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승리 기자] 자동차 할부 금융서비스인 '카드복합 할부금융 상품(카드복합상품)' 폐지를 두고 오는 17일 끝장토론이 열린다.
이번 토론회의 최대 쟁점은 '자동차가 카드한도 임시 증액이 가능한 대상인가'와 '가맹점 수수료를 통한 자동차 판매가격 할인'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연구원은 오는 17일 은행연합회에서 카드복합상품에 대한 토론회를 개최한다.
이날 토론회에는 캐피탈 및 카드업계, 자동차업계, 소비자 패널 등이 참석해 토론을 벌일 예정이다.
카드복합 상품은 차량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자동차 대리점에서 신용카드로 대금을 일시불로 결제하면, 결제액을 캐피탈사가 대신 갚아주는 금융상품이다. 대신 고객은 캐피탈사에 할부로 결제 금액을 갚는 구조다.
고객 입장에서는 이 상품을 이용하면 카드사가 제휴를 맺은 캐피탈사에게 수수료의 일부를 돌려주기 때문에 금리 부담을 일반 캐피탈사의 할부상품보다 1% 포인트 가량 낮출 수 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이 "해당 상품의 구조가 현대차의 돈(카드 가맹점 수수료)으로 다른 캐피탈사들이 할인상품을 내놓는 방식이기 때문에 시장 질서를 무너뜨릴 우려가 있다"며 상품의 폐지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금융감독원은 현대차의 이 같은 요구를 받아들여 "해당 상품의 폐지를 검토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캐피탈사와 카드사들이 반발하자 결국 금감원은 토론을 통해 여론을 수렴하기로 결정했다.
◇토론회 최대 쟁점 '자동차 구매 임시한도 부여'
이번 토론회의 가장 큰 쟁점은 자동차를 구매할 경우 카드 이용한도를 증액해 주는 것이 정당한가 여부다.
현재 금융당국의 카드발급 및 이용한도 모범규준에는 '결혼·장례 등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 이용한도 증액이 가능하다고 명시돼 있다.
카드사와 캐피탈사는 "자동차 구매도 소비자 입장에서 관혼상제와 같이 일시적 자금수요가 필요한 특별한 사정에 해당된다"는 전제 아래 카드복합상품을 팔고 있다.
실제로 지난 4월 말 현재 카드복합상품을 이용하고 있는 고객의 73.0%(3451명)는 1500만원 이상의 금액을 결제했고, 1000~1500만원의 이용 고객도 22.1%(1044명)에 달했다. 이들 고객들의 평균한도가 370만원 가량임을 감안하면 모두 이용한도를 일시적으로 증액해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을 비롯한 자동차업계의 주장대로 자동차 구매가 임시 증액 대상에 적용되지 않는다고 결론이 날 경우 카드복합상품은 사실상 폐지될 수 밖에 없다.
카드복합상품이 폐지되는 수순을 밟게 되면 가장 유리한 기업은 현대차그룹이다.
이 상품이 판매되기 전까지 현대차의 판매는 대부분 현대캐피탈을 통해서 이뤄졌다. 하지만 이 상품이 판매되면서 현대캐피탈의 점유율은 크게 떨어졌다.
현대캐피탈의 현대·기아차 판매 점유율은 지난 2011년 86.6%에서 지난해에는 74.7%로 떨어졌다. 전체 신차 판매시장에서 현대캐피탈의 할부금융이 차지하는 점유율도 66.8%에서 56.5%로 하락했다.
게다가 카드복합상품이 일종의 대출로 분류되자 현대캐피탈이 대출업무 영위기준을 위반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에 따라 상품 판매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기 때문에 현대캐피탈로서는 폐지에 따른 영향이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가맹점수수료가 자동차 판매가를 인하하는 것에 저해요소로 작용한다는 자동차업계의 주장도 토론회의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카드복합상품이 활성화되면 가맹점수수료로 빠져나가는 금액이 많아지고, 그만큼 자동차 판매가를 낮출 수 없다는 게 자동차업계의 논리다.
이에 대해 카드·캐피탈업계는 "카드복합상품의 증가는 경쟁력 있는 금융상품을 소비자가 선택한 결과이므로 관련 비용증가는 기업이 기술개발 등으로 자체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 밖에도 ▲제도가 폐지될 경우 소비자의 금융상품 선택권 축소 ▲캐피탈사 제휴수수료 수취의 적정성 ▲카드복합상품의 철회·항변권 등 소비자 권리 제한 ▲자동차 딜러 인센티브 지급 등 내용이 토론회에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