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기철 기자] 2014브라질월드컵이 27일(한국시간) 새벽 H조 3차전을 끝으로 조별리그 48경기를 모두 마쳤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이번 월드컵에 역대 최초로 '볼 컨트롤(골라인 판독기술)'과 '배니싱 스프레이'를 동시에 도입하며 오심을 막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그간 조별리그 경기에서는 과거 월드컵들과 마찬가지로 논란의 소지를 가진 판정들이 승부를 갈랐다. 이 때문에 브라질월드컵 역시 '오심 월드컵'이라는 오명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오심 논란은 지난 13일 브라질 상파울루의 아레나 데 상파울루에서 개막전으로 치러진 개최국 브라질과 크로아티아의 조별리그 A조 1차전부터 시작됐다.
양팀이 1-1로 팽팽하게 맞서던 이날 후반 24분 브라질 공격수 프레드(31·플루미넨세)가 페널티지역 안에서 크로아티아의 수비수 데얀 로브렌(25·사우스햄턴)과 몸싸움을 벌일 때였다. 로브렌이 프레드의 왼쪽 어깨를 손으로 짚는 순간 프레드는 두 팔을 크게 뻗으며 그대로 주저앉았다.
프레드의 시뮬레이션 액션이 의심됐지만, 일본 출신의 니시무라 유이치(42) 주심은 지체 없이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로브렌은 경고까지 받았다.
니시무라 주심은 이보다 앞선 전반 26분 브라질의 에이스 네이마르(22FC바르셀로나)가 크로아티아의 플레이 메이커 루카 모드리치(29·레알 마드리드)의 목을 팔로 가격했을 때는 고의성이 충분했는데도 경고밖에 주지 않아 대조를 이뤘다.
키커로 나선 네이마르에게 그의 월드컵 데뷔골로 역전을 허용한 크로아티아는 이후 분위기가 급격히 하락, 후반 추가시간에 오스카(23·첼시)에게 한 골을 더 내주며 1-3 역전패했다.
경기 직후 니코 코바치(43) 크로아티아 감독은 "농구 경기에서는 가벼운 신체접촉도 파울로 선언하는 경우가 많다"며 "만약 오늘 나온 페널티킥이 진짜 파울이었다면 우리는 차라리 농구를 하겠다"고 심판 판정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날 니시무라 주심의 석연찮은 판정은 이익을 본 팀이 개최국인 것과 결부되면서 논란이 가중됐고, 결국 니시무라 주심은 20일 온두라스와 에콰도르의 조별리그 E조 2차전의 대기심으로 사실상 좌천된 뒤 지금껏 경기의 주심으로 나서지 못했다.
오심 논란은 지난 14일 치러진 멕시코와 카메룬의 A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또 일었다.
이날 멕시코의 공격수 지오반니 도스 산토스(25·비야레알)가 전반 11분과 29분 연이어 골을 터뜨렸지만, 모두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아 득점을 날려야 했다.
억울한 판정이 계속됐지만 멕시코는 포기하지 않았다. 후반16분 산토스의 슈팅을 카메룬 골키퍼가 걷어내자 오리베 페랄타(30·산토스 라구나)가 이를 놓치지 않고 찔러 넣어 1-0의 값진 승리를 챙겼다.
이날 오프사이드 논란을 일으킨 콜롬비아 출신의 움베르토 클라비호(41) 제1부심은 당초 지난 23일 치러진 한국과 알제리의 조별리그 H조 2차전의 제1부심으로 내정됐으나 20일 에콰도르 출신의 크리스티안 레스카노 심판으로 전격적으로 변경된 뒤 경기 심판에서 사실상 배제된 상태다
22일 브라질 쿠이아바의 아레나 판타나우에서 펼쳐진 치러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 나이지리아의 2014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F조 2차전에서도 오심이 승부의 향방을 뒤바꿨다.
전반 21분 전진 패스를 받은 보스니아의 공격수 에딘 제코(28·맨체스터 시티)가 나이지리아의 오프사이드 트랩을 무너뜨리면서 수비 뒷공간을 파고들어 골을 터뜨렸다. 그러나 주심은 오프사이드를 선언하며 골을 취소해 버렸다.
그러나 이를 느린 재생 화면으로 보면 제코는 온사이드에 있었다. 분명한 오심이다.
선제골을 도둑맞은 보스니아가 흔들리는 사이 나이지리아는 역습에 나서 먼저 골을 터뜨렸다. 이 골이 그대로 결승골이 되면서 보스니아는 1-0으로 패배, 아르헨티나전(1-2 패)에 이어 2패를 떠안게 됐다.
결국 보스니아는 26일 브라질 사우바도르의 아레나 폰치 노바에서 열린 이란과의 F조 3차전에서 3-1로 승리했지만, 승점 3(1승2패)에 그쳐 승점 4(1승1무1패)의 나이지리아에 밀려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조별리그 오심의 절정은 우루과이의 공격수 루이스 수아레스(27·리버풀)의 '핵이빨 사건'이다.
수아레스는 지난 25일 브라질 나타우의 이스타지우 다스 두나스에서 열린 우루과이와 이탈리아의 조별리그 D조 3차전 후반 34분 프리킥 상황에서 자신과 몸싸움을 벌이던 수비수 조르조 키엘리니(30·유벤투스)의 어깨를 깨물었다. 주심은 프리킥 상황에 집중하느라 이 모습을 목격하지 못했다.
키엘리니는 즉시 주심에게 선명한 이빨 자국을 보여주며 항의했으나 주심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경기를 속행시켰다.
주심은 이보다 앞서 후반 4분 이탈리아의 클라우디오 마르키시오(28·유벤투스)가 축구화 스터드로 상대 정강이를 차는 반칙을 범했을 때는 가차 없이 퇴장시켰지만 자신이 직접 보지 못한 상황에 대해서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어수선한 틈을 타 후반 36분 터진 우루과이의 디에고 고딘(28·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이 헤딩 결승골을 작렬했고, 수적열세를 안고 있던 이탈리아가 만회에 실패하면서 우루과이가 1-0으로 승리했다.
2차전까지 승점3(1승1패)으로 같았던 우루과이와 이탈리아가 16강행을 놓고 겨룬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였던 만큼 우루과이는 코스타리카에 이어 D조 2위로 16강에 올랐고, 이탈리아는 짐을 싸야 했다.
이날 키엘리니의 어깨를 깨문 뒤 우연히 그의 어깨에 이를 부딪친 것처럼 '아프다' 연기까지 했던 수아레스는 심판을 속이는데 성공했지만, 이미 전 세계 축구팬들이 TV 생중계로 그 일련의 장면들을 지켜본 뒤였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26일 수아레스에게 A매치 9경기 출장 정지 징계 처분을 내렸다. 또한 앞으로 4개월 간 축구와 관련된 모든 활동 금지와 함께 10만 스위스 프랑(약 1억1400만원)의 벌금도 부과했다. 징계가 즉시 발효되면서 수아레스는 오는 29일 열릴 C조 1위 콜롬비아와의 16강전부터 경기에 출전할 수 없게 된 것은 물론 경기장에도 들어갈 수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