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창진 기자]홍명보(45)감독이 10일 축구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홍 감독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 2층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진사퇴를 공식 발표했다. 지난 3일 대한축구협회가 홍 감독의 유임 결정을 내린지 7일 만이다.
홍 감독은 “이 같은 자리에 서게 돼 마음이 무겁고 아프다”며 “지난 브라질월드컵에서 국민들에게 희망을 준다고 얘기했었는데 결과적으로 실망감만 드려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 1년 동안 대표팀을 이끌며 실수도 있었고 잘못도 있었다. 저 때문에 많은 오해가 생겼던 것 같다”며“발전된 사람이 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지만 오늘로서 이 자리를 떠나겠다”고 전했다.
월드컵 직후 사퇴 결정을 내리지 않은 것에 대해 홍 감독은 “인천공항에 도착해서 바로 사퇴 얘기를 하면 저 자신은 비난을 피해갈 수 있었지만 (대표팀과 관련된)그외의 모든 비난까지 제 몫이라고 생각했다”며 “시간을 갖고 경기력·기술·팀 운영 문제 등에 대해 생각을 했고 이번 결정을 내렸다. 늦게 (공개석상에)나온 것을 이해해 달라”고 설명했다.
유임이 결정된 뒤 홍 감독은 사생활까지 공개돼 적잖은 마음고생을 했다.
그는 “땅 매입 부분은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다. 훈련 중에 나와서 한 일이 아니냐는 얘기가 있는데 그것은 절대로 아니다. 제가 그렇게 비겁하게 살지는 않았다”며 “월드컵 후 뒤풀이 논란은 패배로 슬퍼하는 어린 선수들을 챙기고 싶었던 내 생각이었다. 리더로서 신중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6월 대표팀 사령탑에 오른 홍 감독은 1년간의 준비 끝에 2014브라질월드컵에 나섰다. 그러나 세계 축구의 높은 벽을 실감하며 1무2패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한국이 월드컵 본선에서 1승도 거두지 못한 것은 1998프랑스월드컵(당시 1무2패) 이후 16년 만이다.
홍 감독은 월드컵이 끝난 뒤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사퇴의사를 밝혔지만 축구협회가 이를 만류했다.
유임 발표 후에도 월드컵 준비 기간 중 있은 부동산 매입·대표팀 뒤풀이 등 각종 논란에 시달려온 홍 감독은 끝내 중도하차를 선택했다.
한편 허정무(59) 축구협회 부회장이 2014브라질월드컵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이날 오전 홍 감독의 사퇴 기자회견이 끝난 뒤 단상에 올라 “단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해 홍 감독과 함께 동반 사퇴하기로 마음을 결정했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허 부회장은 먼저 “홍명보 감독이 마음고생을 많이 했을 것이다”며 “이번 기회를 바탕으로 더욱 대한민국 축구 발전을 위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반드시 오리라고 생각한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이어 허 부회장은“단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해 홍 감독과 함께 동반 사퇴한다”며 “정몽규 축구협회장께도 이미 사퇴 의사를 전했다”고 말했다.
허 부회장은 “협회에 묻는 책임을 이쪽으로 돌려달라”면서“협회는 많은 부분에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쇄신할 부분은 쇄신하고 2018년 월드컵이나 2016년 올림픽에서 어떻게 해야 팬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까 노력하고 있다. 모든 책임은 우리(홍명보 감독·허정무 부회장)에게 돌리고 한국 축구를 위해 우리 협회가 노력하는 만큼 많이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허 부회장은 “그동안 많은 사랑을 보내줘 고맙고 죄송하다”면서“한국 축구의 미래를 위해 애정을 갖고 도와 달라”고 다시 한 번 머리를 숙였다.
1970년대를 풍미한 대표적 스타 플레이어 출신인 허 부회장은 앞서 지난 2007년 12월 대표팀 감독에 올라 2010남아공월드컵에서 한국을 처음으로 원정 16강에 진출시키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2013년 3월부터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으로 재직해왔으며, 2014브라질월드컵에 출전한 한국대표팀 단장을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