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박철호 기자] 한국 여자청소년(18세 이하) 핸드볼대표팀이 마케도니아에서 열리고 있는 제5회 세계여자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 유럽의 벽을 넘지 못했다.
한국은 지난달 30일 자정(한국시간) 마케도니아 오흐리드에서 열린 독일과의 대회 8강전에서 29-35로 패했다.
힘에서 밀렸다. 독일 선수들은 성인대표팀 선수라고 해도 믿을 만큼 키가 컸고, 탄탄한 몸을 가졌다. 180㎝ 이상인 선수가 수두룩했다.
그런데 그들은 유독 한 선수를 막는데 애를 먹었다. 피봇 강은혜(18·구리여고)다.
피봇은 핸드볼에서 가장 몸싸움이 격렬한 자리다. 때문에 체격조건이 우세한 유럽 선수들과의 경쟁에서 한국은 남녀 모두 어려움을 겪어왔다.
강은혜는 신장이 185㎝로 대표팀에서 가장 크다. 큰 신장에서 나오는 힘이 대단하다. 손도 커 농구공을 한 손으로 잡을 수 있다. 쉽게 나오지 않는다는 피봇 자리에서 일찌감치 차세대 기대주로 각광받았다.
강은혜는 1일(한국시간) "독일에 져서 많이 아쉽다. 잘할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해 슬프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유럽 선수들의)힘은 정말 장난이 아니다. 키까지 커서 밀리는 부분이 있었다. 한국에서 남자 중학교 선수들과 연습경기 할 때의 느낌을 받았다"며 "자존심이 많이 상했다"고 더했다.
그러나 강은혜도 그들에게 위협적이었다. 독일 선수 2~3명이 한꺼번에 밀고, 잡아당겨야 겨우 막을 수 있었다.
강은혜가 처음 핸드볼 공을 잡은 것은 구리 인창초등학교 5학년 때이다. 당시 신장이 178㎝. 할아버지의 키가 190㎝, 어머니는 배구 선수 출신으로 좋은 유전자를 물려받았다.
때문에 축구, 농구, 투포환 등 여러 운동부들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다. 강은혜는 "핸드볼이 피구와 비슷한 것이라고 하기에 재미있을 것 같아 선택했다"고 했다.
강은혜는 지난해 제2회 난징아시아유스대회, 청소년아시아선수권대회에 모두 출전해 한국이 우승을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해에 여성체육대상 꿈나무상도 수상했다.
당연히 고등학교 졸업반인 그에게 쏠리는 실업팀들의 관심이 대단하다. 그러나 강은혜는 대학 진학을 결정했다.
그는 "실업에서 뛰기에는 아직 실력이 많이 부족한 것 같다. 대학에서 더 갈고 닦고 싶다"고 했다. 또 "체육 분야의 공부도 해보고 싶다. 특히 교육학을 배우고 싶다"고 했다.
한국은 한국 시간으로 1일 오후 9시45분에 지난 대회 준우승팀 러시아와 5~8위 순위결정전을 치른다.
강은혜는 "2012년 이 대회에서는 막내였기 때문에 그냥 언니들만 따라하면 됐는데 이번에는 내가 언니라서 부담감과 책임감을 크게 느끼고 있다"며 "남은 경기에서도 몸을 사리지 않고, 더 강하게 할 것이다"고 했다.
닮고 싶은 선수로는 남자 국가대표 피봇 박중규(31·웰컴론)를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