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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수, 천하의 나쁜놈이라는 말은 곧 칭찬…‘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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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뉴스 조종림 기자] 누군가는 드라마 ‘외과의사 봉달희’(2007)의 ‘안중근’을 떠올릴지 모른다. 또 다른 사람은 드라마 ‘온 에어’(2008)의 ‘장기준’에 강한 인상을 받았을지 모른다. 가깝게는 드라마 ‘자이언트’(2010)에서 누구보다 강렬했던 ‘이강모’로 그의 연기를 논할 것이다.

세 인물의 공통점은 겉은 차가울지 몰라도 마음만은 따뜻한 캐릭터라는 점이다. 배우 이범수(44)는 이런 역할을 맡을 때 가장 인기가 좋았다.

좋은 연기를 하지 않은 적이 없는 이범수지만, 인기와 상관없이 그의 연기가 가장 빛을 발했을 때는 악역을 맡았을 때다. 1990년대 중후반 단역을 전전하던 그가 대중에 이름을 알리게 된 것은 ‘태양은 없다’(1998)의 ‘병국’을 연기했을 때다. 아무렇지 않게, 하지만 누구보다 집요하게 ‘홍기’(이정재)를 괴롭히는 ‘병국’을 보면서 ‘저 배우는 누구야?’라고 묻지 않는 사람은 드물었다.

그리고 이범수가 주연급으로 자리를 잡은 2006년, 그는 다시 한 번 악역에 도전했다. 류승완 감독의 영화 ‘짝패’에서다. ‘장필호’는 ‘병국’과는 조금 다른 스타일의 악역이었다. ‘병국’이 직선적인 악역이라면, ‘장필호’는 곡선의 악역이다. 충청도 사투리와 능글맞은 표정 뒤에 잔인함을 감췄다가 어느 순간 상대의 폐부를 찌르는 ‘장필호’는 악역의 정석에서 벗어난 인물이었지만, 이범수를 만나면서 그 어떤 악당보다 무시무시한 캐릭터가 됐다.

이런 이범수가 다시 악역으로 돌아왔다. ‘짝패’ 이후 8년 만이다. 영화 ‘신의 한 수’(감독 조범구)에서 그는 내기바둑판의 절대 강자 ‘살수’를 연기했다. ‘살수’는 ‘병국’이나 ‘필호’와는 또 다르다. ‘살수’는 두 인물보다 훨씬 날이 서 있고, 더 무지막지하다. 어떻게 보면 절대악이다.

“똑같으면 안 된다는 부담감이 있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수’를 연기한 건 또 다른 악당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욕심 때문이었습니다.”

‘신의 한 수’의 ‘살수’는 말이 없다. 말이 없는 대신 판단이 빠르고 행동이 간결하다.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가차 없이 내친다. ‘태석’(정우성)의 형을 죽일 때, 중국 깡패들을 홀로 상대할 때 그는 망설이지 않는다. 살생을 즐기는 듯하다.

“맞아요. 냉정하고 속을 알 수 없는 인물이죠. 아주 예리해요. 얼음처럼 차가운 인물을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살수’는 상대에게 겁을 주지 않아요. 곧바로 행동하죠. 말이 없으니까 눈빛과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느낌만으로 악함을 표현하려고 했습니다.”

이범수의 악역이 주목받는 이유는 그가 이전 작품에서 보여줬던 이미지를 완전히 제거할 줄 알기 때문이다. ‘병국’도 ‘필호’도 ‘살수’에서도 이전에 이범수가 연기했던 선한 분위기의 인물은 전혀 찾을 수 없다. 이범수는 철저히 악역으로 남는다. ‘살수’의 눈빛을 보고 있자면, 그가 했던 코믹한 캐릭터는 상상할 수 없다. “너무 몰입해서 힘든 건 없어요. 부족할까봐 걱정이죠. 정말 악랄하고, 혐오스러운 사람으로 보이고 싶었습니다.”

이범수는 관객의 반응을 걱정했지만, 결과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그대로다. ‘신의 한 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에게 밀리지 않고 있다. 정우성의 힘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정우성이 연기한 인물의 대척점에 서있는 '살수'의 힘 또한 낮게 평가할 수 없다. 액션이 살기 위해서는 리액션이 좋아야 하는 법이다. 그의 말도 딱 그랬다.

“이번 연기는 좋은 리액션으로 채우고 싶었어요. 그리고 그게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분석한 ‘살수’는 먼저 행동하는 인물이 아니죠. 누군가 어떤 일을 하면 거기에 반응하는 인물입니다. 그런데 그 반응이 누구보다 예리해요. 그게 이번 연기의 포인트라면 포인트겠죠.”

이범수는 스무 살이던 1990년 영화 ‘그래 가끔 하늘을 보자’에서 단역으로 데뷔했다. 벌써 24년이다. ‘신의 한 수’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하수에게 인생은 지옥이고, 고수에게 인생은 놀이터다.’ 데뷔 24년차 촬영 현장이란 그에게 어떤 곳일까.

“놀이가 됐으면 한다”는 게 그의 대답이다. “단 한 번도 연기를 일로 여기려고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연기가 일이 될 때, 노동이 될 때 내 연기는 의미가 없어진다”고 말했다. “게임처럼 즐기고 싶다”는 자세다.

그러면서 그는 이 말을 연기를 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의 숙명과 연결지어 설명했다.

“배우가 연기할 때의 감정은 내 감정이 아니면서 내 감정이고, 내 감정이면서 내 감정이 아닙니다. 어려운 일이죠. 슬픈 연기를 해야 할 때 내가 실제로 슬프면 될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아요. 내 기분이 좋아야 해요. 컨디션이 좋아야 합니다. 그래야 거기서 슬픈 연기가 나오죠. 그래서 연기를 잘 한다는 건 연기가 즐겁다는 말과 같은 겁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살수’와 ‘태석’은 바둑판 앞에 앉는다. ‘살수’는 검은돌, ‘태석’은 흰색돌을 잡는다. 검은돌은 상대적으로 하수의 돌이다. 혹시 그가 검은돌은 선택한 것에는 이유가 있었을까.

“제가 선택했어요. 검은돌에는 도전자 느낌이 있잖아요. 내가 스스로 부족함을 많이 느낀다는 뜻이겠죠. 선두에 서 있는 사람이 아니다, 약간 뒤에 있다는 것도 미덕이라면 미덕이겠죠. 올라갈 곳이 있으니까요.”

이게 이범수가 연기를 잘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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