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기철 기자] '비운의 여인' 김인경(26·하나금융그룹)이 연장 징크스를 떨쳐내지 못했다. 2년차 오스틴 언스트(22·미국)에게 발목이 잡혀 한국 선수 4주 연속 우승도 실패했다.
김인경은 1일(한국시간) 미국 오레곤주 포틀랜드의 콜럼비아 에지워터 골프장(파72·6476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포틀랜드 클래식(총상금 130만 달러) 마지막 날 4타를 줄여 최종합계 14언더파 274타를 기록, 오스틴 언스트(22·미국)와 동타를 이룬 뒤 돌입한 연장전에서 아깝게 고개를 숙였다.
김인경은 18번홀(파4)에서 계속된 연장 첫 홀에서 보기를 기록, 파 세이브에 성공한 언스트에게 우승컵을 내줬다.
지난 2010년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셔널 우승 이후 4년 만의 우승에 도전했던 김인경은 연장 징크스를 또다시 넘어서지 못했다.
지난 2012년 나비스코챔피언십에서 우승을 다투다가 마지막날 동료 유선영(28·JDX멀티스포츠)과의 연장 접전 끝에 우승컵을 내줬던 김인경은 2년 만에 찾아온 연장 승부에서 또다시 패배를 맛보며 '비운의 여인'이라는 수식어를 떨치지 못했다.
이로써 한국 선수 4주 연속 우승도 무산됐다.
지난 7일 마이어 LPGA 클래식에서 이미림(24·우리투자증권)의 우승을 시작으로 웨그먼스 챔피언십 박인비(26·KB금융그룹), 캐나다퍼시픽여자오픈 유소연(24·하나금융그룹)에 이어 김인경이 바통을 이어받아 4주 연속 우승에 도전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지난해 LPGA 투어에 데뷔해 2년차에 접어든 언스트는 40개 대회 만에 첫 우승을 이뤘다.
1라운드부터 단독 선두로 나선 김인경은 이틀 연속 선두를 유지하며 4년 만에 LPGA 투어 우승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지만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3라운드에서의 2오버파 부진이 뼈아팠다.
하루만에 평정심을 되찾은 김인경은 이날 보기 없이 버디만 4개를 쓸어담으며 우승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지만 유독 약한 연장 승부에 또 한 번 고개를 떨궜다.
선두에 1타 뒤진 공동 4위로 최종일을 출발한 김인경은 살아난 퍼트감을 앞세워 차곡차곡 타수를 줄였다.
페어웨이 적중률은 71%대에 머물렀고, 그린적중률도 66.66%에 그쳤지만 쇼트게임으로 홀을 공략했다. 퍼트수를 27개로 막았다.
5번홀과 7번홀에서 각각 1타씩을 줄이며 선두 경쟁의 끈을 놓지 않은 김인경은 후반홀 들어서도 묵묵히 타수를 줄이며 선두 기회를 엿봤다.
12번홀(파5)을 4타만에 홀아웃하며 좋은 퍼트감을 자랑한 김인경은 15번홀에서 버디 1개를 추가하며 한때 4위권 밖으로 밀렸던 순위를 공동 2위까지 끌어올렸다.
쉽지 않을 것 같은 우승의 기회는 단독 선두를 달리던 언스트가 마지막에 흔들리면서 다시 찾아왔다. 17~18번홀 연속 보기를 낸 언스트는 최종합계 14언더파 274타 공동선두로 대회를 먼저 마쳤다.
쉽지 않은 후반 3개홀을 파로 잘 통과한 김인경은 연장전의 기회를 잡았지만 이를 잘 살리지 못했다.
나흘 내내 한 번도 보기를 낸 적 없는 18번홀에서의 연장전이었기에 김인경의 우승에 무게감이 쏠렸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두 번째 샷을 그린과 벙커 사이의 러프에 떨군 김인경은 세 번째 칩샷을 홀컵에서 2m 넘는 지점에 떨궜고, 부담되는 거리에서의 파 퍼트에 실패했다.
반면 바로 직전에 보기를 내며 흔들렸던 언스트는 투온에 성공, 완벽한 어프로치샷에 이은 파 퍼트를 홀컵에 떨구며 우승을 차지했다.
2주 연속 우승에 도전하던 유소연(24·하나금융그룹)은 막판에 찾아온 갑작스런 샷난조를 이기지 못하고 공동 3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최종합계 12언더파 276타를 적어냈다.
17번홀까지 공동 선두를 유지하던 유소연은 마지막 18번홀에서 더블보기를 범하며 무너졌다. 티샷이 벙커에 빠졌고, 두 번째 샷마저 워터해저드에 빠져 순식간에 2타를 잃었다.
지난주 기권의 아픔을 딛고 막판 우승 경쟁에 뛰어든 최운정(24·볼빅)은 유소연과 함께 공동 3위에 만족해야 했다.
1주일전 유소연에게 아쉽게 우승컵을 내줬던 최나연(27·SK텔레콤)은 최종합계 11언더파 277타 공동 5위를 차지했다.
단독 선두로 최종일을 나서며 한국 선수의 우승 경쟁을 주도했던 허미정(25·코오롱)은 최종일의 부담을 극복하지 못하고 공동 9위로 미끄러졌다. 1타를 잃은 허미정은 최종합계 10언더파 278타를 적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