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부삼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인적쇄신을 위해 등용한 2기 내각과 3기 청와대 참모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자질논란이 불거지면서 인사검증시스템에 대한 전반전 재검검과 개선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새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해 3월 고위직 인사들의 ‘줄낙마’로 인사검증 문제에 있어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안대희 전 국무총리 후보자가 전관예우 논란으로 낙마한 데 이어 후임자인 문창극 후보자까지 과거 민족정서에 반하는 발언으로 벼랑 끝에 내몰리면서 ‘인사참사’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와 송광용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등 교육 수장들의 '제자 논문 가로채기' 의혹이 연이어 제기되면서 청와대의 인사검증시스템이 다시 도마에 오른 형국이다.
◆고위직 인사 검증 등은 이원화 구조
청와대 등에 따르면 현재 고위 공직자 인사는 인사위원회와 민정수석 산하 공직기강비서관실이 각각 인사 추천과 검증을 맡는 이원화된 구조다.
대통령비서실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인사위원회가 추천을 받아 대상 후보군을 5~6배수로 압축하면 민정수석실에서 이른바 양적검증과 질적검증을 실시하는 방식이다.
양적검증은 검·경, 국세청, 국정원 등의 기관을 통해 세금납부와 범죄기록 등 신상자료를 수집해 들여다보는 것이며 질적검증은 해당 인사에 대한 주변 평판과 소문 등을 살피는 것이다. 그 결과는 다시 인사위원회에서 검토해 최종 3배수로 대통령에게 보고된다.
이처럼 추천과 검증을 이원화한 것은 공정성을 기하기 위한 것이라는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검증단계에서도 선입견을 최대한 배제하기 위해 해당 인사가 어떤 자리에 추천된 인물인지를 감추거나 일부러 제3의 인물을 집어넣어 객관성을 유지토록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와대의 인사검증과 관련해 계속 잡음이 나오고 있는 것은 현재 청와대 인사검증시스템이 갖고 있는 한계가 명백히 드러난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우선 후보자 추천부터 검증까지 한정된 인력과 시간이 주어져 부실검증이 일어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 인사위원회에 위원장인 비서실장 외에 국정기획·정무·민정·홍보수석 등 극히 일부 인사만 참여하기 때문에 추천되는 인사 자체가 편향될 수 밖에 없는데다가 이에 대한 검증팀도 10명 이내의 소규모로 꾸려져 놓치는 문제점이 많다는 것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10명도 채 안되는 사람으로 인사검증을 하다보니까 잘못된 판단이 나올 수 밖에 없다”며 “그 숫자를 지금의 10배, 20배로 늘리고 시간도 충분히 가져 복수의 이성적 판단에 맡기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검증시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 논문표절 문제를 예로 들면 과거 관행이었던‘자기표절’은 어느 수준까지는 봐주겠지만 ‘제자 논문 가로채기’는 안된다거나 하는 식으로 명확한 기준을 세울 필요가 있다”며 “기준을 세우지 않고 인사검증을 하다 보니 '이 정도야 괜찮겠지'하고 넘어갔다가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朴대통령 ‘밀봉인사’ 개선 필요성도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기춘 비서실장이 인사위원장을 맡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라는 시각도 있다. 즉 '윗선'의 의중만 헤아리는 측면이 강하다 보니 보다 객관적이고 철저한 인사 선택과 검증 과정이 제대로 이뤄지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인사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청와대 내에 인사위원회까지 설치됐지만 대통령실장과 총무비서관이 인사를 협의하던 과거 시스템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얘기다.
김민전 경희대 교수는“김 비서실장이 인사위원장인 경우 수석들이 비서실장과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겠느냐”며 “밑에서 여러 가능한 후보를 검증해 위로 올려 대통령이 결정하는 게 아니라 대통령의 수첩 안에 있는 인물들이 거꾸로 내려오는 셈인데 열심히 검증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른바 '밀봉인사'로 불리는 박 대통령의 인사스타일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단 하루 이틀 정도면 언론보도로 검증이 가능한데 청와대 내부에서만 제한된 인력과 시간을 갖고 검증하다 보니 문제점이 제대로 걸러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MB정부에서 대통령실 실장을 지낸 새누리당 임태희 전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결국은 해당 인사에 대해서 비판하는 쪽에 더 귀를 기울여야 한다”며 “3배수 내외로 압축되면 너무 보안에 얽매이지 말고 (언론 등에) 요령껏 노출을 시켜서 미리 검증을 받아 보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