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부삼 기자] 검찰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불법 열람·유출 의혹 사건으로 피소된 10명 중 새누리당 정문헌(48)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관련자들이 대부분을 무혐의 처분한 데 대해 봐주기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검사 이현철)는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내용을 누설한 혐의(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로 정 의원을 벌금 5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고 9일 밝혔다.
같은 혐의로 고발된 김무성(63)·서상기(68)·조원진(55)·조명철(55)·윤재옥(53) 의원과 권영세(55) 주중 대사, 남재준(70) 전 국가정보원장 및 한기범(59) 국정원 1차장과 대변인 등 9명은 무혐의 처분했다.
검찰은 우선 국정원이 작성해 보관중이던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은 공공기관에서 작성한 '공공기록물'일뿐 '대통령기록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직무상 알게된 비밀을 누설하는 사람을 처벌토록 규정한 공공기록물 관리법을 적용해 당시 청와대에 근무하며 회의록에 접근·열람한 뒤 비밀을 누설한 정 의원에 대해서만 혐의가 인정된다고 봤다.
검찰은 정 의원이 통일부 국정감사 발언 이후에 김 의원과 권 대사에게 회의록 내용을 누설하고 언론사 인터뷰와 새누리당 당사에서 연 기자회견을 통해 회의록 내용을 누설한 혐의를 인정해 약식기소 했다. 다만 정 의원이 2012년 10월11~12일 국회 본관에서 연 기자회견을 통해 회의록 내용을 언급한 데 대해서는 판례와 법리에 따라 '면책특권'에 해당한다고 판단, '공소권 없음'으로 처분했다.
검찰은 정 의원과 비슷한 취지로 'NLL 포기 발언'을 언급한 김 의원과 권 대사의 경우 당시 회의록과 관련된 업무처리자가 아니어서 처벌할 수 없다고 결론 지었다.
지난 18대 대선 당시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회 총괄본부장을 맡았던 김 의원은 2012년12월14일 부산 유세에서, 종합상황실장을 맡았던 권 대사는 같은해 12월10일 서울 여의도 소재 식당에서 회의록 내용 일부를 누설한 혐의를 받았다.
하지만 검찰은 정 의원이 김 의원과 권 대사 등에게 발설한 대화록의 구체적인 내용과 경위 등을 밝혀내지 못했다.
검찰 관계자는 “자백하면 쉽게 확인할 수 있는데 당사자들의 진술을 확보하지 못했다”며“정 의원, 김 의원, 권 대사가 구체적으로 어느 부분을 보고했고 보고받았는지 특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한 검찰은 국정원이 보관중이던 회의록 발췌본을 무단으로 열람한 혐의로 고발된 서 의원 등 여당 국회 정보위 소속 의원들과 이를 제공해 준 남 전 원장 등에 대해서는 적법한 절차를 통한 열람이었다고 판단, 이들에 대해서도 '혐의없음' 처분했다.
검찰 관계자는 “정부에 대한 자료 요청은 국회 상임위원회의 의결 등으로 이뤄지지만 의원이 개인 명의로 요청을 해도 각 부처는 자료를 제공해 오던 관례가 형성돼 있었다”며 “그동안 이뤄져 온 관행과 당시의 절차 등을 고려하면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서해북방한계선(NLL) 포기발언 논란은 당시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위원이었던 정 의원이 2012년10월8일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회의록의 일부 내용을 폭로하면서 불거졌다.
당시 그는 노 전 대통령이 NLL 포기 발언을 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고발됐지만 검찰은 "허위사실로 볼 수 없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이에 민주당(현 새정치민주연합)은 정 의원이 국정감사 발언 이후 기자회견을 통해 회의록 내용을 누설하고 국정원이 보관중이던 회의록 발췌본을 무단 열람했다며 대통령기록물관리법, 공공기록물관리법, 국가정보원법 위반 혐의로 정 의원을 다시 고발했다.
아울러 정 의원과 함께 회의록을 열람한 서 의원 등 4명과 이를 제공한 국정원 책임자 등 3명을 함께 고발하는 한편 대선 유세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이 NLL 포기 발언을 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김 의원과 권 대사도 추가 고발했다.
한편 검찰은 '사초(史草) 실종' 논란과 관련해 지난해 11월 회의록 미이관 및 삭제에 관여한 혐의(대통령기록물관리에관한법률 위반,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로 백종천(71)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과 조명균(57)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비서관을 불구속 기소한 바 있다.
당시 검찰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시로 참여정부 인사들에 의해 고의적으로 폐기, 이관되지 않은 것으로 결론지었다.
'형평성 논란'과 관련해 검찰 관계자는 “역사기록물인 회의록 자체를 없애버린 것과 현재 있는 내용을 누설한 것 모두 법적으로 엄하게 금지하고 있는 행위”라면서도 “역사적 기록물을 훼손하는 것은 국민의 알 권리를 영원히 침해하는 행위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폐기 사건’ 관련자들이 끝까지 혐의를 인정하지 않는 등 수사에 협조하지 않았던 점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