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05.25 (일)

  •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맑음대전 18.5℃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제주 21.3℃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보은 17.3℃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초점]유해진, 말하자면 그는 '어벤저스'의 헐크다

URL복사

[시사뉴스 조종림 기자] 영화 ‘해적: 바다로 간 산적’(감독 이석훈)의 성공을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군도: 민란의 시대’(감독 윤종빈)와 ‘명량’(감독 김한민) 사이에 끼어 있는 대진표가 불안해 보였고, 윤종빈과 김한민이라는 걸출한 감독의 이름값에 비해 이석훈 감독의 무게감도 덜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군도’가 내세운 하정우와 강동원라는, 영화계를 짊어질 두 젊은 배우와 ‘명량’이 자신 있게 내밀 수 있는 카드인 최민식에 비하면 ‘해적’의 두 주인공 손예진과 김남길은 성공을 담보할 수 있는 패가 아니었다.

하지만 ‘해적’은 해냈다. ‘명량’의 거대한 성공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이순신 신드롬을 버텨내고 어디 내놔도 부끄럽지 않은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해적’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비슷하다. ‘영화의 완성도는 떨어지나 웃기다’ 혹은 ‘웃기는 것만큼은 확실하게 해낸다’. 그러니까 웃기는 영화라는 것, 그것이 ‘해적’의 성공을 가능케 했다.

이석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댄싱 퀸’(2012)이나 ‘두 얼굴의 여친’(2007) 등을 보면 이 감독이 유머에 좋은 재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사실 웃음을 주는 면에서 탁월한 능력을 가진 연출가로 보기는 힘들다. ‘해적’도 비슷한 경우인데, 억지로 웃기려고 하지는 않지만 유머가 유치하고 진부한 편이기도 하다. 그런데 어떻게 ‘해적’은 관객을 웃길 수 있었을까. 어떻게 웃겼기에 이런 성공을 거둔 것일까.

영화의 성공을 단순화 하는 것은 그리 의미있는 일은 아니나 ‘해적’의 경우에는 합당할는지 모른다. ‘해적’의 성공 지분 8할은 영화배우 유해진(44)이 쥐고 있다. 더 과장되게 말하면, 그는 정말 혼자 해냈다.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이 아닌 ‘유해진: 산으로 간 해적’이라고 제목을 붙여도 이상하지 않다.

유해진이 연기한 ‘철봉’은 해적 출신 산적이다. 해적으로 오랜 시간을 보냈지만 뱃멀미를 견디지 못하고 산적으로 이직했다. 흥미로운 것은 이 지점이다. 코미디에서 흔히 쓰여 유효하지 않아 보이는 이 코드가 유해진을 통하면 관객을 곧바로 웃길 수 있는 요소가 된다는 점이다.

유해진이 예의 그 능청스러운 표정으로 생선 비린내가 정말 싫다고 말할 때 관객은 웃지 않을 재간이 없다. 흔한 유머도 유해진 특유의 억양과 표정이 결합하면 기상천외한 코미디가 된다. 바다가 얼마나 넓은 곳인지, 고래가 얼마나 큰 동물인지 설명하는 장면은 대사만 놓고 보면 유머 감각을 느낄 수 없지만, 그것이 유해진의 리듬감과 결합하면 가장 재밌는 장면이 되는 식이다. 놀라운 능력이다.

유해진의 코미디 연기는 신기한 면을 가지고 있다. 아무리 재밌는 것이라도 반복되면 질리게 마련이지만 유해진의 코미디 연기는 도무지 물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렇다.

‘전우치’(2009) ‘이장과 군수’(2007) ‘타짜’(2006) ‘왕의 남자’(2005) 등에서 그는 ‘해적’과 비슷한 톤의 코미디 연기를 했다. 장광설을 늘어놓으며 횡설수설하듯 눙치는 방식인데, ‘공공의 적’에서 그랬고 ‘왕의 남자’에서도 그랬으며 ‘타짜’에서도 그렇게 연기했다. 비슷해 보이지만 관객으로 하여금 미묘하게 다르게 느껴지게 하는 것은 캐릭터에 따라서 훈기를 불어넣기도 하고, 냉기를 주입하기도 하는 그의 능력 때문이다. ‘공공의 적’에서는 양아치스러움, ‘타짜’에서는 따뜻함, ‘전우치’에서는 귀여움을 유머와 섞는다.

유해진의 코미디가 유효한 것은 그가 적절한 시기에 연기에 변화를 주기 때문이기도 하다. ‘간첩’(2012)이나 ‘부당거래’(2010) ‘이끼’(2010) 등에서 보여준 눈빛의 서늘함은 엉뚱한 소리로 사람을 웃기던 그 배우가 맞나 싶을 정도로 날이 서 있다.

어떤 역할을 맡아도 발성이 좋고, 발음이 정확하다는 것도 유해진이라는 배우를 신뢰할 수 있는 또 다른 이유다.

유해진은 최근 개봉을 앞둔 ‘타짜: 신의 손’(감독 강형철) 간담회에서 “‘해적’의 철봉처럼 무작정 웃기려고만 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 작품에서 그는 전작 ‘타짜’의 ‘고광렬’을 이어서 연기한다. 유해진의 ‘고광렬’ 연기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지지를 받고 있다. 나이 든 ‘고광렬’을 유해진이 어떻게 만들었는지 기대를 안 할 수 없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경제

더보기
허영인 회장 중대재해처벌법 고발 당해...사면초과 SPC
[시사뉴스 김성훈 기자] SPC 계열사 공장에서 또다시 사망사고 발생했다. 최근 3년간 벌써 세 번째다. 현재 형사재판 중인 허영인 SPC 회장의 약속이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이번 사망사고에 대해 강력 대응을 주문하고 있고, 고객들의 불매운동 양상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동일한 패턴의 반복되는 사망사고 지난 19일 경기 시흥시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50대 여성 작업자 A씨가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는 A씨가 기계에 윤활유를 뿌리는 과정에서 일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이날 A씨 부검을 진행한 뒤 경찰에 “머리, 몸통 등 다발성 골절로 인한 사망으로 보인다”는 1차 소견을 냈다. 시흥경찰서는 공장 관계자 일부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형사 입건해 자세한 사고 경위를 조사중이다. 고용노동부 역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근로자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고, SPC시화공장 역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사회

더보기

문화

더보기
독자가 대통령에게 추전하는 책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문화콘텐츠 플랫폼 예스24가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새로운 대통령이 읽었으면 하는 책을 회원들에게 직접 추천받는 ‘21대 대통령에게 추천하는 책’ 기획전을 진행한다. 이번 기획전은 오는 6월 3일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맞이해 새 대통령이 책을 통해 국민들과 소통하고 연결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기획됐다. 도서 추천 기간은 6월 15일까지이며, 예스24는 댓글로 추천하고 싶은 책을 소개한 회원 1000명에게 YES포인트 500원을 선물할 예정이다. 5월 20일 기준 현재까지 예스24 회원들이 가장 많이 추천한 도서 1위에는 하버드대 정치학과 교수의 사회정치 분야 역작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가 올랐다. 세계 여러 나라의 사례를 통해 현대 민주주의의 위기 신호를 미리 인식하고 대처 방안을 모색하는 법을 담은 이 책은 2018년 출간된 구간임에도 지난해 12월 이후 역주행하며 다시 사랑받고 있다. 이외에도 △‘공정하다는 착각’(‘사회적 분열을 이해하고 진정한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 주셨으면 좋겠다’) △‘손자병법:세상의 모든 전략과 전술’(‘고전에서 리더의 모습을 배우고 사회통합과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들어달라’) △‘다정한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대선투표 안하고 여행가겠다”는 정치무관심 층. 그들이 원하는 대통령은?
“요즘 TV뉴스는 아예 안 봅니다. 보면 신경질만 나고 스트레스받는데 그걸 왜 봅니까? 예능프로하고 스포츠 중계만 봅니다. 이번 대선투표요? 찍을 사람이 없어 투표 안 하고 아예 여행을 가려고 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질문을 해 보았다. “아니, 그래도 대통령을 뽑는 선거인데 대선후보 공약도 확인하고 TV토론도 보시고 관련뉴스도 챙겨보면서 누구를 찍을지를 선택하고 투표는 해야 하지 않습니까?” “처음에는 투표를 하려고 했지요. 그런데 국민의힘 후보자 단일화 과정에서 보여준 목불인견(目不忍見)의 상황, 마치 대통령이 된 듯한 야당 후보를 보면 어차피 결론이 난 게임 같아서 투표할 마음이 싹 없어지더라구요.” 청년층들에게도 “이번 대선 투표할 거냐?”고 물어보았다. “대선 투표를 언제 하는데요?” “나라만 잘 살게 해준다면 누가 대통령 되어도 상관없는데 그런 대통령 후보가 없는 것 같아서요.” 6월3일 치러지는 21대 대선 유권자 중 50대(지난해 말 기준 870만6,370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60대(781만8,783명) 노년층들 사이에서 뿐만 아니라 원래 정치에 무관심한 편인 20대 청년층에서조차 이러한 대화를 나누었다는 얘기를 하도 많이 듣다 보니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