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조종림 기자] '세계 3대 팝디바'라고 하면 휘트니 휴스턴(1963~2012)과 셀린 디옹(46), 그리고 머라이어 캐리(44)를 꼽는다.
그러나 휴스턴은 2년 전 세상을 떠났고 디옹은 지난 8월 자신과 남편의 건강 문제로 무기한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막내' 캐리만 올해 14번째 앨범 '미. 아이 앰… 머라이어 디 일루시브 산츠즈 쇼'를 발표하고 월드 투어를 하며 '현역 디바'로 남아 있다.
캐리가 8일 밤 서울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에서 11년만에 펼친 내한공연은 '팝 디바'에 대한 향수와 무게감을 새삼 확인한 자리였다.
2009년 앨범 '멤와즈 오브 언 임퍼펙트 에인절(Memoirs of an Imperfect Angel)' 프로모션차 왔으나 단독 내한공연으로만 따지면 2003년에 이은 두 번째여서 기대가 컸다.
그런데 만감이 교차했다. 2010년 2월에 88잔디마당 바로 옆 체조경기장에서 노래한 휴스턴이 떠올랐다. 당시 휴스턴은 힘들어 했고 고음에서는 목소리가 위축됐다.
캐리의 이날 공연이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폭발적인 가창력'을 뽐내 주길 바라던 팬들의 기대에는 못 미쳤다. 코러스가 부르는 부분이 많았고 댄서와 DJ잉으로 시선을 분산시켰다. 캐리의 가창 부분은 키가 낮거나 부르기 쉽게 믹싱됐다.
내한 직전 앞서 공연한 일본 투어에서도 캐리의 컨디션은 좋지 않았다고 했다. 게다가 이날 서울 공연은 15도 안팎의 다소 쌀쌀한 날씨에 야외에서 치러졌다. 다리가 훤히 드러나는 금빛 원피스를 입고 등장한 캐리에게는 '악조건'이었던 셈이다.
그래도 '마이 올(My All)'이 울려퍼지자 곳곳에서 환호성이 터져나왔고 '올웨이스 비 마이 베이비'에서 흥겹게 리듬을 타는 팬들도 있었다.
블루지한 빌리 홀리데이의 음성 대신 캐리의 목소리로 듣는 '돈트 익스플레인'은 새로운 맛이 있었다. '브레이크 다운'을 부를 때는 붉은 천을 활용한 관능미를, '#뷰티풀'에서는 발랄함도 뽐냈다.
하지만 '돌고래 창법'을 기대했던 팬들은 섭섭함을 느낄 법한 공연이었다. 다만 과거부터 캐리를 지켜본 팬들의 응원이 추위를 녹였다. 관객들의 입장이 지연되면서 예정됐던 오후 8시보다 20분 가량 늦게 공연이 시작됐음에도 팬들은 큰 불평이 없었다. 일부는 추운 날씨와 다소 밋밋한 공연 진행에 실망, 자리를 뜨기도 했다. 하지만 한 시대를 풍미한 디바가 바로 눈앞의 무대 위에서 노래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즐거워하는 팬들이 많았다.
1시간40분의 공연을 마무리하면서 울려 퍼진 '올 아이 원트 포 크리스마스 이스 유(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가 팬들에겐 가장 울림이 컸다. 그럼에도 가슴 한 켠은 허전했다. 이날 울려퍼지지 않은 캐리의 대표곡 '히로(Hero)'가 그리웠다.
초가을 쌀쌀한 날씨에도 1만2000여 명의 팬들이 공연을 지켜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