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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니모션이 정체불명 밴드? 그냥 느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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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뉴스 조종림 기자] 하늘이 흔들리고 대지가 요동친다. 그럼에도 동중정(動中靜)이다. 강렬함 안에 여백이 느껴진다. 국악에 기반한 음악인데 스트라빈스키의 원시적인 음과 강렬한 리듬이 엿보인다.

밴드 '타니모션'의 음악은 한마디로 정의가 불가능하다. 보컬이 소리꾼이고 밴드 편성에 생황과 태평소가 들어있다고 무심토 '국악단체'로 규정하는 순간 우를 범하게 된다.

타니모션의 음악을 만날 때 이성적인 판단은 필요없다. '탄(TAN)(탄·彈)+'이모션(EMOTION)' '감정을 튕기다'는 뜻의 팀 이름처럼 바로 감성을 건드린다.

퉁겨서 울림을 내는 것이 '탄(彈)'이다. 가야금, 거문고, 아쟁 등 국악의 현악기를 연주할 때 한자로 '탄금(彈琴)'이라 쓴다. 우리말로도 '탄다'고 한다

최근 서울 홍대 앞 카페에서 만난 타니모션의 리더 연리목(작곡·건반·아코디언)은 "창작 의뢰가 와서 국악을 접했는데 참 재미있었다"면서 "본격적으로 국악을 접목한 음악을 하고 싶었다"고 눈을 빛냈다.

연리목은 홍대 앞에서 입지를 굳힌 밴드 '눈뜨고코베인'의 그 연리목이 맞다. 타니모션은 그녀를 주축으로 2010년 결성됐다. 판소리극 '사천가'로 국악계에서 이미 이름난 김소진이 보컬이다. 깜짝한 외모로 이미 팬덤을 구축한 김슬지가 아쟁, 귀엽고 밝은 매력을 자랑하는 김소엽이 태평소·피리·생황, 인디 신에서 잔뼈가 굵은 서호덕이 드럼을 맡았다. 김소진과 김소엽은 지난해 6월 합류했다.

2011년 신진국악예술무대 '천차만별콘서트' 우수상, 21세기 한국음악프로젝트 은상, 2013년 전주세계소리축제 소리프론티어 대상을 받으며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다.

올해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신인 뮤지션 발굴을 위해 주최한 'K-루키즈' 본선 무대에서 홍대 인디 레이블 '디오션 뮤직'의 눈에 띄면서 최근 정식 데뷔 EP '탄+이모션(TAN+EMOTION)'을 발표했다. 디오션뮤직은 록밴드 '판타스틱 드럭 스토어', 홍대 미녀 싱어송라이터 프롬(이유진) 등이 소속된 탄탄한 레이블이다.

연리목은 "활동 4년만에 앨범이 나와서 진짜 나왔나 싶기도 했다"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대중이 반응을 해서 기쁘기도 하다"고 웃었다.

김소진 역시 "앨범이 나온 것이 아직 실감이 안 난다"고 했다. "근데 자랑하고 싶고, 독특한 기분이 든다"고 까르르 웃었다. 소리꾼으로서 홍대 앞 밴드 보컬로 나서는 것이 쉽지 않았을 법하다. "소리를 가르쳐 주시는 선생님이 흔쾌히 해보라고 하셨어요. 목소리의 다양한 결을 발견할 수 있다는 거죠. 합류하기 참 잘한 것 같아요"라고 눈을 반짝였다. 역시 '사천가'에 출연하기도 한 소리꾼 이자람을 통해 연리목을 만났다. 이자람 역시 색깔은 다르지만 '이자람밴드'에서 밴드 보컬로 활약 중이다.

"판소리는 배에 힘을 주고 큰 소리를 내야 하는데 밴드에서는 발성이 달라 초반에는 힘들었어요. 밴드로 나설 때는 그래서 며칠 동안 판소리 연습을 하지 않기도 했죠. 이제는 많이 익숙해졌어요. 호호호."

크로스오버를 포함한 대중음악 신에서 드물게 아쟁을 편성한 점이 눈길을 끈다. 7현으로 된 우리나라 현악기의 하나로 저음을 낸다. 김슬지가 사용하는 아쟁은 더 깊은 저음을 낼 수 있도록 개량한 대(大)아쟁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전통예술원 출신인 김슬지에게 밴드 생활은 낯설 법도 하다. "처음에는 생소하긴 했죠. 그런데 각 분야에서 최고인 분들과 함께 하다 보니 좋은 공부가 되고 있어요. 밴드를 할 거라고 생각은 못했어요. 아쟁을 연구하는 것이 꿈이었는데 밴드 생활이 그런 부분에 많은 도움이 됐죠."

역시 한예종 출신인 김소엽도 "자연스레 국악 관련 길만 생각했는데 졸업하면서 타니모션에 합류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워낙 멤버들의 개성이 강해 아직 제 색깔을 찾지 못했는데 앞으로 더 노력하고 싶다"고 웃었다.

서호덕은 연리목과 본래 친분이 있었다. 국악이라서 타니모션에 합류한 게 아니라 "특이한 음악을 할 것 같아서 같이 하게 됐다"고 했다. "국악기와 협주를 하다 보니 평소 드럼으로 내지 않았던 소리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해요. 기존 대중음악 신에서 잘 내지 않던 소리를 내려고 노력도 하고. 멤버들과 함께 기존애 없던 새로운 사운드를 만들어내고 싶어요."

서호덕의 말처럼 기존 팀에서 듣기 쉽지 않은 사운드로 뮤지션들 사이에서 호평받고 있다. 그렇다고 대중에게 어려운 음악은 아니다. 실험적인 사운드에 내재된 '한(恨)'은 인지상정이다. 연리목은 "뮤지션들에게도 인정 받고 싶고, 더 많은 대중들이 즐길 수 있는 음악이기도 했으면 좋겠다"고 눈을 빛냈다. "그렇게 특별하게 좋은 음악이었으면 해요."

앨범은 '특별하게' 좋은 음악 5곡이 실렸다. '청배'(무당굿에서 신령이나 굿하는 집안 조상의 혼령을 불러 모시는 일)를 주제로 만든 곡 '내려온다', 중동 음악과 블루스의 결합을 동기로 하고 제주도 '칠머리당굿'의 한 부분을 차용해 만든 '파도', 인도 대나무 피리 '반수리(Bansuri') 연주자 사미르 라오의 멜로디를 인트로에 삽입한 곡으로 아쟁의 선율이 귀에 감기는 '안 할 거면서'는 빛나는 트랙이다.

전라도 지방의 남도잡가 육자배기를 차용한 노래로 김소진의 체념한 듯한 보컬이 인상적인 '정', 김소엽의 태평소가 흥을 돋우는 곡으로 모든 멤버가 주문을 외우듯 합창하는 뒷부분이 굿의 대단원을 마무리하는 듯한 느낌을 안기는 '탄다,타' 등도 빼어나다. 밴드 '쏜애플' '홀로그램필름' 등의 앨범에 참여했던 서상은이 프로듀싱을 맡았다.

굿이 젊은 세대에게 낯설 수 있는데 연리목은 오히려 통할 수 있다고 봤다. "굿이 어떻게 보면 기복, 즉 복을 비는 거잖아요. 지금 역시 굿의 형태는 아니지만 가게 개업식 등 곳곳에서 그런 흔적을 볼 수 있죠. 그렇게 같이 복을 빌면서, 힘든 삶에 위로를 해줄 수 있는 곡을 들려주고 싶었어요."

사운드 측면 역시 마찬가지다. "굿이 지금 유행하는 일렉트로닉 사운드랑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사람을 홀리는 것이 같죠. 일렉트로닉 음악의 쿵쿵 울리는 것이 굿에서 사람의 마음을 쿵쿵 때리는 것과 비슷하거든요. 그렇게 사람을 위로하는 것은 같죠."

최근 열린 울산월드뮤직페스티벌 '에이팜'에서 해외 관계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해외에서 호평 받고 있는 국악 기반의 크로스 오버 밴드 '잠비나이'의 예에서 보듯 국악 요소가 섞여 들어간 밴드들은 아직 한국보다 세계의 관심을 더 받고 있다.

"해외 분들이 국악이 좋아서 반응할 수 있지만, (들어보지 못한) 신기한 소리라서 반응하는 것이 더 클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1회적인 반응일 수 있죠. 신기한 팀이라 재미있다는 거죠. 그런 마음보다 국내에서나 세계에서나 지속적인 관심을 받을 수 있는 '믿고 듣는 밴드'가 되고 싶어요."(연리목)

김소진의 마음 역시 마찬가지다. "(쉽지만은 않아) 따라하기는 어려울 수 있지만, 많은 분들이 흥얼거릴 수 있는 '유행가'를 부르고 싶어요. 우리 것이 국내나 세계에서 가장 잘 먹힌다고 생각하거든요. 점차 듣는 분들도 많아지고 있다는 걸 느끼고 있고요."

김슬지도 '국악의 가능성'을 보고 있다. "아직 어렵다는 인식이 강해서 호기심 반, 생소함 반인 것 같아요. 그런데 인도의 경우만 봐도 그곳의 전통 선율이나 음색이 지금의 광고 음악이나 새로운 팝 음악에 사용되거든요. 예전 음악을 과거의 시점으로만 보는 게 아닌 거죠. 국악도 점점 그렇게 됐으면 해요. 단지 국악이라는 소재로 보거나 과거의 시점으로만 재단하지 않도록 저희가 더 노력해야죠."

타니모션의 음악은 들으면 들을수록 장르를 규정짓기 어렵다. 그냥 타니모션 음악이다. 수식이 따로 필요 없는 셈이다. 김슬지는 말했다. "대중이 어떤 분위기를 떠올릴 때 저희 음악을 그냥 생각하면 좋겠어요. 예를 들어 겨울하면 캐럴이 떠오르는 것처럼요."

타니모션은 12월6일 서울 서교동 라이브 클럽 타에서 '탄+이모션' 발매 기념 콘서트를 연다. 그냥 '타니모션'의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기회다. 타니모션 이름 자체가 하나의 장르라는 걸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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