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승리 기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심의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합의제의 정신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특히 최근 방심위는 잇따라 법원 판결에서 패소 당하면서 존립 여부에 대해서도 의문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평가 기준을 바로 세우고 공정한 심의가 이뤄져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방심위는 26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제3기 위원회에 바란다 - 방송통신 심의 신뢰성 제고를 위한 공개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는 ▲저품격 드라마·예능 프로그램의 심의 합리화 방안 ▲보도·시사 프로그램의 공정성 심의 신뢰성 제고 방안 ▲신속한 불법정보 대응 및 이용자 보호 방안 등 세 가지 주제로 진행됐다.
박건식 한국PD연합회 수석부회장은 "방심위는 합의제 기구임에도 불구하고 여권 추천 인사의 의견이 최종 결론에 반영되는 경우는 85%에 달하는 반면 야권 추천 인사의 경우는 20% 정도에 불과하다"면서 "방심위가 점차 정쟁 기구로 변하면서 존립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60년대 있던 방송윤리위원회의 가이드라인 수준이었던 심의 규정을 가지고 방심위에서 규제와 징벌까지 벌이고 있다"면서 "심의 규정이 너무 추상적이고 포괄적인데 이를 구체적이고 세부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날 토론회에서는 방심위가 정확한 기준에 의해 심의가 아닌 자의적인 판단에 의한 심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또 징계 대상에 따라 같은 보도 내용임에도 다른 판단이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윤성옥 경기대 교수는 "동일 조항을 위반했음에도 정부정책을 비판하면 중징계를 당하지만 야당과 진보진영을 비판하면 넘어간다"면서 "매번 달라지는 심의 제재에 어떻게 정당성을 부여 할 수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이어 "방심위는 여당 추천인사 6인, 야당 추천인사 3인으로 구성된 합의제 기구지만 정치적인 사안에 대해 거수로 결정하는 다수의 횡포를 부리고 있다"면서 "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게 언론의 역할인데 방심위의 제재가 이어지면 방송사가 이런 검증 행위를 줄일 것이다"고 말했다.
이러한 방심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심의 과정에서 일반인과 전문가의 참여를 늘리거나 배심원 제도를 도입하는 방법을 검토해보자는 의견도 나왔다.
황근 선문대 교수는 "여야가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다 보니 갈수록 방심위가 정치적인 갈등이 심화 돼 가고 있다"면서 "방심위는 행정기구와 민간 기구의 중간적인 성격을 띄고 있어 심의 과정에서 일반인의 참여를 늘려 정파적인 분위기를 깨고 사회적 다양성을 담보해야한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규제의 실효성을 위해 방송 재허가 심사에서 점수 반영을 높이거나 중복 제재에 대한 누진제를 적용해야한다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황 교수는 "방심위 제재를 아무리 받아봐야 1000점 만점 중에 4점 밖에 감점이 안 돼 제재가 아무런 의미가 없고 실효성도 없는 솜방망이다"라면서 "앞으로 중간광고도 허용되고 광고 규제가 풀리면 광고와 정보가 구분이 줄어들텐데 이에 대한 새로운 잣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인터넷 상에서의 신속한 불법정보 대응과 이용자 보호를 위해 방송 편향적인 위원 구성에서 벗어나야 통신 전문 위원도 방심위에 포함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민영 카톨릭대 교수는 "심의위원 자체의 구성이 언론 내지는 방송 분야에 편중돼 있다"면서 "통신 심의도 다루기 때문에 전문성을 가진 위원을 안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더불어 네이버와 구글에서도 토론회에 참여해 인터넷 상에서 불법 정보 대응에 대해 신속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특히 네이버는 국내 규제 환경 상 국내 기업의 자율 규제 수준은 높은 반면 해외 사업자는 자율성이 상대적으로 적어 이용자들이 해외 사업자로 몰릴 수밖에 없는 환경을 지적했다.
정민하 네이버 대외협력실장은 "해외 사업자의 경우 검색 엔진에서 '010 명단'이라는 검색어를 치면 개인 정보가 포함된 엑셀 파일을 쉽게 확인할 수 있지만 네이버는 모니터링을 통해 제어하고 있다"면서 "한 사업자가 자율 규제 지나치게 많이 하면 자연스럽게 규제를 덜하는 쪽으로 이동하는 풍선 효과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동영상 서비스가 초기에는 아프리카TV, 다음 tv팟 등이 점유율 높았는데 이런 여러 가지 효과로 인해 점점 이용자들이 해외 서비스로 이동하게 된다"면서 "해외 사업자들도 함께 이러한 자율 규제에 함께 해줬으면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