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박철호 기자] "일요일 경기는 꼭 했어야 했는데…"
8월 내내 비를 쫓아다니고 있는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의 선동열(51) 감독이 26일 목동구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넥센 히어로즈와의 경기를 앞두고 내뱉은 말이다.
하지만 하늘은 이날도 KIA의 편이 아니었다.
조금씩 내리던 비는 경기 시작 약 30분을 앞두고 한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폭우로 바뀌었고 결국 우천 취소됐다. 비는 곧 멎었으나 경기를 하기에는 땅이 너무 젖은 뒤였다.
8월에만 벌써 11번째 취소였다. 이번 달 KIA는 비로 인해 고작 12경기를 치르는데 그쳤다. 취소된 경기와 치른 경기수가 별 차이가 없다.
지난 17일 광주 넥센전부터 21일 잠실 LG전까지는 무려 5경기가 비로 인해 연속 취소되기도 했다. 강제로 올스타 휴식기(7월17일~21일)를 치른 셈이다.
흔히 야구를 '감각의 스포츠'라고 말한다. 등판 간격이 뒤죽박죽된 선발 투수도 힘들지만 140㎞가 훌쩍 넘는 강속구를 공만한 면적의 방망이로 맞혀야 하는 타자에게는 특히 그렇다.
한 프로야구 감독은 "야구는 면과 면이 아닌 점과 점이 만나는 스포츠다. 감각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시즌 중 5일 간의 '강제휴식'은 전혀 달가울 수 없다.
타이거즈는 6일 만에 치른 지난 22일 잠실 LG전에서는 고작 2득점에 그치면서 2-3으로 졌다. 8개의 안타를 때리기는 했으나 집중력은 전혀 없었다.
23일 광주 한화전에서는 8회에만 4점을 뽑으면서 6-5 역전승을 수확, 경기감각을 되살리는 듯 했으나 24일 광주 한화전이 취소되면서 다시 풀이 죽었다.
KIA는 결국 월요경기로 치러진 25일 광주 한화전에서 앤드류 앨버스에게 고작 3개의 안타를 치는데 그치면서 0-3 완봉패를 당했다. 안타를 뽑은 선수는 브렛 필과 박기남 뿐이었다.
선 감독은 "일요일 경기(24일 광주 한화전)가 취소된 게 정말 아깝다"며 "전날 방망이가 살아날 조짐을 보여서 흐름을 탈 수 있었는데 일요일 경기가 취소되면서 다시 죽었다"고 아쉬워 했다.
KIA는 26일 현재 45승57패로 4위 LG에 3경기 차로 뒤져 있다. 이는 26개의 잔여경기 동안 충분히 뒤바꿀 수 있는 차이지만 여기서 더 벌어진다면 추격의 동력을 잃을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27일 목동 넥센전은 여러모로 중요하다. 특히 올 시즌 넥센을 상대로 4승9패로 저조했기에 이날 경기를 잡게 된다면 단순한 1승 이상의 가치를 얻을 수도 있다.
비에 젖은 호랑이가 경기감각을 끌어올리고 4강 불씨를 되살릴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27일 목동구장 강수확률은 20%에 불과해 비로 인해 취소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