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조종림 기자] 영국의 세계적인 록밴드 '비틀스'의 내한은 물 건너 갔는가.
28일 오후 8시 서울 잠실 종합운동장 주경기장으로 예정됐던 매카트니의 첫 내한공연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20 폴 매카트니'가 그의 건강 문제로 인해 취소됐다.
어렵게 성사된 콘서트인만큼 그가 다시 한국에 올 수 있을는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매카트니의 대변인은 21일 "추후 일정을 재조정해 공연을 개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번 내한공연은 지난해 브라질을 시작으로 남아메리카와 유럽, 북아메리카, 일본의 23개 도시 등에서 진행된 '아웃 데어(Out There)' 투어의 하나였다.
매카트니 투어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 투어의 다음 예정지는 6~8월 미국이다. 팝계와 업계에 따르면, 연말에는 유럽 투어를 돌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취소된 일본 4회 공연은 앙코르 성격이었다. 매카트니가 '아웃 데어'의 하나로 일본·한국 투어 일정을 잡는다면, 9월 말에서 10월 초가 유력하다. 하지만 이 시기 동아시아의 날씨는 쌀쌀하다. 공연 시간인 저녁 때는 더 그렇다.
일본에는 돔 형태의 큰 공연장이 많지만 한국에는 전무하다.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실내 공연장은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인데 최대 1만2000명 밖에 수용하지 못한다. 매카트니의 블록버스터 공연을 보여주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이번 내한공연의 티켓은 4만여장이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팝계 관계자는 "그의 개런티와 함께 이동하는 스태프들의 규모를 감안할 때, 한국 공연만을 위해 단독으로 시기를 따로 잡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건강 문제도 주요 고려사항이다. 우리나이로 일흔셋인 그는 지난해부터 세계를 순회하며 건재를 과시해왔다. 지난해 11월 도쿄돔에서 지켜본 그는 약 3시간 동안 40곡을 소화했다.
하지만 잦은 여행으로 인한 피로 누적으로 최근 체력이 바닥난 상태다. 일본에서 바이러스 감염으로 예정됐던 투어를 모두 취소한 것에서 보듯 컨디션이 정상은 아니다.
매카트니의 대변인은 "일본에서 바이러스로 인해 건강상의 문제가 생겼고 절대적인 안정이 필요하다는 의료진의 권고가 있었다"고 전했다.
매카트니는 공연주최사인 현대카드를 통해 "오랫동안 공연을 기다려온 한국 팬들과의 만남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대하고 있었기에 더욱 더 미안하다"면서 "모든 한국인들의 사랑과, 건강을 걱정해 준 위로의 메시지에 감사한다. 꼭 이른 시일 내 만나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내한공연 무산은 출판계에도 타격을 줬다. 서울 콘서트를 앞두고 매카트니와 비틀스 관련 서적이 쏟아져 나왔다. 출판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팝 서적은 수요가 없다시피한데 매카트니의 내한으로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면서 "콘서트 취소가 다소 아쉽다"고 말했다.
현대카드는 "매카트니 측과 추후 내한공연 일정에 대해 협의를 해 나갈 예정"이라는 입장이다.
매카트니는 비틀스 시절부터 현재까지 세계 대중음악계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음악가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다. 비틀스로 활약할 당시 존 레넌(1940~1980)과 함께 '예스터데이(Yesterday)' '렛 잇 비(Let It Be)' '헤이 주드(Hey Jude)' '더 롱 앤드 와인딩 로드(The Long And Winding Road)' 등의 대표곡들을 만들었다.
매카트니를 비롯해 비틀스 멤버가 내한한 적은 한번도 없다. 비틀스 멤버 중 매카트니와 링고 스타(74)만 생존해 있다. 레넌은 1980년 자신의 광적인 팬인 마크 데이비드 채프먼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 조지 해리슨(1943~2001)은 폐암으로 숨을 거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