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조종림 기자] 검은색 장우산을 쓰고 강렬한 눈빛으로 정면을 응시하는 태도, 가슴에 커다란 하얀 리본을 달고 선글라스를 낀 채 허공을 응시하는 자세, 왼쪽 눈 끄트머리의 날렵한 선과 콧날의 굳건한 선이 묘한 각도를 이루는 반 뒷모습….
요즘 아이돌은 실력과 동의어다. 생김새만 반듯하다고 아이돌 대접을 받을 수는 없다. 하지만, 외모는 필요충분조건이다. 전제로 깔고 가야 한다. 어디서 이런 선남선녀를 모아놓았는지, 보고만 있어도 '꽃' 같은 모습에 넋을 잃고만다.
한류그룹 '빅뱅'의 탑(27·최승현)은 외모로만 따지면,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 뿐 아니라 어느 아이돌 그룹 멤버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강렬한 호남형의 외모는 단연 손에 꼽힐 정도다. 드라마 '아이리스', 영화 '포화속으로' '동창생'에서도 이런 모습이 부각됐다.
4일 서울 신사동 호림아트센터 JnB 갤러리에서 개막한 '프롬 탑 엑시비션(FROM TOP EXHIBITION)'은 탑의 이런 면모를 만끽할 수 있는 자리다.
지난 4월9일 발매된 탑의 첫 영상집 '1st 픽토리얼 레코즈 프롬 탑(PICTORIAL RECORDS-FROM TOP)'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됐다. 지난해 12월 뉴욕에서 포토그래퍼 홍장현과 함께 촬영한 이 영상집은 '27세 현재 자신의 모습을 담고 싶었다'는 탑의 뜻을 따랐다
탑의 다양하고 진솔한 모습이 담긴 사진들과 그가 선택한 미공개 사진들로 꾸민 전시회다. 무엇보다 탑의 젊음이 사진에 가득하다.
탑은 "용감해요. 화살처럼 꿈틀꿈틀 하는 에너지"라고 젊음을 설명했다. "용감함은 내년에 할 수 없는 걸 올해 할 수 있는 거죠. 이 전시회도 어른이 되면 더 쑥스럽고 창피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리기 때문에 할 수 있는 퍼포먼스죠. 흥미롭게 생각하고 즐겁게 작업했습니다."
빅뱅 그리고 탑이 이 팀의 멤버 지드래곤(26)과 결성한 유닛 '지디&탑'은 힙합을 기반으로 한 팀이다. 힙합이 가장 중요시 여기는 건 태도다. 탑도 사진과 전시를 통해 자신의 겉모습보다 보여주고 싶었던 태도나 자세가 있을 법하다.
"촬영하면서, 어떤 포즈도 계산을 하지 않았어요. 무대 위에서, 앵글 앞에서 표현하는 사람이므로 어떤 자세가 어떤 모습으로 보여질 것인지 알고 있죠. 이번에는 그것을 버리려 했습니다. 그런 것을 버려야 새로운 모습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걸 무대 위에도 담을 수 있다고 생각했죠."
탑이 가장 마음에 들어하는 작품은 철조망을 배경으로 뒷모습만 보이는, 노란빛 사진이다. "개인 소장하고 싶어서 액자도 직접 만들었죠. 철조망을 바라보고 있는 뒷모습에 젊을 때, 어렸을 때 예측할 수 없는 내일을 보는 불안감이 깃든 듯했어요. 구도가 마음에 듭니다."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사진을 보면 팬들이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고 한다. "그게 사실, 젊은 모습이죠. 전시회의 주제와 비슷하죠. 제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고민해보면 좋을 듯해요."
스스로 사진을 찍는 편은 아니다. "직업이 사진을 찍히고 앵글 앞에 서야 하는 사람이라 셀카를 안 찍는다"면서 "(셀카를 올리는) SNS는 성향이 맞지 않아서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자신의 모습을 아직은 알 수 없다. "어렸을 때부터 자아성찰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아직은 모르겠어요. 사람들이 보는 제가 제 모습일 수 있죠.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볼 수 없기 때문이죠."
최근 빅뱅 멤버들이 솔로로 나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빅뱅의 또 다른 멤버 태양(26)은 정규 2집 '라이즈'로 음원차트를 휩쓸고 있다. "빅뱅 멤버들은 어렸을 때부터 봤죠. 비즈니스 관계가 아니라 가족같이 느껴지는 사이에요. 멤버들도 저를 친형이라 생각하고 저도 멤버들을 친동생이라 생각하죠. 언제나 응원하고 있어요. 함께 좋아하고, 함께 가슴 아파하고, 앞으로도 재미있게 늙어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자신의 솔로 앨범을 기다려주는 팬들이 있다는 것을 알지만, "완성도 부분에 욕심이 생겨서 쉽게 팬들을 뵙지 못하고 있다"며 머리를 긁적였다. "언젠가 재미있는 음악이 나왔을 때 굉장히 많은 색깔을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확신이 있어요." 하반기를 목표로 빅뱅 새 앨범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멤버들에게 전시를 보여주는 건 너무 쑥스럽다. "제 사진에 둘러싸여 있으니 저도 정말 쑥스러워요. 하하하. 보여주고 싶은 분은 저희 어머니예요. 유일하게 많이 좋아할 것 같아서요."
앞으로 전시를 또 열게 된다면, 조각·비디오 등 다른 분야의 아티스트와 협업하고 싶다. "여러 사람들과 컬래버레이션을 했으면 해요. 굉장히 젊은 사람들끼리 쿨하고 크리에이티브한 전시를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신에게 스물 일곱은 "어렸을 때 꿈꾸던 모습"이라고 답했다. "어느 정도는 그 모습을 하고 있는 것 같고 부끄럼 없이 착하게 살고 있는 것 같아요"라고 말하며 자신의 사진 앞에서 어색해했다.
이번 전시에는 아라리오 갤러리가 힘을 실었다. 7일까지 볼 수 있다. 영상집 구매자라면 누구나 관람할 수 있다. 영상집을 구매하지 않아도 G마켓(www.gmarket.co.kr)과 현장에서 티켓을 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