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기철 기자] 29년 만에 세계 정상에 우뚝 선 한국 리틀야구대표팀의 쾌거는 척박한 환경 속에 일궈낸 성과였기에 더욱 값졌다.
박종욱 감독이 이끄는 한국 리틀야구대표팀은 25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윌리암스포트 라마데구장에서 열린 제68회 리틀리그 월드시리즈(세계리틀야구선수권대회) 결승전에서 미국 그룹 1위 일리노이(시카고 대표)를 8-4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한국이 월드시리즈 정상에 선 것은 1985년 이후 무려 29년 만이다.
1985년 마지막 월드시리즈 트로피를 들어 올린 대표팀은 이후 우승은커녕 지역 라이벌인 일본과 대만에 막혀 출전 기회조차 잡지 못했다.
하지만 국내 리틀야구 환경을 살펴보면 앞선 28년간의 기다림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7월 현재 한국리틀야구연맹에 등록된 팀은 전국 158개로 등록선수는 3050명에 불과하다.
한국리틀야구연맹 관계자에 따르면 일본의 경우 공식 등록된 팀이 700개에 달하며 비공식적으로 활동하는 팀까지 더하면 2000개가 훌쩍 넘는다.
한 팀이 20명으로 구성됐다고 계산하면 일본은 한국의 13배가 훌쩍 넘는 약 4만 명의 야구소년들이 무럭무럭 꿈을 키우고 있는 셈이다.
박원준 리틀야구연맹 홍보이사는 "리틀야구 저변이 깊은 일본은 우리와 달리 아시아 지역예선을 거치지 않고 바로 월드시리즈에 출전할 수 있다"며 "최근에는 호주도 월드시리즈 자동 출전권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약 2만개의 리틀야구 팀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과는 비교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더욱 어려운 부분은 대회를 치를 수 있는 리틀야구 전용구장의 절대적인 부족이다.
현재 대회가 열릴 수 있는 전용구장은 서울의 장충리틀야구장을 포함해 남양주·구리·청주·계룡·안동·서귀포 등 7개가 전부다.
구리의 경우 리틀야구장의 상황이 열악해 옆 주니어구장(중학교 3학년까지 사용)의 펜스를 앞으로 당겨서 대회를 치른다. 구리 리틀구장은 잔디도 깔려있지 않다.
이중에서도 야간경기를 치를 수 있게 조명 시설이 갖춰진 곳은 장충·남양주·구리·청주까지 4개 구장이 전부다. 전국대회의 경우는 대부분 장충·남양주·구리 3개 구장에서만 열린다.
대회가 열리는 구장도 열악하기는 마찬가지다. 선수들이 경기 후 씻고 귀가할 수 있도록 샤워시설이 갖춰진 리틀구장은 한 곳도 없다.
관람 편의 역시 기대하기 어렵다. 전국 대회 메인구장으로 이용되는 장충구장도 화장실이 부족해 인근 공원화장실을 이용하고 주차시설은 동국대의 협조를 받고 있다.
박 홍보이사는 "현재 연맹이 전용으로 사용하는 구장은 장충구장 뿐이다"며 "최소 4개 이상의 연맹 전용구장이 있어야 전국대회를 무난히 치러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