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유한태 기자]권노갑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의 회고록 ‘순명(順命)’ 출판기념회가 열린 3일 국회 헌정기념관에는 여·야의 전·현직 정치계 인사들로 북적였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원한 비서실장'으로 불리는 권노갑 상임고문이 국내에서 여는 첫 출판기념회인 까닭에 동교동계 인사는 물론 상도동계 주요인사까지 행사장에 참석해 축하의 뜻을 보냈다.
동교동계 정대철, 한화갑, 김옥두 전 의원을 비롯해 야권에서는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과 박지원 비대위원, 문재인 비대의원, 김한길·한명숙 전 대표 등이 참석했다. 여권에서는 김무성 대표와 서청원 최고위원, 이인제 최고위원, 박대출 의원 등이 참석해 모두 500여명이 행사장을 가득 메웠다.
다만 행사에 참석해 축사를 할 예정이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는 감기로 인해 참석하지 못했다. 이들은 모두 삼삼오오 모여 '형님', '아우'하며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회포를 풀었다.
이윽고 권노갑 상임고문의 어린 시절부터 최근 동국대에서 영어영문학 박사과정을 밟으며 강의실에서 공부하는 모습까지 그의 일생을 담은 동영상이 상영됐다. 프랭크 시나트라의 명곡 'MY WAY(나의 길)'가 잔잔히 울려퍼지자 참석자들의 시선이 하나둘씩 동영상에 모아졌다.
사회를 맡은 김민석 전 의원은 “오늘은 출판사가 주관하는 출판기념회지만 현역에서 물러나신 원로 선배 정치인들의 뒤늦은 팔순잔치를 후배들이 여는 것이라 볼 수 있다”며“만학에 열중이신 권 상임고문의 장학모임이라고 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무성 대표는 축사를 통해 “모택동이라는 지도자에게 주은래가 없었다면 역사가 없었을 것이라는 말처럼 김대중이라는 지도자에게 권 상임고문과 같은 그림자 인생이 없었다면 어땠을까란 생각이 든다”며 “지도자를 위해 평생 자기를 숨기고 낮추면서 역사를 만들어 간 권노갑 선배를 무한히 존경한다”고 예를 표했다.
자신을 '동교동 가문의 식구'라고 소개한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큰 형님 큰 잔치에 제가 무슨 축하냐. 많은 선배가 와 있어 다리가 후덜거려서 뭐라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권노갑 고문의 삶은 뜨거운 도전의 연속이었다. 지금도 끊임없는 열정이야 말로 젊은 세대에게 귀감이 된다”고 강조했다.
권 상임고문은 이 자리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정치인은 자서전과 회고록을 쓰는 것이 국민과 역사에 의한 책무'라고 말했다”며“제가 또 많은 모함과 구설수에 올라 그대로 놔두고 지나갈 수 없어 밝혀야겠다고 생각했다. 내 가족의 명예에 관한 문제”라고 출판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세계사에 이름이 빛난 김대중의 버팀목으로 일생을 산 것을 보람있고 영광스럽게, 아름답게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다”며 “국민을 위한 버팀목, 김대중을 위한 버팀목, 통료 후배 정치인의 버팀목, 바로 순명의 길을 걸어왔다. 앞으로 젊은이들에게 끊임없는 도전정신을 심어주기 위해 공부에 도전하고 있다”고 소망을 밝혔다.
이어 “마지막 소원은 새정치민주연합이 정권교체를 반드시해서 국민들에게 행복을 주고 민주주의와 경제를 발전시키고, 평화통일의 길을 활짝 열 수 있도록 여생을 바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권 상임고문의 회고록 제목인 '순명'은 평생을 김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 지내왔으나 김 전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된 후 여당 소장파로부터 2선 후퇴 요구를 받고 '순명'이란 말을 남기고 물러난 것에서 따왔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 권 상임고문의 퇴진을 요구했던 신기남 의원과 정동영 상임고문, 천정배 전 법무부장관도 이날 행사를 찾아 축하의 뜻을 건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