 되는 게 토크 콘서트죠. 돈 안 받고 하는 공연이라는 생각이 들도록 공연 수익금 일부를 기부하고 있어요. 아니 사실 토크 콘서트는 그분들의 돈을 다른 곳에 전달하는 창구 역할을 하는 거죠."
김제동은 이날 본인이 얼마나 잘 듣는 사람인지도 보여줬다. 무대 위에 선 그는 객석에 자리한 질문자의 얼굴을 찾았고, 그 얼굴을 더 잘 보기 위해 무릎을 꿇기도 했다. 주최 측에서 마련한 테이블은 진작 치웠다.
"공연을 위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있었던 일을 재구성하기도 해요. 나름대로 새로운 걸 개발하려고 하죠. 그게 안 되면 그 날의 관객을 믿어요. 공연 초반 관객들과 이야기하는 시간이 30분이 넘습니다. 공연에 오는 사람이 달라서 하는 이야기도 달라지는 거죠."
이는 그가 능변가가 된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2009년 첫 공연을 시작해 올해 초까지 다섯 번의 시즌, 197회 공연한 토크 콘서트만으로도 21만3400명의 관객과 만났다.
"공연마다 사람을 이야기해왔어요. 그것만으로도 제 이야기는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사실 모두가 유명해요. 모두가 이름이 있잖아요. 각자가 역사를 사는 주인공이죠. 그래서 한 사람 한 사람 이야기가 가치 있다는 생각입니다. 그런 면에서 토크 콘서트에서 했던 이야기는 다 가치가 있다고 봐요."
무엇보다 그는 자주 웃겼다.
"'마이크를 들고 한 마디 한 마디 하다 보니 200회가 됐습니다. 이제는 마이크를 놓고 한 사람에게 이야기하고 싶어요. 가을 타나 봐요. 요즘 에스프레소를 먹거든요." "어제 만화가 강풀 결혼기념일이었어요. 축하해달라고 SNS에 글을 올렸길래 익명으로 악플을 달았죠. 그때 행복했어요."
김제동이 12월 4~21일 백암아트홀에서 12회 공연하는 '노브레이크 시즌 6' 티켓은 매진됐다.
"많이 와달라고 이야기는 안 하겠습니다. 어차피 매진됐거든요. 아참, 지방 공연이 있구나."
김제동은 서울 공연을 마친 후 내년 3월까지 전주, 대구, 창원, 광주, 청주, 울산, 성남, 부산, 대전, 인천, 제주 등 전국 12개 도시에서 공연을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