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기철 기자] 투수진에 구멍이 보이는 SK 와이번스의 반등이 가능할까.
SK의 이만수(56) 감독은 최근 "한 경기가 남아도 포기하는 것은 없다. 나의 인생 철학에 포기란 없다. '네버 에버 기브 업(Never ever give up)'이다"고 밝혔다.
최근 이 감독이 젊은 선수들에 대한 기용 폭을 늘리면서 'SK가 당장 올 시즌 성적이 아닌 미래를 바라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자 이를 이 감독이 전면 부인하고 나선 것이다.
40승53패를 기록한 SK의 현재 순위는 8위다. 4위 롯데 자이언츠와는 4.5경기차다.
각 구단 모두 30경기 이상이 남아있는 만큼 산술적으로 역전이 불가능한 수치는 아니다.
하지만 현재 SK의 상황을 살펴보면 사실상 반등이 쉽지 않다.
타선의 문제는 아니다. SK는 외국인 타자 루크 스캇이 항명사태 끝에 방출당해 토종 선수로만 타선을 꾸리고 있지만 최근 들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김강민이 부상으로 빠진 상황에서 이명기라는 젊은 피가 그 역할을 어느 정도 메워주고 있다. 조동화라는 2번 타자도 활용도가 높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중장거리 타자 최정과 타율 1위를 다투는 이재원이 뒤를 받치고 있다.
무엇보다 크게 느껴지는 것은 투수진의 구멍이다.
반격을 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을 수 있는 것이 탄탄한 선발진이다. 선발진이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팀은 언제고 치고 올라올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연히 선발진이 얼마나 탄탄한가는 시즌 전반을 평가하는데도 중요한 요소다.
이 감독은 반격을 외치고 있지만 반격의 발판이 될 선발진은 안정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조조 레이예스대신 데려온 트래비스 밴와트가 '복덩이' 역할을 해주면서 SK는 김광현~밴와트로 이어지는 강력한 '원투펀치'를 구축했다.
반면 3~5선발은 무게감이 다소 떨어진다.
물론 3선발로 나서는 채병용이 조금씩 좋아지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군 복무를 하기 전 전성기의 모습은 아니다. 가장 최근 등판이었던 지난 9일 마산 NC전에서 채병용은 5이닝 6실점을 기록했다.
여기에 고정된 4, 5선발이 아예 없다. 반격을 하려면 최소한 4선발까지는 탄탄해야 하는데 SK는 둘 다 고정적이지 않다. 여건욱과 박민호, 김대유, 문광은 등을 경쟁시키고 있다.
물론 이들 유망주 가운데 한 명이 급성장해 자리를 잡아줄 수도 있지만 선발 한 자리를 꿰찬다고 해도 아직 어린 선수들인만큼 기복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중간계투라도 강하면 선발진의 공백을 어느 정도 메울 수 있다. SK가 2009년 19연승을 달릴 때 선발진은 탄탄하지 못했으나 '벌떼야구'가 있었다.
하지만 올해 SK는 잘 나갔던 시즌 초반에도 불펜이 약점으로 꼽혔다.
여기에 시즌 초반 불펜의 핵심 역할을 하던 박정배와 박희수가 각각 오른 어깨 통증과 왼 어깨 통증으로 전력에서 제외된 상태다.
윤길현과 진해수, 전유수가 자신의 몫을 해주고는 있으나 역시 기복이 있기는 마찬가지다. 박희수, 박정배보다 무게감도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이 감독은 거듭되는 역전패에 투구수가 늘어나면 흔들리는 외국인 투수 로스 울프에게 뒷문을 맡겼다. 뒷문 단속은 이전보다 잘 되고 있어 성공적인 보직 변경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결국 선발진 의 구멍이 커지는 결과를 낳았다.
실낱같은 희망을 붙잡아야 하는 SK로서는 4, 5선발을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는 유망주들 중에 한 명이라도 제자리를 찾아주길 바랄 수밖에 없다. 그래야만 그나마 반격의 발판을 다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