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부삼 기자]아랍에미리트연합국(UAE) 순방을 위해 출국한 박근혜 대통령이 20일 한국형 원전의 세계 데뷔무대인 원자로 설치식에 참석했다.
박 대통령은 현지시간으로 이날 오전 아부다비 서쪽 270㎞ 지점에 위치한 바라카 지역의 원전 1호기 건설현장에 도착해 원전건설 현항을 청취하고 공사 관계자와 근로자들을 격려했다. 이날 행사에는 만수르 빈 자이드 알 나흐안 부총리 겸 대통령실 장관이 UAE 정부를 대표해 자리를 함께 했다.
박 대통령은 원자로에 부착된 서명판에 '바라카에서 시작된 협력의 불꽃이 양국의 미래 희망이 되길 바랍니다. 2014. 5. 20 대한민국 대통령 박근혜'라고 적어 양국 동반자 관계의 상징인 원전 협력의 성공적 완수를 위한 우리 정부의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만수르 부총리도 박 대통령의 서명 옆에 자신의 이름과 날짜를 적었으며 박 대통령은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마친 뒤 현장을 떠났다.
UAE 바라카 원전 1호기는 우리 기술로 개발된 한국형 원자로(APR 1400)가 해외에 설치된 첫 사례다. 청와대는 “우리 원자로의 국제무대 첫 데뷔라는 점에서 한국형 원자로에 대한 기술성과 안전성을 국제무대에서 인정받는 계기가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에 설치되는 한국형 원자로는 지난 3월17일 마산항에서 출발해 지난달 30일 바라카 원전 현장에 도착한 뒤 다국적 전문가로 구성된 UAE의 원자력 규제기관(FANR)의 두 차례 심사를 통과하며 안전성을 입증받았다.
청와대에 따르면 APR1400은 높이 14.8m, 안지름 4.6m, 두께 30㎝, 총중량 533t 규모다. 리히터 규모 7의 지진에도 이상이 없도록 설계돼 최소 60년간은 고온·고압·고방사능을 견디면서 원전의 심장 역할을 유지할 수 있다.
앞서 UAE는 지난 2009년 12월 한국전력이 주도한 '한국형 원전 컨소시엄'과 1400㎿급 원전 4기를 2020년까지 건설하는 총 186억달러 규모의 공사계약을 맺었다. 이날 한국형 원자로가 설치된 바라카 원전 1호기는 2017년 5월 준공 예정이며 이후 1년 단위로 4호기까지 준공될 예정이다.
박 대통령은 서명에 앞서 만수르 부총리와 함께 양국간 원전분야 고급인력 진출과 서비스 산업 육성을 위한 협력 양해각서(MOU) 체결식에도 참석했다.
이날 체결된 MOU는 ▲UAE원자력공사(ENEC) 한국인력 직접채용 ▲한·UAE 대학생 상호 인턴십 ▲UAE 원전 서비스산업 육성 등 3건이다.
MOU에 따라 UAE는 앞으로 국내 주요 공대 졸업생을 대상으로 매년 10여명을 직접 채용하며 양국간에는 매년 30여명의 대학생을 각각 선발해 ENEC와 우리나라 원자력 공기업에 인턴으로 파견하는 인력교류도 이뤄진다. 또 UAE 원전의 안정적 운영과 관련 서비스산업 육성을 함께 지원하고 제3국 공동진출도 도모할 예정이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당초 모하메드 왕세제가 UAE 정부 대표로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전날 오후 긴급한 사유가 발생해 참석이 어렵다고 통보해 와 왕세제의 친동생인 만수르 부총리가 대신 참석했다. 만수르 부총리는 영국 프리미어리그 축구팀 맨체스터시티의 구단주로 국내에서도 이름이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모하메드 왕세제는 이날 원자로 설치식 이후 행사인 박 대통령과의 오찬 및 회담 등에는 예정대로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