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부삼 기자] 6.4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국민적 기대를 집중시키고 있는 인물이 있다. 바로 남경필 경기도지사 당선인이다. 남경필 당선인은 여당의 5선 국회의원을 지낸 중진이면서도 이제 갓 50줄에 접어든 소위 아직 한창인 정치인이다. 특히, 남경필 당선인은 여당 내 원조 소장파로서 관록과 함께 젊음의 개혁성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경기도지사 당선은 남 당선인에게 무한한 가능성을 심어주게 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치권과 언론에서는 벌써부터 그를 차기 대권주자 반열에 올려놓고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남경필 당선인이 지금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단순히 이 같은 그의 가능성 때문만은 아니다. 그가 당선과 동시에 추진하고 있는 이른바 ‘연정’ 때문이다. 경기도정을 정치적 반대파인 진보인사들과 함께 운영하겠다는 것인데, 지방자치 역사상 이 같은 연정 추진은 남경필 당선인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여야 정치권을 아울러 ‘소통이 부족한 시대’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지금, 남경필 당선인의 야심찬 연정 시도는 신선함을 넘어 한국 정치가 나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시사뉴스>는 창간 26주년을 맞이한 이번호를 통해 정치권의 ‘화합과 통합’을 기대하며 남경필 당선인이 추진하고 있는 연정에 대해 심도 있게 다뤄봤다.
◆5선 관록에 50대 젊음, 무한한 가능성을 품다
이번 6.4지방선거에서 국민적 관심을 가장 많이 받았던 선거를 꼽는다면 단연 경기도지사 선거였다. 당초, 경기지사 선거는 남경필 후보의 여유 있는 승리가 예상되기도 했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후폭풍으로 김진표 후보가 매서운 추격세를 보였고 선거 전 발표된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김진표 후보가 남경필 후보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었다. 선거전에서부터 최종 개표 결과가 나올 때까지 어느 쪽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손에 땀을 쥐는 승부가 펼쳐졌던 것이다.
남경필 후보는 결국 50.43%를 얻으며 야당의 거물인 새정치민주연합 김진표 후보(49.56%)를 1%p도 채 되지 않는 차이로 신승을 거뒀고, 단숨에 여야를 아우른 차세대 뉴리더로 우뚝 자리매김하게 됐다. 남경필 후보가 승리한 배경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김진표 후보에 비해 젊고 개혁적인 이미지가 유권자들로부터 호감을 샀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남경필 후보는 여당 내에서 개혁적 성향이었고, 김진표 후보는 야당 내에서 중도적 성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두 후보 모두 중도적 성향으로, 이념과 노선에서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뚜렷하게 차별화되지 않은 선거구도에서 젊고 참신한 이미지의 남경필 후보가 유리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무엇보다, 남경필 후보가 선거에 앞서 제시한 ‘연정(聯政)’ 공약은 단순한 파격으로 남지 않고 선거판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세월호 참사에 따른 국민적 요구가 더 이상의 여야 갈등을 원치 않고, 상생-협력해 개혁을 추진하라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젊음과 개혁 등 긍정적 이미지들을 넘어서 남경필 후보가 당선될 수 있었던 이유, 그것은 바로 ‘시대정신’이었던 셈이다. 남 후보는 세월호 참사에 따른 단순한 ‘안전’ 이슈가 아닌, 시대정신인 ‘상생과 협력’을 정확히 읽어내 이를 제시함으로써 선거에 승리한 것으로 분석된다.
◆연정 파격 제안에 야당조차 높이 평가
선거를 불과 며칠 남겨놓지 않고 있던 지난달 25일 남경필 후보는 경기도 의정부에서 열린 ‘중앙당-경기도당 연석회의’에서 “제가 도지사가 되면 그동안 대통령께 또는 권력을 가지고 계신 분들께 소신 있게 쓴 소리를 했던 그 내용 그대로 저에게 똑같이 적용하겠다”면서 “도지사가 된다면 야당 출신의 야당 추천을 받은 분들을 함께 의사 결정하는 과정에 참여시키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리고 “그 자리는 부지사가 될 수도 있고, 정책특보가 될 수도 있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 ‘왜 야당을 포용하지 않으시느냐’, ‘왜 쓴 소리하는 참모들을 쓰지 않느냐’하는 고언을 드렸다”며 “그래서 야당을 포용하겠다. 그리고 야당과 함께 쓴 소리를 할 수 있는 ‘예스맨’ 관료들이 아니라 쓴 소리를 할 수 있는 좋은 관료들을 적극적으로 포진해 함께 토론하는 방향을 잡아가는 도지사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남 후보는 당선과 동시에 “야당을 품고 소통하는 통합의 도지사, 쓴소리 하는 분들과 도민들의 목소리에 항상 귀 기울이고 듣는 도지사가 되겠다”며 사회통합부지사에 야당 인사를 등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남경필 당선인의 이 같은 거듭된 의지 표현에 새정치민주연합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와 관련, 김태년 경기도당공동위원장은 지난 10일 국회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남 당선자가 선거 때 말한 것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인다”며 “사회통합에 대한 남 당선자의 고민이 엿보인다”고 높게 평가했다.
다만, 송호창 경기도당공동위원장은 “반가운 제안”이라면서도 “사실상 연정을 제안하는 것이라면 그에 맞는 내용과 형식을 갖춰야 한다”며 “도민을 위한 정책협의 없이 자리 몇 개 주고받기로 끝난다면 도민들의 삶과는 무관한 정치쇼가 될 것”이라고 정책적 가치 협의가 먼저 필요하다는 지적을 내놓았다.
야당의 이 같은 지적에 대해서도 남 당선인은 적극적 수용 의지를 드러냈다. 이튿날인 11일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정책협의에 대한 수용의 뜻을 밝히면서 “야당 부지사를 임명하겠다는 것은 단순한 정치 이벤트가 아니라 오랜 정치철학에 근거한 것으로 반드시 현실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저를 지지한 분이나 안한 분 모두 공통적으로 제게 요구하는 것은 여야가 힘을 합해 국가적 난제를 극복하고 해결해 나가라는 것”이라며 “세월호 참사로 인한 어려움은 여야 누구의 문제가 아니다. 내 적은 야당이 아니고, 보수의 적이 진보는 아니다. 여야와 보수진보가 힘을 합해 기득권, 구태, 끼리끼리 나눠먹기를 혁파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남 당선인은 덧붙여 “경기도에서 시작된 여야 협치, 독일식으로 표현하자면 작은 연정, 정치혁신이 반드시 성공할 수 있도록 열린 마음으로 기득권을 버리면서 최대한 노력하겠다”며 연정의 성공을 위해 작은 기득권도 모두 내려놓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한편, 이 같은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연정 추진은 남경필 경기도지사 당선인 외에도 원희룡 제주지사 당선인도 야당을 포용한 연정형 지방정부 운용 계획을 밝히고 있다. 원희룡 당선인 또한 남경필 당선인과 함께 새누리당 내 대표적인 개혁성향 소장파로 분류돼 왔었다. 이들의 실험적이면서도 개혁적인 연정 제안에 대해 야권의 불모지인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했었던 새정치민주연합 김부겸 전 의원은 “열린 생각”이라며 “앞으로 이런 방법을 통해야 대한민국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다”고 높이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