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승리 기자] 올해도 현대·기아자동차 노조가 3년 연속 파업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 역시 전주 열리기로 했던 본교섭이 파행을 이르면서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가뜩이나 추석 연휴가 한 발 앞서 다가오는 올해, 이들 완성차 업체들은 추석 전 교섭 타결에 도달할 수 없을 수도 있다는 불길한 예감에 휩싸인 상태다.
현대·기아차 노조는 출범 이래 현대차는 4차례(1997년, 2009∼2011년), 기아차는 2차례(2010∼2011년)를 제외하고 매년 파업을 벌이고 있다.
올해는 통상임금 확대를 둘러싸고 노사 양측이 한치의 양보도 없이 첨예하게 대립 중이다. 또 정년연장 이슈까지 되풀이되며 현대·기아차의 노사 관계를 깊은 수렁 속으로 빠지게 했다.
특히 현대·기아차 노조가 노동계에서 갖는 의미가 크다는 점도 노조가 강경 노선을 선택하게 만드는 배경으로 자리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노조는 전국금속노동조합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큰 사업장. 이 때문에 현대·기아차의 올해 교섭은 통상임금과 정년연장 문제를 둘러싼 경영계와 노동계의 대리전으로 비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현대·기아차 노조는 지난 22일 노조가 소속된 전국금속노동조합의 결정에 따라 주·야간 2시간씩 총 4시간짜리 부분파업을 진행했다.
내주 현대차 노조는 ▲잔업 거부(22일, 25일, 26일) ▲특근 거부(23, 24일)를 예고한 상태. 노노가 내주 26일 3차 쟁의대책위원회 결과를 남아 있지만 전면 파업은 시간 문제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르노삼성의 경우도 상황은 다르지만 교섭 진행 상황이 더디다.
르노삼성은 전주 3차례 주·야간 각 4시간씩 총 24시간의 부분파업을 예고했으나 사측이 노조에 교섭을 제안, 노조의 마음이 돌아서면서 한 고비 넘겼다.
결과적으로 르노삼성은 전주 하루짜리 부분파업(주·야간 4시간씩 8시간)을 진행하고 교섭에 나섰다.
하지만 21일 실무협상 과정에서 노사 양측의 이견차가 크다고 판단, 22일로 예정됐던 본교섭에 들어가지 못했다.
르노삼성 노조 관계자는 "노사 양측 간사들끼리 교섭 쟁점에 대해서 이견차를 좁히기 위한 실무협상을 진행했으나 시각 차이가 크다고 판단했다"며 "서로 내부적인 조율 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본교섭을 열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만 르노삼성은 전주 열린 실무협상을 통해 조금이나마 진전을 봤다.
노조는 당초 교섭 전 5가지 선결조건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임금 인상에 대해 논의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으나 방침을 변경했다. 노조의 선결조건은 ▲희망퇴직 거부자 전환배치 원직 복귀 ▲일방적 아웃소싱 진행 중지 ▲미지급 타임뱅크(사무직 특근·잔업 수당) 문제 해결 ▲55UPH(시간당 생산량) 인력배치 ▲기장 승격 정상화 등이다.
노조는 전주 열린 실무협상을 통해 선결조건을 사측에서 들어주지 않더라도 일단은 임금 협상에 나서기로 결정, 타결 전망이 다소 밝아졌다. 르노삼성은 내주 25일이나 26일로 본교섭 일정을 잡고 협상을 재개할 방침이다.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르노삼성 노조 관계자는 "전면파업으로 가게되면 회사는 물론 노조로서도 부담이 있기 때문에 파업 여부는 신중하게 결정할 것"이라면서도 "추석 전 타결이 됐으면 좋겠지만 아직까지 입장차이가 있어 쉽지는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