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기철 기자] 울리 슈틸리케(60·독일) 감독이 공개한 1기 축구 국가대표팀 명단을 보면 그가 선수들의 경험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지 잘 알 수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29일 오전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음달 열리는 파라과이(10일), 코스타리카(14일)와의 평가전에 나설 22명의 대표팀 명단을 발표했다.
기존 대표팀에 얽매이지 않고 '제로베이스'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슈틸리케 감독은 자신이 손수 뽑은 이번 명단에 총 3명의 30대 선수를 포함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최전방 공격수로 이동국(35·전북)을 낙점했고, 수비수로 차두리(34·서울)와 곽태휘(33·알힐랄)를 발탁했다.
그는 베테랑 선수들을 발탁한 이유로 그들이 쌓은 경험을 대표팀에 녹여낼 수 있다는 것을 들었다. 큰 그림에서 2년 뒤 올림픽과 그후 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그들의 경험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는 "이동국 등의 경험을 높게 샀기 때문에 30대 이상 선수 3명을 선발했다. 26살부터 32살까지가 축구를 하기에 가장 적절한 시기다. 베테랑들은 후배들에게 노하우를 전해 줄 수 있다. 그들이 20대 초중반의 선수들을 이끌어 줄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은 2014브라질월드컵을 치르는 과정에서 경험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확인했다.
홍명보(45) 감독은 비교적 어린 2012런던올림픽 대표팀 출신의 뼈대 위에 평균 연령 25.9세의 젊은 팀을 꾸렸다. 역대 최연소 대표팀이었다.
경험 부족 문제가 제기됐지만 홍 감독이 일군 올림픽 동메달 신화의 그림자에 묻혀 큰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패기의 젊은 국가대표팀은 실패로 끝났다. 러시아·알제리·벨기에와 함께 속한 브라질월드컵 H조에서 1무2패의 초라한 성적으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월드컵 이후 원점으로 돌아왔다. 베테랑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A대표팀 감독의 공석 속에서 베네수엘라, 우루과이와의 A매치를 준비한 축구협회는 기술위원회 차원에서 경험 많은 선수들을 불러들였다.
이동국(35·전북), 차두리(34·서울) 등이 공수에서 무게 중심을 잡았다.
이동국은 센추리클럽(A매치 100경기 출전)에 가입하는 경기였던 베네수엘라전(3-1 승)에서 2골을 뽑으며 건재함을 입증했다.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슈틸리케 감독이 초반부터 할 수 있는 부분은 많지 않다. 그는 지난 5일 취임했다.
프로축구 K리그 몇 경기를 둘러본 뒤 출국한 그는 24일 재입국해 인천아시안게임 경기를 관전하며 옥석을 가리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을 벌였다. 기존 체제를 확 바꾸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표팀 선발 과정에 대해 설명을 곁들였다. 슈틸리케 감독은 "어떤 감독이든지 새로 부임한 감독은 제로베이스부터 시작한다. 점차 강한 대표팀을 만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촉박한 상황에서 그가 꺼내들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밸런스를 유지하는 것이었다. 그는 22명 가운데 16명을 26세 이하로 하고 6명은 그 이상의 선수로 메웠다. 연령별로 고루 포진시켰다.
그는 "26세 이상과 32세까지가 축구를 하기에 가장 적절한 시기다. 이동국 등의 베테랑의 경험을 높게 샀기 때문에 30대 이상 선수 3명을 선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월드컵에서 결과가 안 좋았던 것은 경험 부족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그래서 경험 많은 선수들을 찾았고 그들이 20대 초중반 선수들을 이끌어 줄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