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기철 기자]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현대건설의 외국인 선수 잔혹사에 끝이 보이고 있다.
현대건설은 외국인 선수 복이 없는 대표적인 팀으로 꼽힌다.
2011~2012시즌을 앞두고 야심차게 계약한 쉐리사 리빙스턴이 6경기 만에 짐을 싼 것을 시작으로 대체 외국인 선수 브란키차 미하일로비치, 2012~2013시즌 야나 마티아소브스카 아가에바 모두 기대 이하의 실력으로 애를 태웠다.
지난 시즌 옐리츠 바샤까지 적응에 애를 먹으면서 3년 내내 빈손으로 리그를 마쳤다.
올해는 상황이 분명히 다르다. 심사숙고 끝에 선택한 폴리나 라히모바(등록명 폴리)의 선전 덕분이다.
폴리는 지난 23일 흥국생명과의 데뷔전에서 혼자서 38점을 몰아치는 가공할만한 득점포를 뽐냈다. 아직 세터 염혜선과의 호흡은 완벽하지 않았지만 50.70%의 높은 공격성공률을 찍었을 정도였다.
2세트 잠시 주춤했던 폴리는 3,4세트 막판 승부처에서 득점을 도맡아했다. 4세트 마지막에는 크게 벗어나는 토스를 오른손이 아닌 왼손으로 처리하는 감각도 뽐냈다. 승부가 결정된 4세트에서 폴리는 전체 25점 중 15점을 책임졌다.
현대건설은 국가대표 부동의 센터 양효진을 필두로 황연주, 염혜선 등 만만치 않은 국내 선수들을 보유한 팀이다. 훌륭한 외국인 선수 한 명이면 우승권까지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현대건설은 폴리의 가세로 대권을 노려볼 수 있게 됐다.
황연주는 "(2010~2011시즌에 뛰었던) 케니 이후로 모처럼 좋은 선수가 팀에 합류한 것 같다. 덕분에 선수들도 마음 편하게 운동을 하고 있다"고 팀 분위기를 전했다.
양철호 감독은 "그동안의 선수들과는 분명히 차원이 다르다"고 칭찬했다. 그는 "앞으로 충분히 더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폴리는 이제 24살에 불과한 어린 선수다. 아제르바이잔을 떠나 해외리그에서 뛰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적응은 무척 빠른 편이다. 우선 외국인 선수 성패에 큰 영향을 끼치는 음식 걱정은 전혀 없다. 동료들에게도 먼저 다가가는 등 적극적으로 팀에 융화되고 있다.
폴리는 "경기 중 선수들과 대화를 나눠야 하는데 그런 점이 아직은 어려운 것 같다. 한국에 온 지 12일밖에 되지 않아 몸이 적응되지 않았다"면서 더 나은 플레이를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