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부삼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오는 21일 중앙아시아 순방을 마치고 귀국할 예정인 가운데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및 인사청문요청서를 어떻게 처리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회에 제출할 총리 및 장관의 임명동의안과 인사청문요청안 재가를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 이후 검토키로 한 박 대통령이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이른바 '문창극 정국'의 중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여권과 청와대에서는 박 대통령이 임명동의안 서명을 순방 뒤로 연기한 것은 사실상 '문창극 카드'를 버리는 수순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런 해석대로라면 박 대통령의 선택지는 '지명철회'와 '자진사퇴'로 압축되지만 어느 쪽으로도 결정하기가 쉽지 않은 형국이다.
만일 문 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철회한다면 박 대통령이 가져가게 될 정치적 부담이 만만치 않다. 박 대통령 스스로 인사실패를 자인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전관예우 논란으로 자진사퇴한 안대희 전 총리 후보자의 경우 야권의 과도한 '신상털기식' 공세 때문이란 명분이라도 내세울 수 있었지만 이 경우에는 부실검증 책임을 오롯이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짊어져야 한다.
이미 부실검증 논란의 화살은 문 후보자를 내세우기 전부터 청와대로 향하고 있었지만 지명철회를 선택한다면 인사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과 인사검증을 담당하는 민정수석실의 책임론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질 것으로 보인다.
결국 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이같은 정치적 부담을 덜기 위해서라도 자진사퇴를 바라고 있는 모양새지만 이마저도 '버티기'에 들어간 문 후보자 때문에 쉽지 않은 상황이다.
문 후보자는 박 대통령의 임명동의안 재가 연기와 여권의 사퇴 압박에도 불구하고 인사청문회에서 자신에 대한 의혹을 해명하겠다는 입장이다. 20일 출근길에서도 "나는 청문회 준비만 열심히 하고 있다"며 사퇴불가 입장을 고수했다.
문 후보자는 현재 국회 인준을 받지 못하더라도 충분한 해명 기회를 갖고 명예롭게 퇴진하겠다는 의사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박 대통령이 문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유도한다면 순방에서 귀국한 뒤 직접 '용퇴'를 요청하거나 여권 핵심부를 통해 물러나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여권 일각에서는 문 후보자가 이르면 박 대통령 귀국 다음날인 22일께 자진사퇴할 것이란 '희망 섞인' 전망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여권의 바람대로 문 후보자가 자진사퇴하더라도 박 대통령으로서는 두 명의 총리 후보자가 낙마함에 따라 국정운영에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홍원 현 총리의 사의표명 이후 두 달이 다 돼 가는 시점에서 총리 인선을 원점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판이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이미 지난 주말부터 후임 총리 후보자 물색에 착수했다는 이야기도 들리지만 가뜩이나 인사검증 문제로 곤혹을 치르고 있는터라 이른 시일내에 후보자 교체가 이뤄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권에서는 문 후보자가 끝까지 버티기를 고수할 경우 박 대통령이 청문회행을 허락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박 대통령이 문 후보자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해소되면서 진정기미를 보일 경우 국회의 판단을 요구할 수도 있다.
일단 문 후보자가 청문회장에 발을 들여놓은 뒤 낙마하더라도 그 책임을 야권의 공세로 돌릴 수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청와대의 '면피'는 가능하지 않겠냐는 셈법도 있다. 그러나 7·30 재보선을 앞둔 여권내에서도 '청문회 불가론' 기류가 강해 이 선택 역시 만만치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