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승리 기자] 팬택이 12일 결국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전반에 적잖은 영향이 예상된다.
법원은 팬택의 기업가치 등을 고려해 향후 1개월 이내에 법정관리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법원이 신청을 받아들이면 팬택은 법정관리인 선임, 회생계획안 마련 등을 거쳐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되며, 신청이 기각되면 청산 절차에 돌입하게 된다.
시장에서는 팬택의 위기가 국내 스마트폰 관련 업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지난해 상생 차원에서 530억원 규모의 지분투자를 단행한 삼성전자는 일부 금전적 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삼성은 지난해 팬택의 총 발행주식의 10%를 취득하며 퀄컴(11.96%)과 산업은행(11.81%)에 이어 3대 주주에 올라섰다. 하지만 팬택의 법정관리로 보유한 지분이 공수표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보유한 지분가치는 큰 폭으로 떨어질 수 밖에 없고, 청산 절차에 들어가면 지분은 휴지 조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어느 쪽이든 투자한 금액을 온전히 돌려받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삼성전자 부품 계열사들도 일부 매출 감소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삼성전자는 팬택에 스마트폰용 반도체, 삼성디스플레이는 LCD 패널, 삼성전기는 회로기판(PCB)과 카메라 모듈, 삼성SDI는 배터리 등을 납품해왔다, 삼성 계열사들이 한 해에 팬택에 납품하는 규모는 2000억원에 이른다.
이동통신사들은 삼성전자의 시장 지배력 확대에 대해 특히 우려하는 모습이다.
현재 국내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삼성전자, LG전자, 팬택은 6대 3대 1 구조로, 팬택은 지난해 하반기 기준 13%를 점유하고 있다. 가뜩이나 삼성전자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상황에서 3위 사업자인 팬택마저 사라지면 삼성전자의 입김이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삼성과 LG전자 등 양강체제가 고착화되면 제조사와 가격 등 협상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해 질 수 밖에 없다"며 "국내 외산폰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팬택이 사라지면 고객들의 휴대폰 선택의 폭이 줄어들고, 휴대폰 제조 생태계의 활력도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시장에서는 또 팬택의 3자 매각 가능성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팬택에 대한 법정관리가 결정되더라도 법원이 매각 절차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현 스마트폰 시장 환경에서 팬택의 회생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은데다, 지금처럼 이통사들이 단말 구매를 계속해서 거부하면 경영정상화는 더욱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국내·외 특허 4800여건을 비롯해 지식재산권 1만8700건을 보유하고 있는 팬택이 국내 업체들 보다는 중국이나 인도 등 외국 업체들에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팬택을 인수할 만한 여력이 있는 기업으로 삼성과 LG를 들 수 있지만, 이들 입장에서는 기술적으로나 영업면에서나 팬택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며 "또 이미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에 다다른 상황에서 새롭게 이 시장에 뛰어들 국내 기업도 찾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팬택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곳은 인도 휴대전화 제조사인 마이크로맥스도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로맥스는 인도 시장에서 저가폰 전략으로 20% 가까운 점유율을 확보한 휴대폰 제조사로, 최근에는 고가폰 시장과 해외시장 진출도 모색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저가폰 중심인 마이크로맥스가 팬택의 기술력을 확보, 고가폰 시장에 진출하는 기반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하고 있다.
또 자본력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가졌음에도 기술력은 아직 국내 업체들에 비해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중국 업체들도 팬택은 눈여겨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샤오미 등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빠르게 보폭을 넓히고 있는 상황에서 팬택의 기술력은 중국 업체들에 한국 기업들과의 격차를 더욱 빠르게 좁히는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