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기철 기자] "잠이 오겠습니까."
8일 한국시리즈 4차전을 앞두고 만난 넥센 히어로즈 염경엽 감독은 "두 시간 밖에 못 잤다"고 말했다. 전날 3차전 역전패의 아쉬움은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 사그라지지 않았다.
넥센은 7회까지 1-0의 완벽한 경기를 펼쳤다.
하지만 8회만 되면 힘을 내는 '국민타자' 이승엽에게 바가지 안타를 맞고 동점을 내주더니 9회에는 믿었던 한현희가 박한이에게 투런포를 허용해 다 잡았던 승리를 놓쳤다.
한현희는 1-1로 맞선 9회초 2사 주자 없는 비교적 편안한 상황에 마운드를 밟았다. 하지만 정규시즌 6타수 무안타로 꽁꽁 묶었던 나바로를 볼넷으로 내보내더니 박한이에게 한 방을 얻어맞았다. 넥센 더그아웃에서 전혀 계산하지 못했던 시나리오였다.
염 감독은 "나바로와의 대결이 아쉽다. 시즌 때는 잘 막았는데…"라며 살짝 말끝을 흐렸다.
아쉬움을 내비치기는 했지만 한현희에게 책임을 묻진 않았다. 오히려 염 감독은 "현희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 현희가 없었다면 어떻게 우리 팀이 여기까지 왔겠나"라면서 두둔했다.
역전패의 빌미가 된 8회 실책성 수비를 두고도 책임을 자신에게 돌렸다. 염 감독은 "(이)택근이가 30m를 뛰어왔다. 30m를 달려 플라이볼을 잡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택근이가 못 잡았다고 뭐라 하기에는 힘든 타구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2사 1루에서 외야수들이 뒤로 물러나 수비를 한다면 수비코치가 내야수들에게 뜬공 대처에 대한 사인을 줬어야 한다. 그 이전에 내가 수비코치에게 말을 했어야한다"면서 "투수 교체와 투구수에 대해 신경을 쓰다가 내가 미처 말을 못 했다"고 자책했다.
넥센은 3차전 패배로 1승2패에 몰렸다. 아킬레스건으로 지목됐던 투수진은 오히려 기대 이상으로 막아주고 있지만 최대 무기라던 타선이 고민거리다.
200안타의 신기원을 이룬 서건창(타율 0.083·12타수 1안타)과 50홈런을 넘어선 박병호(타율 0.111·9타수 1안타), MVP 후보 강정호(타율 0.100·10타수 1안타) 모두 정규시즌과는 달리 침묵 중이다.
"포스트시즌에서는 득점력이 30~40%는 감소한다"는 염 감독은 "여기까지 온 이유가 선수들 덕분이다. 페넌트레이스 때 성적을 올리지 못했다면 지금 여기에 오지도 못했다"고 전했다.
이어 "4승을 할 때까지, 혹은 4패를 할 때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이 우리의 할 일이다. 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은 내가 지면 된다"고 선수들이 부담을 이겨내길 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