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승리 기자] 원·엔 환율이 940원선까지 떨어지자 자동차·화학 등 일본과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업종이 약세를 면치 못하는 반면 반도체를 비롯한 전기·전자 업종은 여전히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일본이 추가 양적완화를 발표한 지난 10월 31일 이후 현대자동차의 주가는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현대차 주가는 지난 9월15일 21만9500원에 달했으나 이달 5일 15만1000원까지 떨어졌다. 시가총액 순위도 3년 만에 2위에서 3위로 내려앉았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일본 중앙은행의 추가적인 양적완화 결정 이후 일본 증시는 연일 초강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며 "코스피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엔저로 자동차·철강·화학·조선·기계 업종 등이 상당한 타격을 볼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보전자소재와 필름 등 화학 업종도 엔저로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분야다.
한승재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LG화학의 정보전자소재 부문과 SKC의 필름 부문은 엔저에 따른 수익성 둔화가 진행 중"이라며 "주요 경쟁 상대인 일본 업체의 가격 공세는 시장 경쟁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추가 양적 완화로 단기 시황은 더욱 부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원·엔환율 하락의 피해는 일부 업종에 국한되며, 상당수 업종이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수혜를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일본과의 경합도가 높지 않은 IT나 최근 수출 증가세가 가파른 화장품·의약품·의류·항공기 등은 최근의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원화 환산이익이 증가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연구원은 "원·엔환율 하락의 피해는 일부 업체에 국한되지만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수혜는 거의 모든 수출 기업들이 누릴 수 있기 때문에 수출 기업들의 채산성 악화 가능성에 대해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관련 기업들은 엔저로 상당한 반사 이익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민병규 연구원은 "우리나라 전기전자 업종의 수출경쟁력은 일본을 크게 웃돌기 때문에 엔·원 환율 하락에 따른 영향이 별로 없다"며 "일본으로부터 부품을 수입하는 만큼 엔·원 환율이 하락하면 원가 경쟁력이 더 높아진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