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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이야기 없다, 횡설수설 코미디…영화 '해적 바다로 간 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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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뉴스 김한나 기자] 제목과 포스터가 비장하다. 그러나 오해해서는 안 된다. 

영화 '해적: 바다로 간 산적'(감독 이석훈)의 지향점은 분명하다. 관객에게 웃음을 주는 것이다. '코미디' 영화다. '군도: 민란의 시대'(감독 윤종빈)가 기대에 못 미치고, '명량'(감독 김한민)이 안 그래도 더운 여름밤을 더 뜨겁게 만들고 있는 상황에서 '해적'의 선택은 나쁘지 않아 보인다. 한바탕 웃고 나올 수 있는 영화도 필요한 계절이다.

웃음만을 주려고 했다면 135억원이라는 막대한 제작비는 필요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해적'은 '한국형' 블록버스터 영화답게 보여주려고 하는 것도 많은 영화다. 해적과 산적과 조선수군이 옥새를 삼킨 고래를 찾으러 바다로 간다는 설정에서 대규모 해상 전투를 예상할 수 있다. 또 칼을 든 도적들이 만난다는 데서 이들이 어떤 액션을 보여줄지도 기대하게 된다. 이야기의 매개체가 고래인데 고래가 빠질 수 없다. 고래를 컴퓨터 그래픽으로 어떻게 구현했을지도 궁금하다. 손예진, 김남길, 유해진, 이경영, 오달수, 김태우, 박철민, 신정근, 김원해, 정성화, 조달환, 설리 등이 어떤 연기를 했을지도 관심사 중 하나다.

유머, 액션, CG,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이야기다. 해적과 산적과 조선수군과 고래가 뒤엉키는 이야기를 얼마나 흥미롭게 풀어내느냐가 영화의 핵심이다. '트랜스포머' 시리즈를 만든 마이클 베이 감독이 비판받는 지점은 폭파와 파괴만을 보여줄 뿐, 이야기를 쌓아올릴 생각을 전혀 하지 않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는 이유는 결국 새롭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듣고 보기 위해서다.

하지만 '해적'에는 이야기가 없다. 이 영화를 하나의 건축물에 비유한다면, 좋은 건축 자재를 잔뜩 가져다 놓고 기둥도 채 세우지 않은 채 집을 짓겠다고 나서는 모양새다.

조선의 옥새를 싣고 오던 배와 고래가 바다 한가운데서 부딪힌다. 옥새는 고래 뱃속으로 들어간다. 조선수군은 옥새를 찾기 위해 해적을 동원한다. 산적은 금은보화를 노리고 옥새를 찾아 바다로 간다. 조선수군도 또 다른 해적을 이용해 바다로 뛰어든다. 바다에서 한바탕 소동이 일어난다.

유치함과 식상함을 참아낼 수 있다면, '해적'의 코미디는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이 영화의 유머는 대부분 산적패가 담당하는데, 대체로 슬랩스틱에 의존한다. 뛰고, 구르고, 넘어지는 모습을 통해 말초적인 웃음을 자아내는 식이다. 또 산적패 내의 서열 문제로 그들이 다투는 모습, 해적과 산적이 서로를 비하하면서 나오는 말장난이 작은 웃음을 자아낸다.

'해적'이 웃음이라는 측면에서 가장 기대고 있는 것은 유해진의 개인기다. 유해진이 놀라운 점은 비슷한 방식의 유머를 각기 다른 영화에서 반복적으로 구사하면서도 매번 관객을 웃게 한다는 것이다. 멀미가 심해 해적에서 산적으로 이직한 인물을 맡은 그가 바다가 얼마나 넓은지, 고래가 얼마나 큰 동물인지 설명하는 장면에서는 웃지 않을 방법이 없다. 그가 특유의 억양으로 내뱉는 말 한 마디 한 마디는 영화가 조금은 억지스럽게 짜낸 우스꽝스러운 상황보다 더 큰 웃음을 준다.

문제는 이 영화의 이야기다. '해적'은 에피소드를 나열하면서 판을 벌이고, 급하게 봉합해서 단순하게 결론을 내리는 방식을 취한다. 관객에게 웃음을 줄 수 있는 일종의 콩트를 이어붙이는 데 러닝타임의 80%를 할애한다. 나머지 시간은 이를 수습하는 데 사용한다. 그래서 사건은 있는데, 서사는 없다. 뭘 봤는지 알 수가 없다. 허탈한 코미디다.

영화가 코미디를 지향하고 있다고 해서 인물들의 지적 수준을 반드시 낮춰야 하는 것은 아니다. 각각의 인물에 특정한 성격을 부여해 그것이 충돌하는 데서 웃음을 만들 수도 있고, 관객이 예상치 못한 편집을 통해 즐거움을 주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해적'의 등장인물은 하나같이 머리가 좋지 않다. 조금만 생각을 하면 하지 않을 행동을 기어이 해서 위기를 자초하고, 그 위기를 그보다도 더 우스운 방식으로 타개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다. 해적과 산적과 조선군은 고래잡이에 나선 목적을 완전히 잊고 쓸데없는 행동을 반복한다. 그렇게 이야기는 산으로 간다.

'해적'의 서사는 단 한 순간도 전진하거나 뛰어오르지 못하고, 단순히 '고래를 잡자'라는 일종의 캐치프레이즈 아래 억지스러운 웃음을 만들어내는 데 시간을 허비한다. '해적'의 시나리오는 '설정'만으로 만들어졌다. 고래가 옥새를 삼켰다는 설정, 해적이 고래를 잡으러 간다는 설정, 산적도 고래를 잡으러 간다는 설정, 조선군도 고래를 잡으러 간다는 설정을 모아서 관객에게 '이거 재밌겠지?'라고 단순하게 묻고 있을 뿐이다. 

더 나쁜 것은 고래를 사용하는 방식이다. '해적'에서 고래는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상처 입은 고래, 새끼를 가진 고래가 바로 그 의미인데, 이 영화에서 고래는 CG 기술력을 자랑하기 위한 도구로만 사용된다. 고래의 모성애가 자주 국가의 설립이라는 이데올로기로 변화하는 영화의 결론은 마치 난수표를 들여다보고 있는 듯, 어떤 말로도 설명할 수 없다. 위안이라면 고래 CG가 볼만하다는 것 정도.

'해적'의 액션은 즐길 만한 것이 되지 않는다. 손예진은 생기 없는 연기를 한다. 김남길은 눈에 띄지 않는다. 그나마 유해진과 조연급 연기자들이 제 몫을 한다. 영화의 규모 또한 아기자기한 정도다.

코미디 영화가 관객을 웃기면 그만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관객에게 단순히 웃음을 주기 위해서 순제작비 135억원을 써야 했을까. 이석훈 감독은 할리우드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보다 '해적'이 재밌다고 말했다. 안타까운 발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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