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기철 기자] '구도(球都)' 부산이 흔들리고 있다. 좋은 의미의 요동침은 아니다.
롯데 자이언츠 내부에 산적해 있던 시한폭탄들은 정규시즌이 종료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터졌다. 특정 코치의 감독 선임을 두고 선수단이 반기를 들었고 이 과정에서 여러 문제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져 나왔다.
이른바 'CCTV 사찰'은 활활 타오르는 집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됐다. 롯데는 원정 숙소로 사용하는 호텔의 CCTV를 활용해 선수들을 감시했다.
이는 엄연한 불법이다. 1980~90년대 코치들이 밤새 숙소 정문을 지켰다는 사람 냄새 묻어나는 이야기들과는 의미가 전혀 다르다.
팬들은 연일 분노했다. 일인시위는 집단행동으로 확대됐고 인터넷 여론은 롯데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사태는 정치권의 개입까지 불러일으켰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국회 정론관에서 야구 관련 기자회견을 한 사람은 내가 처음일 것"이라면서 롯데에 불법사찰 관련 입장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최하진 사장은 "선수단에 CCTV 설치 내용을 사전에 통보하라고 지시했다"는 해명에 선수단이 "그런 적 없다"고 반박하자 지난 6일 사의를 표명했다. 일생을 자이언츠에 바쳤던 배재후 단장도 같은 날 옷을 벗었다.
두 사람의 퇴진이 사태의 마무리로 이어질지, 아니면 또 다른 시발점이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팬들은 사장· 단장 동시 퇴진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개혁의 시발점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롯데로서도 자신들을 둘러싼 비난에 마음이 아프기는 하지만 그릇된 세습을 끊어낼 좋은 발판을 마련했다.
물론 작금의 사태에서 나타났듯 그룹 수뇌부들이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식으로 팔짱만 끼고 있다면 팬들로 꽉 찬 사직구장은 당분간 못 볼지도 모른다. 어쩌면 '애정반 미움반'으로 집회까지 열었던 2014년 11월 팬들의 구호가 그리워질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