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부삼 기자]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싼 여·야·유가족간 3자 협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진상조사위원회 수사·기소권 부여 여부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좀처럼 접점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 등 원내지도부와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 대표단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만나 약 3시간 동안 면담했지만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새누리당과 유족대표단은 이날 기존의 입장을 설명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대표들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특별법상 진상조사위원회에 부여해달라는 원칙적인 주장을 했고 이에 새누리당은 헌법과 법체계에 위반된다며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기소권 문제로 대립한 탓에 특검 추천권 문제는 아예 다뤄지지도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새누리당과 유족대표단은 정기국회 개회일인 다음달 1일 다시 만나 협상을 하기로 했다. 이로써 이번 주 안에 세월호특별법 협상을 마무리하자는 야당과 새누리당 일각의 제안은 물거품이 됐다.
앞서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에 이번주 안에 유족의 요구를 받아들여 세월호특별법 문제를 해결하라고 요구했지만 이는 관철되지 못했다.
2차례 여야합의 끝에 유족으로부터 거부를 당하고 일단 한발 물러서있는 새정치연합으로선 새누리당과 유족대표단 간 이견이 좁혀지길 기다려야 하는 입장이다. 협상에 직접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는 새정치연합은 향후 외곽에서 유족을 지원사격하며 새누리당의 입장 변화를 촉구해야 할 처지다.
이로써 여야 모두 고민에 휩싸이게 됐다.
새누리당은 조기에 세월호특별법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추석을 전후해 "집권여당으로서 수습능력이 없다"는 질책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유민아빠' 김영오씨의 단식이 50일에 육박하게 되고 새정치연합 문재인 의원과 통합진보당·정의당 의원단의 단식이 길어질수록 야권 지지자와 중도성향 유권자들을 중심으로 부정적인 여론이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
새정치연합의 고민은 새누리당보다 더 깊을 것으로 보인다. 당내 일각에선 다음달 1일까지 대치상황이 이어질 것이라는 사실에 당황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새정치연합 지도부로선 원내외 병행투쟁을 둘러싼 당내 진보·보수, 강경·온건 노선 갈등이 증폭되는 시점에서 세월호특별법 협상 교착상태가 이어지는 점이 달갑지 않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새누리당과 유족간 협상 재개일인 다음달 1일은 정기국회가 시작되는 날이란 점에서 국정감사와 법안처리를 거부한 채 세월호특별법에 올인하고 있는 새정치연합으로선 새누리당의 경제활성화법 입법 요구 공세에 속절없이 당하고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연일 민생 현장을 찾으면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 역시 새정치연합의 고민거리다.
정국의 블랙홀이 돼버린 세월호특별법 문제가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어 정기국회 일정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면서 여야 정치권의 셈법은 한층 복잡해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