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기철 기자] 울리 슈틸리케(60·독일) 감독이 한국의 지휘봉을 잡고 첫 패배를 당했다.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14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코스타리카와의 축구 국가대표 A매치 평가전에서 수비 불안을 노출하며 1-3으로 완패했다.
지난 10일 파라과이와의 감독 데뷔전에서 2-0 완승을 거둔 슈틸리케 감독은 수비 불안을 눈으로 확인하며 첫 패배를 받아들였다.
그는 공식 기자회견에서 "코스타리카의 승리를 축하한다. 결과가 부정적이라 조금 아쉽다"며 입을 열었다.
이어 "선수들에게 '우리가 너무 점잖게 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대일 상황에서 빠르게 대응하지 못했고, 상대에게 멀리 떨어져 수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공격에서 압박도 하지 못했다"며 "코스타리카가 우리보다 나은 경기를 했음에도 전반을 1-1로 끝낸 것에 안도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후반 초반에 발생했다. 한국은 후반 2분 만에 중앙 수비에 틈을 보이면서 셀소 보르헤스에게 추가골을 허용했다.
슈틸리케 감독도 "가장 화가 난 실점이었다"며 "하프타임에 선수들에게 보다 안정적인 플레이를 하자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작하자마자 실점을 했다"고 큰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이후에는 우리가 한 팀을 이뤄 더 나은 경기를 했다. 3번째 골을 내줬지만 나쁘지 않는 경기였다"고 했다.
그는 이어 "팬들은 파라과이에 이기고, 코스타리카에 져 우리가 좋은 팀인지 나쁜 팀인지 판단하기 어려울 것이다"며 "이번 경기에서 졌지만 패배자는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하고 싶다. 우리는 항상 파워가 넘치고, 의지있게 노력할 수 있는 팀이기 때문에 오늘 결과에 승복하고 앞으로 더 발전해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전술의 유연성이 콘셉트인 슈틸리케 감독은 1-2로 뒤진 후반 21분에 남태희(레퀴야SC)를 빼고 한국영(카타르SC)을 투입해 변화를 꾀했다. 포백 라인 앞에서 공수의 연결고리 역할을 했던 기성용(스완지시티)을 전진 배치하기 위한 교체였다.
이와 관련해서는 "남태희가 첫 경기에서 풀타임을 뛰었기 때문에 체력 문제가 있어 보여서 교체할 필요성을 느꼈다. 또 이동국이 공중볼을 경합할 때, 흐르는 볼을 따내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고 했다.
2경기를 통해 가장 시급하게 보완해야 할 점에 대해선 "미드필더진과 가운데 수비가 가장 중요하다. 오늘은 장현수가 가장 뛰어났다"면서도 "여기서 말하기는 곤란하다. 개개인에 대한 부분은 미팅을 해야 하는 부분이다"고 했다.
슈틸리케 1기의 2연전은 절반의 성공으로 볼 수 있다. 다양한 선수들을 점검한다는 목적과 다양한 조합의 효율성을 확인했다.
이제 슈틸리케호는 다음 달 중동으로 원정을 떠나 14일 요르단, 18일 이란과 차례로 평가전을 갖는다.
한편, 코스타리카의 완초페 감독은 "차분함이 승부를 갈랐다"며 "한국의 압박을 빠르게 탈출해 볼 점유율을 높이는데 주력했다. 한국처럼 압박하는 팀을 상대하기 위해선 침착함이 필수"라고 했다.
이어 가장 인상적이었던 한국 선수로는 기성용과 손흥민(레버쿠젠), 이청용(볼턴), 김민우(사간도스)를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