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부삼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투르크메니스탄 등 5박6일간의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을 모두 마무리하고 오는 21일 귀국한다.
박 대통령의 이번 순방은 미주, 유럽, 동남아, 중동에 이어 중앙아시아로 외교 지평을 넓힘과 동시에 과거 실크로드의 중심지에서 경제협력을 강화함으로써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본격 가동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또 세월호 사고 이후 주춤해진 우리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러 넣기 위해 '세일즈 외교'에 다시 시동을 걸었다는 의미를 갖는다.
◆대규모 경협 프로젝트 순조로운 이행 확인
박 대통령의 방문지인 중앙아시아 3개국은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차세대 신흥시장으로 떠오르면서 인프라와 물류분야에서 경제협력 수요가 큰 곳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이같은 가능성에 주목해 대규모 에너지·인프라 경협 사업 체결에 공을 들였다.
박 대통령도 이번 순방에서 기존 대규모 경협사업이 순조롭게 이행될 수 있도록 정상차원의 협력 의지를 재확인하는데 주력했다. 중앙아시아 3개국과의 경협 성공사례를 만드어 향후 추가 수주의 여지를 넓힌다는 계산에서다.
박 대통령은 17일 이슬람 카리모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우리 기업들이 이미 수주해 진행중인 ▲수르길 가스전 개발 및 가스화학플랜트 건설(39억달러) ▲탈리마잔 복합화력발전소 건설(12억8000만달러) ▲카르쉬 가스액화사업(31억달러) 등의 대형 프로젝트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당부했다.
19일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도 ▲발하쉬 석탄화력발전소(49억달러) ▲아티라우 석유화학단지(50억달러) ▲잠빌 해상광구 등 카자흐스탄과의 3대 경제협력 프로젝트의 원활한 이행을 위한 협력강화에 합의했다.
특히 발하쉬 석탄화력발전소와 관련해서는 향후 20년간 총 188억달러 규모에 달하는 전력용량구매계약도 따내 올해 하반기중 착공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20일 구르반굴리 베르디무하메도프 투르크메니스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는 기존에 추진 중인 ▲키얀리 화학처리 플랜트(34억달러) ▲갈키니쉬 가스탈황설비(15억달러) 등에서 생산되는 제품에 대한 판매권 확보를 지원했다. 고밀도 폴리에틸렌 및 폴리프로필렌(10년간 70억달러)과 황(5년간 1억5000만달러) 등이다.
◆신규 프로젝트 수주 지원으로 '+α(알파)'
박 대통령은 기존 경협사업의 원활한 이행과 더불어 '기회의 땅' 중앙아시아에서 발주되는 신규 사업물량에 대한 우리 기업의 참여도 측면지원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칸딤 가스전 개발 및 가스처리 공장(40억달러) ▲사마르칸트 태양광 발전소(3억달러) ▲전자정부 구축 및 유지보수(3억달러) 등의 사업에 우리 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협조와 지원을 요청했다.
카자흐스탄에서도 텡기즈 유전확장 프로젝트(35억달러)에 우리 기업이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될 수 있도록 요청하고 쉼켄트 윤활기유 생산설비(9억달러)는 파이낸싱을 추진중인 우리 기업이 조속히 척공에 들어갈 수 있도록 지원을 당부했다.
연·아연 매장량이 1300만t으로 추정되는 듀셈바이 광구와 관련해서는 정상회담을 계기로 공동탐사 계약서를 체결, 우리나라의 광물자원공사에 탐사권이 발급될 예정이다.
투르크메니스탄에서는 ▲세이디 가스화학 플랜트(20억달러) ▲가스액화 프로젝트(30억달러) 등과 관련한 협력 MOU를 체결해 국내 기업의 수주로 연결시켰다. 1억달러 규모의 2017 아시아실내무도대회 차량 공급(5년간 버스 900대) 계약에도 합의했다.
◆중앙亞와 협력분야 다변화
'상생의 경제협력'이란 이번 순방의 기조에 따라 경제협력 분야를 다변화한 것도 주목할만한 성과로 평가된다. 기존 에너지·플랜트 위주의 '발주국 대 수주국'의 관계에서 벗어나 보다 다양한 분야에서 상생의 동반성장을 모색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우리나라와 우즈베키스탄은 박 대통령의 방문을 계기로 '한·우즈벡 섬유산업협력 및 섬유테크노파크 조성 MOU'를 체결했다. 우즈벡 타슈켄트 대학내에 연구개발(R&D)센터와 장비시험장, 인력교육시설 등을 갖춘 테크노파크를 설립해 기술전수와 인력양성 등을 공동으로 추진한다는 내용이다.
박 대통령은 폐기물환경처리시설과 우즈베키스탄 정부가 추진중인 천연가스(CNG) 트랙터 사업, 우리 기업의 농업 관련 제품의 수주 지원도 요청했다.
카자흐스탄에서는 '2017 아스타나 엑스포'와 관련해 한국 기업이 인프라 구축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을 당부했다. 카자흐스탄 정부는 이 사업을 위한 도로시설 정비와 교통지능시스템 등에 15억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다.
또 중소기업 협력 채널의 상성화도 제안, 우리 중소기업의 카자흐스탄 진출에 필요한 정보공유와 애로사항 협의 채널을 마련하게 됐다.
박 대통령은 투르크메니스탄에서도 신규 고속도로 건설사업과 관련해 지능형교통시스템에 우리 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北 비핵화 협조…'유라시아 구상' 박차
이번 순방에서 중앙아시아 3개국과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등 우리 정부의 외교 기조에 대한 지지를 확보하고 북핵 문제에 있어 긴밀한 협조를 재확인한 것도 주요 성과로 꼽을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카리모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에 대한 우즈베키스탄의 지지 의사를 확인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중앙아시아와의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대북문제와 관련해서는 '북핵 불용' 및 '드레스덴 구상'에 대한 우즈베키스탄의 지지도 확보했다.
카자흐스탄에서도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드레스덴 구상 등에 대한 지지 의사를 확인했다. 북한이 추가 핵실험 등으로 지역·국제 평화와 안보를 위협하는 행위를 자제할 것을 촉구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및 9·19 공동성명 등을 충실히 이행할 것도 촉구했다.
특히 자발적으로 핵을 포기한 국가인 카자흐스탄의 경우 핵포기와 경제개발로 1인당 국민소득이 1만3000달러 이상에 달하는 중앙아시아 최대 경제국으로 성장한 만큼 북핵 문제 해결에도 커다란 시사점을 주는 나라로 청와대는 보고 있다.
박 대통령도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카자흐스탄은 과거 1000여개의 핵탄두를 보유한 핵보유국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자발적으로 핵무기를 전부 포기했다"며 "북한은 카자흐스탄의 핵 포기와 발전과정을 잘 살펴보면서 하루라도 빨리 올바른 변화를 선택하고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 대통령은 이와 함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구현을 위한 상호협력 기반 마련에도 박차를 가했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철도와 도로 연계 등을 통해 아시아와 유럽을 하나의 경제공동체로 잇고 향후 정치·군사적 측면에서도 평화적 연대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우즈베키스탄이 추진 중인 교통·통신 인프라 5개년 개발 프로그램에 따른 고속도로 건설사업에 우리 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요청한 것이 대표적이다. 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뒤 채택한 공동성명에는 '실크로드 익스프레스(SRX) 구축 등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구현을 위한 한국측 상호 협력 제안에 지지를 표명했다'는 내용이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