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부삼 기자]박근혜 대통령은 14일 오후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현재도 전쟁의 상흔으로 남아 있는 이산가족들이 고령으로 인해 고통과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를 해결하는 것이 인도적 차원에서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진행된 프란치스코 교황과의 면담에서 “전쟁을 겪고 여전히 분단 상황에 있는 우리로서는 교황이 추구하는 평화와 화해를 위한 노력과 헌신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 대통령은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지 못하고 남북한 주민들이 여전히 전쟁과 핵위협 아래 살고 있는 것은 치유되지 못한 상처”라며 “한국 정부는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처하면서도 대화의 문은 항상 열어두고, 교류와 협력을 지속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한반도에서 핵과 전쟁의 공포를 종식시키며 이산가족 문제와 탈북자 등 문제의 해결을 기하는 것은 평화통일로서만 가능하다”면서 한반도의 평화정착과 통일시대가 열릴 수 있도록 교황의 지속적인 관심과 기도를 희망했다.
박 대통령은 또 “그동안 따뜻한 서한을 보내주시면서 우리 국민들을 축복해 주셨고, 그리고 한반도 평화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갖고 기도도 해 주시고, 애정을 보내주신 데 대해서 감사드린다”며 “지난 4월 세월호 침몰 사고의 희생자와 유가족에게 위로를 전해 주시고 기도해 주신 데 감사드린다”고 사의를 표했다.
그러면서 “평소 교황님께서 세계평화와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헌신하고 계시고 활동하시는 소식들을 들어 왔는데 이번에 뵙게 돼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아시아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이렇게 한국을 방문하신 데 대해서 그 의미를 더 각별하게 느끼고 있다”고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환대에 감사를 표한 뒤 “한국이 노인을 공경하는 문화를 가지고, 국민들이 열심히 일해 나라를 일으킨 점을 잘 알고 있다”면서“박 대통령과의 수차례 서한 교환을 통해 대통령의 주된 관심사가 평화에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프란치스코 교황은 “평화는 하느님의 선물이며 이 선물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했고, 이에 박 대통령은 “평화는 수고할 만한 가치가 있는 선물”이라고 화답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산가족 문제와 관련해 “가족이 중요하다는 것이 핵심으로서 이산가족들이 떨어져 사는 아픔을 이해하고 가톨릭교회가 그 해결을 위해 지속적으로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또 “한국은 하나의 언어를 사용하고 있는 점이 평화의 씨앗”이라며 “이를 잘 심고 가꾸어 나가면 한반도는 점차 하나가 될 것이므로 이를 위해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면담에 앞서 박 대통령은 청와대 대정원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위한 공식환영식을 열었다.
비를 피하기 위해 우산을 쓰고 있던 박 대통령은 교황이 탄 차가 도착하자 우산을 치우고“좀 쉬셨습니까”라며 인사를 건넸다. 이에 프란치스코 교황은 “쉬었고, 이곳에 오게 돼 기쁘게 생각하고 만족한다”고 답했다.
박 대통령과 프란치스코 교황은 청와대 본관에서 전통의장대를 통과해 대정원 사열대로 이동했다. 통상 환영식에서는 정상들이 의장대를 돌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이 고령인 점을 감안해 이날은 이례적으로 의장대가 대정원을 한 바퀴 돌며 분열을 했다.
의장대 분열 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시작으로 우리측이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인사했으며 뒤이어 교황청측이 박 대통령에게 인사를 한 뒤 환영식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