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기철 기자] 연장 접전 끝에 개인 통산 다섯 번째 메이저 대회 정상에 선 박인비(26·KB금융그룹)가 커리어 그랜드슬램(각기 다른 메이저에서 4개 우승)을 향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박인비는 18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피츠포드의 먼로 골프장(파72·6717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웨그먼스 LPGA 챔피언십(총상금 225만 달러) 4라운드 마지막 날 최종합계 11언더파 277타를 기록, 브리타니 린시컴(29·미국)과 동타를 이룬 뒤 연장 접전 끝에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올시즌 LPGA 투어 2승째이자 개인 메이저 통산 다섯 번째 우승을 차지한 박인비의 시계는 다음달 예정된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에 맞춰져 있다.
박인비는 우승 후 열린 LPGA 투어 공식 기자회견에서 "올해 유일한 목표는 커리어그랜드 슬램이다. 올해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우승에 실패했지만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에서 커리어그랜드 슬램의 기회가 남았다"고 기대했다.
지난해 3연속 메이저 우승을 차지하며 커리어 그랜드슬램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던 박인비는 분수령이었던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공동 42위에 머물며 대기록 달성에 실패했다.
이후 지난해 새롭게 메이저 대회로 격상된 에비앙챔피언십을 공동 67위로 마감, 올해로 목표를 넘겼다.
하지만 박인비는 올시즌 메이저 대회에서 한 차례도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 1년을 별렀던 브리티여자오픈에서는 3라운드 단독 선두로 나섰지만 최종일 타수를 잃고 공동 4위에 그쳤다.
박인비는 "올해 브리티시여자오픈은 그냥 잊어버리기에는 매우 힘든 대회였다"며 당시 아팠던 기억을 끄집어 냈다.
그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에 매우 가까워졌다고 생각했지만 최종일에 매우 실망스러운 플레이를 했다"면서 "지난해 실패 뒤 1년을 더 기다려왔던 터라 충격이 더욱 컸다"고 토로했다.
비록 전통의 메이저 대회는 아니지만 올해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거둔다면 커리어 그랜드슬래머가 될 수 있다.
박인비는 "지난해 이후 올해까지 계속해서 메이저 우승을 두드렸지만 실패했다"면서 "(이번 에비앙챔피언십은) 아픈 기억을 씻어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우승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다졌다.
이날 우승에 대해서 그는 "지난주 연장전 끝에 우승을 놓쳐서 이번 주에는 꼭 우승을 하고 싶었는데, 마지막에 행운이 따라줘 우승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패색이 짙던 박인비는 17번홀에서 4m 남짓의 먼 거리 버디퍼트를 홀컵에 떨군 뒤 까다로운 18번홀에서도 5m 거리의 긴 파퍼트를 성공시켜 연장전을 향한 발판을 마련했다.
이에 대해 그는 "하루 종일 원하는 대로 퍼팅이 되지 않아 매우 힘든 경기를 했지만 17번홀과 18번홀에서 매우 중요한 퍼트를 성공했다"면서 "우승은 운이 따라줘야 가능한데 오늘은 다른 선수보다 내가 조금 더 운이 좋았던 것 같다"며 웃어 보였다.
이어 "18번홀은 핀 위치가 매우 까다로워 파만 기록하면 반드시 내게 기회가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마지막 퍼트를 하기 전에 반드시 들어가기를 강하게 원했고, 결국 성공해 연장 기회를 얻었다"고 덧붙였다.
박인비는 지난주 마이어 클래식에서 후배 이미림(24·우리투자증권)에게 연장 접전 끝에 우승컵을 내줬다. 일주일 뒤 린시컴과 다시 겪게 된 연장승부에서는 박인비가 웃었다.
LPGA 투어 대회에서 5번째 연장전 승부를 벌인 박인비는 3승2패를 기록, 절반이 넘는 연장전 승률을 챙겼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는 연장 끝에 베테랑 카트리오나 매튜(45·스코틀랜드)를 꺾었다.
이에 대해 그는 "지난주 연장전 경험이 확실히 도움이 된 것 같다"면서 "지난해 이곳에서 연장전을 벌였던 것도 생각이 났고, 과거 경험했던 연장전에 대한 생각들이 떠오르면서 마음이 편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