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부삼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뒤 첫 전국 단위 선거로 치러진 6·4 지방선거에서 절묘한 성적표로 새누리당이 '선전'하는 결과를 얻으면서 국정운영에 일단 힘을 얻게 됐다. 특히 세월호 참사의 여파로 우리 사회 전반에 대한 개혁의 목소리가 거세게 일어온 상황 속에서 박 대통령이 국정을 보다 소신 있게 전개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가 남겨준 결과는 상당히 절묘하다.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 세 곳 중 서울을 내줬지만 결과를 보면 두 곳에서 승리하면서 상당히 선전하는 결과를 얻었다.
다만 박 대통령이 상당한 지지도를 확보해온 충청지역에서는 단 한 곳도 가져오지 못했다 것은 의외로 보여진다. 강원지역 탈환에 실패한 것도 박 대통령으로서는 아쉬운 대목이다.
◆‘절묘한 성적표’…박근혜정부 일단 ‘위기 모면’
이처럼 나름 나쁘지 않은 성적표를 얻으면서 청와대는 일단 다소 안도하는 분위기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세월호 침몰사고로 두 달 가까이 국정동력을 상실했던 상황에서 어느 정도 현 정권에 위기감을 더하는 국면은 다소 벗어나게 됐다.
이번 선거가 중간평가 성격을 부인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취임 1년여만에 치르는 선거인 만큼 중간평가로 규정짓기는 이르다는 선긋기를 하는 게 당초 여권의 분위기였다.
그러나 선거를 한 달여 앞두고 터진 세월호 참사 속 정부의 무능한 대처는 국민들의 화를 돋웠고 현 정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계기가 됐다. 이같은 상황에서 치러진 이번 선거가 현 정부에 대한 심판의 의미가 담겨있음을 부인하기는 어려웠던 상황이다.
하지만 단순히 승리하거나 패배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복합적인 결과가 나오면서 박 대통령으로서는 일단 한시름 덜고 그동안 자신이 내걸어온 국정과제를 추진하면서 민심을 지켜볼 수 있는 활로가 트이게 됐다.
세월호 이후 공직사회 개혁을 필두로 국가개조를 선언한 박 대통령의 국정기조를 유지한 가운데 개혁작업을 지속할 수 있게 된 분위기다.
아울러 올초 내놓은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및 통일대박론 등을 비롯해 박 대통령이 제시한 국정 아젠다에도 함께 집중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
다만 수도권이 아닌 전국적으로는 야권이 더 많은 지역을 가져갔다는 점, 수도권과 부산 등 여당이 승리한 상당지역이 간신히 승리하는 '신승(辛勝)'에 가까웠다는 점 등을 볼 때 박근혜정부에게 국민들이 보여준 질책은 여전히 무게가 적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더욱이 전통적 텃밭인 대구에서도 야당 후보가 상당한 선전을 보인 점과 교육감 선거에서는 진보성향의 후보들이 대거 승리한 점 등에서 드러난 민심은 앞으로 현 정부가 깊이 새겨야 할 부분으로 보인다.
이는 세월호 참사에서 보인 정부의 무능을 바로잡고 공직사회 개혁 등 국가개조를 제대로 추진해나가면서도 한편으로는 인적쇄신 등 현 정부에 대한 개조도 함께 병행해나가라는 국민들의 명령도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세월호 참사 이후 눈앞에 닥친 개각 및 청와대 개편 등 인선문제를 잘 풀어나간다는 것이 전제돼야 선거 이후 원만한 국정 동력을 회복할 것으로 관측된다.
당장 안대희 전 국무총리 후보자의 사퇴로 총리 인선을 비롯한 개각 구상을 비롯해 비판이 끊이지 않아온 김기춘 비서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인적구성에 대한 개편문제 등 눈앞의 현안을 풀어나가는 모습을 지켜보겠다는 것이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으로 보인다.
◆여권 내 주도권 유지…야권과의 관계회복은 필수
이번 선거 결과로 박 대통령은 정치적인 함수에서도 어느 정도 명분을 유지하게 됐다. 일단 당·청 관계에서는 다소 그간의 주도권을 지켜나갈 수 있을 전망이다.
당초 이번 선거가 여당의 패배로 끝날 경우 다음달 있을 새누리당 전당대회 등을 통해 친박(親박근혜)계가 힘을 잃고 비박(非박근혜)계의 목소리가 커지는 구도 개편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당장 큰 폭의 지각변동은 피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야권과의 관계는 향후 장기적인 과제로 풀어나가야 할 문제임이 분명해 보인다. 당장 세월호 참사로 인해 좁아졌던 박 대통령의 입지는 어느 정도 회복하는 국면을 맞게 됐지만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을 고려할 때 절대적인 신임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특히 3년여 남은 집권 기간 동안 박 대통령이 내놓은 국정과제 이행을 위해서는 야권과의 협조가 필수적인 상황이다. 지방정부의 협력 없이는 중앙정부의 국정 동력을 찾기 어려운 만큼 야권과의 관계 회복은 장기적으로 필요한 과제가 됐다.
시사평론가인 이기주 LB컨설팅코리아 대표는 "여당이 선방한 것 같다. 구도 자체가 여당이 불리한 구도였다"며 "새누리당은 '박근혜를 지켜달라'는 읍소전략을 했다는 것이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정권심판론은 작동하지 않은 것 같고 박 대통령으로서는 재기의 모멘텀을 만들었다는 측면이 있다"면서 "그렇게 보면 (국민들이)박 대통령에게 여전히 기대감을 갖고 있다는 부분"이라고 풀이했다.
이 대표는 또 "총리 인선, 개각 등 인사 이벤트, 그리고 관료사회의 적폐를 개혁해나가는 방향성에 대해 여전히 기대감을 갖는 유권자층이 상당부분 존재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영삼 포커스컴퍼니 전략연구원장은 "인천·경기, 두 군데에서 다 승리했고 특히 인천에서 승리했다"며 "이 점을 감안하면 박 대통령이 세월호 국면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다시 국정운영의 주도권을 쥐면서 총리 인선과 개각, 청와대 비서진 개편을 통해 국가개조 사업을 해나가면서 국정운영의 주도권을 쥐고 갈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