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기철 기자] '기록의 사나이' 서건창(25·넥센 히어로즈)이 '꿈의 기록'이라고 불리는 200안타 고지를 점령할 수 있었던 것은 좀처럼 포기하지 않는 근성과 피나는 노력 덕분이라고 볼 수 있다.
서건창은 17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의 정규시즌 최종전에서 1번타자 겸 2루수로 선발 출전해 첫 타석에서 우익선상을 흐르는 2루타를 기록했다. 시즌 200번째 안타다.
지난 13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서 시즌 197번째 안타를 때려내 이종범 현 한화 이글스 코치가 1994년 세운 역대 한 시즌 최다 안타(196개) 기록을 넘어선 서건창은 역대 최고 기록을 200개까지 끌어올렸다.
200안타는 그야말로 '꿈의 기록'으로 불리던 기록이다. 한 시즌에 128경기를 치르는 한국 프로야구에서 200안타는 실현 가능성이 '0'에 가까워 보였다. 162경기를 치르는 메이저리그에서도 200안타는 정상급 타자들만이 작성하는 기록이다.
하지만 서건창은 이를 달성하면서 '살아있는 전설'로 이름을 남겼다.
신고선수 신분이었던 그가 피와 땀으로 만들어낸 '인생역전'이다.
광주일고 재학 중이던 2007년 8월 '2008 신인지명회의'에 나선 서건창은 어느 팀의 선택도 받지 못했다. 야구 센스는 인정했지만 왜소한 체격 탓에 프로 팀들의 외면을 받았다.
고려대의 입학 제의를 받았던 서건창은 이를 거절하고 2008년 LG 트윈스에 신고 선수로 입단했다.
그러나 서건창은 1군에서 한 경기만 뛰고 방출됐다. 방출된 서건창은 2009년 현역병으로 군에 입대했다.
야구와 떨어진 2년의 시간도 서건창과 야구를 떼어놓지 못했다. 오히려 야구에 대한 서건창의 간절함을 한층 강하게 만들었다. 서건창은 제대 후인 2011년에 테스트를 통해 신고선수로 넥센 유니폼을 입었다.
험난한 시절을 견딘 서건창은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2012년 주전 2루수 자리를 꿰찬 그는 타율 0.266 1홈런 40타점 39도루 70득점을 기록하며 생애 단 한 번 뿐인 신인왕을 수상, '인생역전 1막'을 열었다.
서건창은 지난해 부진을 면치 못했다. 소위 말하는 '2년차 징크스'였다. 지난해 발목 부상으로 86경기 밖에 나서지 못한 서건창은 타율 0.266 18타점 26도루 53득점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시련의 시간은 서건창을 한층 강하게 했다. 정신적으로만 강해진 것이 아니었다. 그는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고 올 시즌을 준비했다. 자신에게 특화된 타격폼을 개발하고 웨이트트레이닝을 통해 체력을 한껏 끌어올렸다.
서건창은 올 시즌 그야말로 '완전체'로서 각종 기록을 갈아치웠다. 시즌 내내 별다른 기복 없이 안타를 때려낸 서건창은 200안타 고지를 점령했다. 휴식 없이 시즌을 치러왔지만 비시즌 동안 비축한 체력 덕에 대기록까지 닿았다.
135득점을 기록 중인 서건창은 1999년 이승엽(삼성 라이온즈)이 기록한 단일시즌 최다 득점(128점) 기록도 이미 넘어선 상태다.
서건창이 신고선수에서 기록의 사나이로 '인생역전'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좀처럼 포기하지 않는 근성과 피나는 노력 덕분이라고 볼 수 있다.
그간 프로야구에 적잖은 '신고선수 신화'가 있었지만 전인미답의 기록까지 세웠다는 점에서 서건창의 성공신화는 한층 의미가 크다.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운 서건창은 넥센의 '집안 싸움'으로 벌어질 것으로 보이는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했다.
올 시즌 연봉이 9300만원에 불과한 서건창은 연봉에서도 '인생역전'을 이룰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