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승리 기자] KB국민은행 전산시스템 변경을 둘러싼 금융지주와 은행간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리베이트 여부와 내부통제 문제 등에 대한 전면적 특별검사를 벌일 방침이다.
20일 KB지주와 국민은행, 금감원 등에 따르면 약 2000억원의 비용이 소요되는 KB 국민은행 전산시스템 교체 문제를 놓고 정병기 국민은행 감사와 사외이사들의 갈등이 격화됐다. 정 감사는 이건호 행장의 입장을, 사외이사들은 임영록 지주 회장의 의지를 대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감사는 지난달 14일 우선협상에 탈락했던 IBM코리아 대표의 이메일을 받은 후 교체 과정과 비용 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 최근 감사 의견을 제출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정 감사는 이후 은행 전산시스템을 IBM에서 유닉스로 교체하는 결정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금융감독원에 전달, 사실상 특검을 요청했다.
KB지주 측은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유닉스 시스템 결정이 독점업체 IBM메인프레임에 대한 IT운영의 효율화 차원에서 취한 전략적 경영판단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주요 금융권 중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유닉스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 금융지주 측의 주장이다.
KB금융지주의 김재열 최고정보관리책임자(CIO·전무)는 20일 "상임감사위원은 지난해 11월 은행 경영협의회를 거쳐 지난 4월 은행·카드 이사회 결의된 사항에 대해 자의적인 감사권을 남용해 최고 의결기구인 이사회를 무력화시키려 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무는 "IBM코리아 대표의 사적 이메일을 받은 은행 경영진이 공식 절차 없이 관련 메일 내용을 근거로 재검토를 지시한 것이 이번 해프닝의 시발"이라고 비판했다. 공식 해명자료인 점을 감안하면 이례없이 강한 어투를 사용해 정 감사 및 이 행장을 겨낭한 것이다.
하지만 KB국민은행은 강경한 입장이다. 금감원에 사실상 특검을 요청한데 이어 메인 전산 시스템을 유닉스 기반으로 교체하기로 한 이사회의 결정에 제동을 걸기 위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낼 계획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전산 시스템 교체와 관련한 이사회 의결 사항에 대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은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긴급 특검에 착수했다. 시스템 전환을 위한 각종 보고서의 조작 여부, 시스템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일부 임원들이 조직적으로 고액의 리베이트를 받았을 가능성 등에 대해 전면 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금감원은 이와 함께 지난해부터 국민주택채권 횡령, 도쿄지점 불법대출 등 각종 사고가 끊이지 않은 KB금융과 국민은행의 내부통제 문제 등도 살펴볼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